[주말 맛집 탐방]여기는 닭다리, 가슴살 응답하라!

2007-02-15     뉴스관리자
●날다●

젊은이들이 넘치는 거리, 자신만의 개성을 발산하는 이들로 붐비는 홍대 앞 거리. 그곳에서 유머와 센스를 겸비한 ‘날다’라는 음식점을 만났다. 이름이 독특하다. 체리필터의 명곡 ‘오리날다’는 알았지만 뭐가 주체인지도 빼 놓고 다짜고짜 ‘날다’라니 생뚱맞다.

홍대 마포도서관 근처에 위치한 날다는 ‘닭날다’의 분점이다. 닭날다는 홍대 거리를 뻔질나게 돌아다닌 사람이라면 알만한 닭 철판 요리로 유명한 맛집이다.

하지만 현재 위치한 극동방송국 쪽에 자리 잡기까지 네 번 이사를 했다. 지금의 자리에 정착한지도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알아서들 찾아온다. 음식점이란 입지가 중요하거늘, 4번의 이사에도 불구하고 원체 줄지 않는 손님 수를 보면 보통 맛은 아닌 듯 하다.

두 달 전쯤, 닭날다의 팬들이 환호할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닭날다에 있던 사장이 마포도서관 근처에 ‘날다’라는 분점을 냈기 때문이다. 메뉴를 개발한 사장 ‘이준구’씨가 주방에 항시 대기하며 직접 요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오리지널 맛’을 그대로를 맛볼 수 있어 더욱 인기다.

본점과 비슷하지만 약간 더 아늑하고 아지트 같은 느낌이다. 엉덩이 한번 붙이면 2차 3차 생략하고 마냥 눌러앉고 싶은 분위기다. 어둡게 깔린 조명이 편안한 느낌을 주며 ‘밀리터리’ 콘셉트로 꾸며진 음식점 내부가 독특하다.

군대에서 쓰는 위장막이 창문이며 곳곳에 쳐져있는데 왠지 모를 운치가 있고 탄통이나 공군이 쓰던 헤드폰, 미군부대에서 물건 떨어질 때 부서지지 말라고 받쳐 놓은 ‘진공박스’ 등 다양한 소품들이 흥미롭기 그지없다.

밀리터리 콘셉트에 맞게 기본 안주로는 군인들의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건빵’이 나온다. 인기 메뉴로는 닭철판과 해물철판이 있다. 닭철판은 철판 접시에 수북이 담아져 나오는데 매콤한 향기가 코끝을 유난히 자극한다.

각종 야채에 두툼하게 썰어진 닭고기, 떡 등이 어우러져 얼핏 보기에도 3명이 안주를 하고 남을 정도로 푸짐하다. 맛은 닭갈비와 불닭의 중간이라고 해야 하나. 닭고기의 식감이 풍부하면서 찰진 양념에 알싸하게 매운 맛이 특징이다.

철판닭은 맥주 레드락과 먹어줘야 제 맛이다. 미군들이 쓰던 수통캔(반합)에 가득 담겨 나오는데 일반 글라스에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

또한 수통캔 손잡이 부분에는 생산년도가 음각되어 있는데 1950년대부터 60년대에 생산된 것들로 구하기도 힘들어 아는 사람을 통해 기회가 생길 때마다 구입해온 ‘골동품’이다. 수통캔에 들어 있는 레드락은 일반 맥주보다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양념된 닭고기와 궁합이 딱 맞는다.

이곳에서는 본점에도 없는 ‘해물철판’메뉴가 있다. 원조 격 요리사인 사장이 직접 개발했는데 해산물이 청양고추와 각종 과일, 야체들로 맛을 낸 소스에 버무려져 나온다. 씹는 맛이 풍부한 다양한 종류의 해물은 알싸한 양념과 기가 막히게 조화를 이뤄내는데 곧 본점에도 전수할 예정이라고 한다.

철판 요리를 하나 시켰다면 ‘알밥’을 시켜주는 센스를 발휘하자. 보편적으로 ‘날치알’이 들어간 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알이 들어있다.

김 가루와 깨가 송송 뿌려져 있는 주먹밥이 조심스럽게 알을 품고 있는데 한 숟가락 들추어내 보면 찐 계란 하나가 밥 속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찰지면서도 고소한 알밥은 그냥 먹어도 좋고 양념에 쓱쓱 비벼 먹으면 더 감칠맛 난다.

날다에서는 정말 이곳다운 선물인 미군 전투식량을 생일날 오는 손님에게 선물을 증정하기도 한다. /김미선 기자 lifems@economy21.co.kr

<한겨레 Economy 2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