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휴대폰=비지떡 폰=골병 폰"
고장 원인도 몰라.."왜 손으로 잡고 통화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싼게 비지떡이 아니라 비싼 게 비지떡?"
50~100만원대를 호가하는 고가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들이 반복적인 제품 고장에 골병이 들고 있다.
공짜 폰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산 휴대폰이 반복적인 고장을 일으켜 소비자들이 정신적 시간적 경제적인 손해에 시달리고 있는 것.
최근 고가 휴대폰은 단순한 정보 저장에서부터 MP3, 고화소 카메라, DMB 기능, 전자사전 및 스케줄 관리까지 다기능 용도이다 보니 나타나는 이상증세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조사 측마저 정확한 고장원인을 짚지 못해 소비자들을 더욱 우왕좌왕하게 하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가제품이면 기회비용을 생각해 그냥 버릴 수도 있지만 수십만원대의 고가폰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를 껴안고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이 크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업그레이드하면 자료만 삭제되고 해결은 글쎄~
서울 길동의 김 모(남.28세)씨는 지난 2월경 삼성애니콜의 옴니아폰(SCH-M490)을 93만원에 구매했다. 구입 후 얼마 되지 않아 잠금장치를 했는데도 불구, 전원이 켜져 아무데로나 연결되는가 하면 인터넷 연결로 엄청난 데이터 요금이 부과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이어졌다. 게다가 수신시 ‘발신번호표시’도 뜨지 않고 가끔 통화중 멈춤 현상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은 문제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AS센터 담당자의 대답은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자료가 삭제되니 백업해서 가져오라”는 퉁명스런 답이 전부였다. 휴대폰으로 업무스케줄까지 관리하던 김 씨가 업그레이드 시 자료보존 가능성을 묻자 “전화번호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삭제 된다”고 답했다.
그나마 담당자는 "업그레이드를 하면 조금 나아질 것”이라며 처리결과도 자신하지 못했다. 김 씨는 "자료를 삭제해도 완벽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보장도 없는 거 아니냐"며 "이 때문에 AS조차 의뢰할 수 없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제보 이후 연락한 담당자는 “업그레이드 시 전화번호, 사진, 동영상 등의 내용은 보존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화가 난 김 씨가 “이전에는 안 되던 서비스가 갑자기 가능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묻자 “죄송하다”는 대답만 반복했다.
김 씨는 “기기를 초기화해 사용하니 문제가 없었다. 해당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업체 측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다행히 업체 측과 합의로 지난 4월 2일자로 기기금액을 환불받았다.
◆AS현장에서 확인 안되면 불량 인정 안해?!서울 개포동의 김 모(여. 57세)씨는 지난 2007년 9월경 90만원대에 구입한 LG 프라다 폰의 다발적인 하자로 고통을 겪고 있다.
구입 후 15일도 안돼 ‘배터리 방전’으로 AS센터를 방문하자 담당기사는 ‘환불 또는 교환’을 안내했다. 하지만 당시 인기 폰으로 기기수급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환불을 원치 않았던 김 씨는 여분의 배터리와 병행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곧이어 휴대폰 끊김과 통화중 하울링 현상이 발생하더니 메모리가 제멋대로 초기화되고 액정 아랫부분으로 빛이 새는 하자마저 발생했다, 3개월이 넘어가면서 정상적인 사용이 어려워졌고 크롬도색부분이 벗겨지고 통화도중 정전기 현상까지 보태져 김 씨를 답답하게 했다.
손자의 돌잔치사진, 해외여행에서 찍은 가족 사진마저 모두 사라져 버렸고 수많은 기능이 있음에도 수발신 기능이외는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AS담당자는 초점 없는 뿌연 사진을 보며 “카메라 폰이 이 정도면 잘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고 터치스크린이상은 수리비용을 안내하면서 기기상의 문제인지 프로그램상의 문제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수신감도 또한 불량인 DMB에 대해서는 ‘내장안테나’를 핑계삼았다.
게다가 “이 자리에서 이상 현상을 확인하지 않으면 인정해 줄 수 없다”는 담당자의 강압적 태도에 김 씨는 할 말을 잊었다.
