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의 50억원~왜 노무현의 사람 통장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성승제 기자]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참여정부 최대 실세였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50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시 우량매물로 꼽혔던 이들 두 회사의 주인이 노무현 정권 때 바뀌었기 때문이다.
더우기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50억 원을 건넨 싯점이 공교롭게도 신한금융지주가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한 2006년다.
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등 은행권도 50억원의 성격에 따라 자칫하면 금융권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파문이 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문제의 50억원이 라 행장 개인 돈이냐 이니면 법인 돈이냐와 그 용도이다. 또 개인 돈이든 법인 돈이든 왜 한푼도 축 나지 않은 상태로 박 회장 계좌에 얼어 붙어 있느냐다. 한마디로 말해 라 회장이 노무현씨의 후원인으로 말 많고 탈 많은 박회장에게 왜 돈을 쏘았느냐다.
라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잇따라 인수하며 금융권 최고의 수장으로 인정 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박연차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며 위기를 맞고 있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조흥은행과 LG카드인수외에 손쉽게 이룬 미국 진출에도 의문을 던지고 있다.
신한지주가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인수한 2006년~2007년에는 은행들이 너도나도 IB(투자은행) 사업에 한창이었다.
이 당시 신한지주 역시 조흥, LG카드를 인수하면서 신한 아메리카의 모체가 되는 뉴욕법인도 소유하는 행운을 거머 쥐었다.
조흥은행 뉴욕법인은 지난 90년부터 본격 영업에 돌입했고 지점은 이 보다 훨씬 앞선 지난 78년부터 미국 내에서 영업을 해 왔다.
이 같은 조흥은행의 조직을 발판으로 신한은행은 손쉽게 미주 시장에 뛰어들었고 지난 해(2008년) 4월 한국 금융회사로는 처음으로 미국 내 금융지주회사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신한은행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로부터 금융지주회사 자격을 취득하는 과정에는 조흥은행 미주법인들의 양호한 경영 상태가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최대 신용카드 회사인 LG카드를 인수한 배경을 놓고도 말이 많다. 당시에도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 돌았다.
하지만 신한지주 측은 "돈을 입금한 싯점은 2007년이고 그 당시 주관사인 산업은행이 공개입찰 방식으로 LG카드 매각을 추진해 정당하게 인수했다"며 로비의혹을 일축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당시 하나금융과 농협 등이 인수전에 참가했는데 가장 높은 응찰가를 써낸 신한금융이 LG카드를 인수하게 됐다”면서 “무엇보다 하나금융의 응찰가와는 주당 70원 밖에 차이가 안나 로비가 끼어들 여지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석연찮은 가야 C.C지분 5% 인수
(박연차 회장은 2007년 4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50억 원을 받은 뒤 10억여 원으로 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 2점을 사들였다. 사진은 박 회장 소유의 김해 정산CC 클럽하우스 복도에 걸려있는 억대를 호가하는 김종학 화가의 그림)
박회장과 라 회장의 50억원 중심에는 가야 컨트리클럽이 있다.
검찰은 라 회장이 2007년 4월 경남 김해의 가야 C.C 지분 5%를 인수하게 해달라며 박 회장에게 신한은행 수표로 50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가야C.C는 1994년 재일교포 40명이 공동설립한 골프장. 그러나 과다한 부채 등으로 경영난을 겪자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한지주를 찾아와 골프장 처분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이에 신한지주는 신한캐피탈을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사모펀드(구조조정조합)를 만들었고, 신한캐피탈은 여기에 910억 원을 투자해 가야 C.C 지분 75%를 인수했다.
인근 정산 C.C를 소유한 박 회장도 가야 C.C에 관심을 보이며 지분에 투자했다.
이때 박 회장은 라 회장에게도 지분 투자를 권유했고 평소 박 회장의 투자 수완을 믿었던 라 회장이 지분 인수를 위해 50억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라 회장과 박 회장은 은행장과 거래 기업 대표 관계로 20년 가까이 친분을 쌓아왔기 때문에 신한지주 안팎에서도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제기됐었다.
하지만 지분투자에 쓰여야 할 돈이 박 회장 계좌에 아직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데다, 박 회장이 그 돈의 일부를 찾아 그림 2점을 샀다는 점이 그같은 해명의 설득력을 반감시킨다. 구입한 그림은 정산 CC에 보관 돼 있다는 것.
신한지주 측도 왜 지분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라 회장과 박 회장 간의 사적 부분"이라며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50억 원의 출처와 용도가 밝혀져야 할 검찰의 숙제로 남겨졌다.
20년 가까운 은행 최고경영자 자리를 지킨 라 회장이 상당한 재산가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아무 이유 없이 건넬 리는 만무하기 때문.
검찰은 “라 회장 본인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인의 돈인지는 알 수 없다”며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니 10년 전에 들어온 자금 같다. 좀 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라응찬 회장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오랫동안 금융회사 CEO를 한 만큼 그만한 돈은 모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개인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재일교포 자금이 일부 흘러들어 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MBC>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50억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난 라응찬 신한금융회장에 대해 법조계는 물론 금융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31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신한금융지주 본사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