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통신시장,'먹튀꾼'낚시터"
현금.TV 미끼 걸고 낚은 뒤 연락두절.모르쇠
"대기업에서 이런 사기를 쳐도 됩니까? 가입만 하면 거창한 선물을 준다고 약속하고선 가입하고 나면 입 싹 닦네요"
KT매가패스, SK브로드밴드, LG파워콤, 지역케이블업체등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이 가입자 유치를 위해 화려한 사은품을 내걸지만 부도를 내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가입 전에는 현금이며 고가의 가전제품을 주겠다며 소비자들을 현혹하지만 막상 가입하고 나면 말 그대로 '안면몰수'하고 있는 것.
이같은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은 실제적인 초고속인터넷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영세한 대리점들이기 때문. 가입자 유치가 주 수익원인 영세 영업점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부실한 약속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속칭 먹고 튀는 '먹튀'영업을 해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가입 전에는 어마어마한 사은품을 약속해 놓고 막상 가입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 말을 바꾸며 막무가내 버티기로 일관한다. 대기업인 본사 브랜드를 믿고 가입했기 때문에 본사에 민원을 제기해도 '해당 대리점과 해결하라'답변이 고작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초고속인터넷 업계의 경우 영세한 대리점이 많아 고객 유치에만 급급하고 가입 전, 후의 모습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영업사원들의 부실한 약속에 현혹되지 말고 증정받을 상품이 무엇이고 언제 지급하는지등을 직접 대면해 약정서에 꼭 기입하라"고 조언했다.
▶KT매가패스 명함전화번호 불통 ‘황당’
경기도 용인에 거주하는 이 모(29) 씨는 지난 3월 14일 3년 약정과 현금 15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KT매가패스에 휴대전화와 TV, 인터넷, 무선 와이브로 등 4개 품목을 가입했다.
하지만 당일 날 저녁 KT대리점 측에서 무선 와이브로를 가입하면 부가세는 별도로 내야한다는 어이없는 연락이 왔고 이 씨는 가격이 너무 비싸 결국 와이브로만 해지를 했다.
영업사원의 말이 달라 기분이 상했지만 일단 문제없이 해지를 했다. 그러나 가입 후 10일이 지나도록 약속한 현금이 들어오지 않았다.
궁금한 이 씨가 가입 당시 받은 영업 사원 명함으로 전화를 하자 휴대폰과 일반전화가 모두 없는 번호로 나왔다.
황당한 마음으로 KT에 직접 문의하자 '해당 대리점에 문의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당초 이 씨가 받은 명함의 전화번호와 모두 달랐다.
더우기 KT 상담원은 "본사와는 상관없다. 대리점에 보고만 해주겠다. 문제 해결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책임을 대리점으로만 떠넘겼다.
이 씨는 “ KT브랜드를 믿고 가입했다. 그런데 본사는 대리점 책임이라며 발빼기에 급급하다. 대리점은 본사의 관리 감독도 안받느냐"며 분개했다.
이 씨는 다행히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제보 이후 현금을 송금받았다.
그는 “다행히 현금이 들어왔지만, 가입전과 가입 후의 달라진 KT매가패스를 보고 씁쓸했다”며 “3년 약정이 끝나면 곧바로 해지하고 지인들의 가입도 적극 말리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벤트 당첨 TV 보내준다 해놓고 한 달 후 부도라니..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윤 모(27) 씨는 지난 2월 10일 온티비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개국 10주년을 맞아 LG파워콤에 가입하고 1만9900원만 내면 42인치 LCD TV를 준다는 전화를 받았다.
기존 인터넷을 6년이나 사용해 바꿀 생각으로 있던 윤 씨는 3년 약정의 엑스피드와 IPTV, 인터넷 전화까지 총 3만7150원에 설치했다.
하지만 첫 날부터 인터넷 끊김 현상이 나타나 본사에 6번이나 연락하고 AS 기사를 불렀다.
인터넷이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이미 가입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 생각하고 사은품인 TV를 받기 위해 연락하니 1만9900원을 먼저 입금시켜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입금했지만 해당 대리점은 처음 상담했던 직원이 퇴사했다며 사은품 지급을 미적거렸다.
결국 본사에도 항의했지만 '곧 배송한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한 달여 기간 동안 상품이 오지 않았다.
계속 항의하자 이벤트 회사측는 "TV회사가 환율 문제로 도산했다. 보내준 1만9900원을 20만원으로 보태 송금해주겠다'며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윤 씨는 "환율문제가 언제 불거졌는데 이제와서 환율 때문에 부도났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 그 회사는 아마 처음부터 이런 시나리오를 갖고 영업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통신사 대리점 연락두절
전남 광주에 거주하는 임 모(49) 씨는 작년 11월 SK브래드밴드 대리점 직원으로부터 3년 약정으로 통신사를 옮기면 인터넷 전화와 42인치 PDP TV를 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기존 5~6년간 이용한 통신사를 변경했다.
해당 TV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제품이고 2008년 신상품이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직접 문의한 결과 "가입 희망자가 밀려서 순서대로 설치해주고 있다. 연말 안에 꼭 설치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결국 1월 중순께 돼서야 부랴부랴 설치기사가 방문했는데 인터넷과 인터넷전화만 설치하고 정작 약속했던 TV는 안가져왔다.
임 씨가 "TV를 받으려고 서비스를 변경했는데 왜 TV를 안가져왔냐"고 묻자 AS기사는 "TV출고가 늦어서 그렇다. 빠른시일 안으로 가져오겠다" 변명하고는 또 1달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답답한 임 씨가 SK브로드밴드 대리점에 다시 문의하니 "주기로 한 ‘줌TV’라는 광고회사가 연락두절이다. 현금 25만원을 주면 안되겠느냐"는 어이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임 씨는 "몇달째 속 은게 억울해서라도 그렇게 못하겠다. 본사의 책임 있는 사람과 대화를 원한다"고 항의했지만 답변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임 씨는 "국내 대기업이 달콤한 사탕으로 현혹하더니 이제 와서 못준다고 하는게 말이 되느냐? 기업의 부실한 약속이 소비자의 자존심까지 뭉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캡처=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