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명장면] 연극 ‘청춘, 18:1’

뮤지컬 배우 조휘가 본 연극 ‘청춘, 18:1’

2009-03-24     뉴스테이지 제공

띠링띠링……. 맑게 울리는 자전거 경적 소리가 귓전을 가벼웁게 때리고, 힘차게 돌아가는 바큇살이 만들어내는 바람소리가 우리를 과거로의 여행으로 살며시 잡아 이끈다. 때는 바야흐로 1945년. 연극 ‘청춘, 18:1’은 일본 동경의 거리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던 한국의 청년들이 숨어 들어간 한 댄스홀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독립운동에 대한 이미지는 심각하고 장엄한 것이 일반적인데, 필자가 앞서 그것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듯이 ‘청춘, 18:1’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를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전쟁터에서 총을 쏘고 폭약을 던지는 것만 독립운동이 아니라, 이들에게는 ‘춤’추는 일이 곧 애국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한복판 동경의 댄스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그들의 마지막 결정, 그리고 모두의 합심으로 그 결단을 행하는 날, 이 청춘들은 각자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

시대와 공간적 상황을 대변하는 일본어 대사와 자막처리, 대사간 공백을 자연스레 메워 주는 음향효과와 푸투마요의 라이브 연주, 배우들의 군무는 시종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이 여정을 한층 더 가슴 뛰게 만든다. 오히려 이 공연이 뮤지컬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태양이 잠시 가려지는 시간 일식. 태양에 상처가 났다는 뜻이야. 내가 이 폭약을 던지는 날, 이 작은 손바닥으로도 태양을 가릴 수 있다는 걸 모두 알게 될 거야.” 라고 말하며 무대 중앙에서 배우들이 손을 들어 태양을 가리는 장면은 단연 일품이다. 뜨겁게 내려쬐는 태양을 가리며 바라보는 그 청춘들의 눈망울 속에는 바다 건너 그리운 우리내 고향의 모습이 담겨있지는 않을까…….

덤비자, 그리고 싸우자!
무모하고 무모해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싸움, 그것이 바로 청춘이기에 할 수 있는, 청춘만이 할 수 있는 싸움이 아니겠나. 결코 거창하고 화려하지 않은, 하지만 조용히 애국하는 예쁜 마음이 담겨 있는 ‘청춘, 18:1’. 연극계에 조용한 바람을 일으키며 자전거 바큇살 굴러가듯 관객과 계속 만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뉴스테이지=글 뮤지컬배우 조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