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참 부품 없이 무슨 재주로 고쳐"
부품업체 줄도산..2-3개월 기다려도 AS'함흥차사'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으로 AS가 '함흥차사'가 되고 있다.
제 때 수리를 못해 제품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폐기 처분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원성도 거세다.
소비자들은 ▷부품공급이 제 때 이루어지지 않아 하염없이 수리해주기만을 기다려야 하거나 ▷공급량 감소로 부품가격마저 치솟아 금전적 손실마저 떠안고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수리의뢰 1달이 지나도록 업체가 소비자에게 제품을 인도하지 못할 경우 교환이나 환불해 주도록 되어 있다.
◆"구매 후 두달만에 이런 낭패"고양 주엽동의 박 모(남.30세)씨는 지난해 12월경 엑스로드 '선샤인' 내비게이션을 40만원가량에 구입했다. GPS와 DMB 수신에 문제가 생겨 지난 1월 16일경 강남 AS센터로 수리를 의뢰했다.
하지만 ‘자재부족’이란 이유로 두 달가량 경과된 3월 11일까지 수리가 마무리 되지 않았다. AS센터로 수차례 전화해 독촉했지만 "빨리 해결하겠다"는 대답 뿐 정확한 처리내역을 확인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박 씨는 “구매 후 2달도 채 사용하지 못 한채 사용기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AS센터에 처박아 놓고 있다. 교환 환불도 못받고 수리조차 업체의 선처에만 기대고 있어야 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이에 대해 지오텔 관계자는 “고의 지연이 아닌 부품 수급지연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기가 어렵다보니 부품 제조업체들이 도산하거나 공장 가동을 중단해 갑자기 부품 공급이 지연되고 중단되는 기막힌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거래업체를 변경한다 해도 품질 검증 등의 시간이 필요해 발 빠른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지연기간동안 안내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 부품교체가 아닌 조립 등 여러 차례의 공정을 거치는 과정이다 보니 AS완료시간 파악이 어려워 생긴 문제”라며 “소비자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양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다행히 업체는 지난 12일 AS를 마무리해 수리 완료된 제품을 박 씨에게 전달했다.
◆ "간단한 수리인 데 부품 없어요"
전북 전주시의 조 모(남.44세)씨는 지난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내려가던 중 빙판길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다행히 조 씨의 가족들은 모두 가벼운 타박상만 입었지만 바퀴 축이 내려 앉는 등 차량의 상당 부분 파손됐다.
조 씨는 사고 직후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견인차를 불러 사고 현장 인근에 위치한 전주 쌍용자동차 정비사업소에 수리를 요청했다.
당시 차량을 점검한 정비사업소 직원은 "부품만 교체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수리"라고 말했지만 사고가 난지 2주일이 지나도록 부품 공급이 지연되며 수리를 받지 못했다. 더욱이 타이어 휠과 같은 기본 부품마저 없어 간단한 수리조차 못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쌍용차 부품 생산 라인이 작업을 멈춘채 서 있다>
수리지연으로 인해 조 씨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고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1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있다.
◆ 수입제품 부품공급도 쉽지 않네~
박 씨는 2008년 11월 11일 풍기 부근 고속도로에서 자신의 실수로 발생한 충돌 사고로 인해 차량의 상당부분이 파손됐다.다행히 부상자는 없어 박씨는 곧바로 보험 접수한 뒤 견인차를 요청, 대구 소재 한 카센터에서 수리를 맡겼다.
당시 카센터 직원은 수리기간을 한 달 정도 예상했고 수입차의 특성이려니 생각한 박 씨는 수리를 맡겼다. 이후 한 달가량 경과된 지난 2일 카센터 직원이 "부품 공급이 지연 되고 있지만 일주일 안에 부품이 도착해 조립 작업을 마치면 약속한 날짜인 11일 까지 수리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속한 날이 지나도록 부품공급이 되지 않아 박씨가 푸조 서비스센터 측에 전화로 항의하는 등 나섰지만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며칠 후 담당자의 전화는 "수입한 에어백이 위험물로 분류 돼 세관에 묶여 있어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 이번 주 안으로 보내겠다"고 설명했지만 일주일 이상 다시 지연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화가 난 박 씨가 담당자에게 따져 묻자 담당자는 "원산지 표기가 잘못돼 지연 되고 있다"며 말을 바꿔 박 씨를 기막히게 했다.
박 씨는 "부품공급이 안 되는 이유조차 모른 채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월 초경 어렵게 부품을 공급받아 2개월여만에 수리를 완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