김 씨는 “결국 제품이상으로 인한 고통은 소비자 몫이다. 다시는 해당 업체 제품을 안 쓰면 그만이지만 제조회사로서 최소한의 책임은 느끼길 바란다”고 씁쓸해 했다.
◆외부터치고장은 기기하자 아냐!!서울 동숭동의 박 모(남.24세)씨는 모토로라의 럭셔리 에디션(V9M LE)폰을 월 2만 7000원씩 18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외부터치와 USB연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AS를 받았다. 하지만 1시간 뒤 다시 고장이 발생해 제품교환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얼마 후 다시 아무런 외부 충격 없이 액정에 문제가 생겨 AS센터를 방문했다. 담당자는 “이 곳에선 무상처리가 어려우니 본사직영센터를 방문하라”고 안내했다.
센터마다 업무처리가 다르다는 사실이 놀라웠지만 일단 안내받은 센터로 방문했다. AS기사는 “외부터치는 MP3 때문에 안 되는 것"이라며 "기기 하자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휴대폰에 여러 기능중 하나로 인해 다른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기기이상이 아니라는 담당자의 설명이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기능 중 하나만 선택하자고 가볍게 생각하고 외장메모리를 제거하는 등의 서비스를 받고 7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그러나 다시 액정고장으로 센터를 방문하자 이번에는 11만원의 수리비를 안내했다. 반복적인 고장으로 몸도 마음도 지친 박 씨는 고객센터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
상담원은 시종일관 퉁명스레 전화를 받더니 “각 센터마다 알아본 결과 30만~40만원 정도 수리비용이 든다”고 최종 답변했다. 박 씨는 3배가량 불러난 수리비용에 놀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민원 접수 후 책임자에게서 “휴대폰을 접수하면 확인 후 처리해 주겠다”는 연락을 받아 기대를 걸었지만 며칠 후 “원래는 35만원이지만 특별 할인해 15만원에 수리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 씨는 “1년 보증기간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고 싶다. 규정상 하루에 10곳을 고쳐도 1회 수리로 처리된다니 할 말이 없다”며 “민원을 제기하는 만큼 수리비용을 올라가는 모양”이라며 한탄했다.
◆휴대폰을 손으로 잡지 않고 통화?! 부산시 반여동의 황 모 씨는 지난해 10월경 SKY im-R300 제품을 72만원 가량에 구입했다. 사용한 지 얼마되지 않아 반복적인 통화중 단절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황 씨는 자신이 겪는 문제가 통신상의 문제라고 판단, 이용 중인 통신업체에서 임대폰을 제공 받았다. 임대폰 이용에 아무 문제가 없자 그제야 단말기 이상을 확신한 황 씨는 스카이AS센터를 방문해 휴대폰 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담당 기사는 “황씨의 휴대폰은 안테나가 아래쪽에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손으로 잡으면 수신 감도가 떨어지는 원인이 되므로 전화가 끊길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설명을 했다.
당황한 황씨는 “통화를 위해 휴대폰을 잡는 게 당연한 데 무슨 소리냐? 휴대폰을 손으로 잡지 않고 통화하는 경우도 있느냐"라고 불만을 토로하자 담당기사는 “더 이상 답변 할 수 없다”며 황 씨의 말을 막았다.
황 씨는 휴대폰 구입 당시 '안테나 위치에 의한 수신문제'에 대한 주의사항은 한 마디도 들은 바가 없었다.
본사 고객센터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자 “판매점은 1차, 2차 대리점 등 몇 차례를 거쳐야 의사전달이 됨으로 세세히 안내되지 못한다”는 답변이 고작이었다.
황씨는 “70만원이 넘는 고가의 휴대폰을 이렇게 무성의하게 만들어 판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스카이 측으로부터 비슷한 민원이 접수된 사례가 한두 건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며 어이없어했다.
이에 대해 스카이 관계자는 “AS센터에서 확인결과 기기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제품 사용설명서에도 안테나 위치와 관련한 사용상의 유의사항이 기재돼 있다. 소비자가 사용상의 불편을 재차 호소해 메인보드를 무상으로 교체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