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장비의 주량은 어느 정도였을까
2009-04-08 뉴스관리자
과학저술가 이종호 씨의 '과학으로 보는 삼국지'(북카라반 펴냄)는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 어쩌면 식상할 수도 있는 삼국지를 과학적 시각에서 새롭게 들여다본 책이다.
과학ㆍ문명ㆍ역사를 넘나드는 저술활동을 하는 저자는 소설적 과장 뒤에 가려진 삼국지의 각종 일화를 과학적 시각에서 분석하며 새로운 재미를 준다.
첫 분석 대상은 장비다. 덥수룩한 수염에 호탕한 성격의 호걸로 묘사되는 장비는 그 호탕함만큼이나 주당(酒黨)으로도 유명하다. 어찌나 술을 좋아했는지 부하에게 살해당하는 순간에도 술에 취해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말술을 마시는 주당이었다는 장비가 대체 얼마나 술을 마셔댔기에 살해당해도 몰랐을 정도였을까 궁금해하며 장비의 주량 탐구에 나선다.
장비의 주량을 알려면 먼저 술의 역사부터 알아야 한다. 저자는 중국에서 처음 술을 만든 사람부터 시작해 중국 술의 역사를 짚어나가면서 장비가 살던 시대엔 아직 증류주(고량주)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마셨던 술은 발효주, 즉 오늘날의 막걸리와 거의 비슷한 도수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주량은 체구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장비는 8척이었다고 하니 1척을 20-23cm로 계산하면 그의 키는 160-184cm로 추정되며 또 기골이 장대하다니 몸무게는 90kg 정도인 것으로 계산된다. 일반적으로 50kg의 성인 몸속에는 약 4kg(약 3.8ℓ)의 혈액이 있다고 볼 때 장비의 몸속에는 약 7.2kg(약 6.8ℓ)의 혈액이 있을 테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5%라고 보면 장비는 최대 몸속에 34㎖의 알코올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장비의 간이 해독할 수 있는 능력과 술 마시는 분위기까지 고려해 장비가 10말의 술을 마셨다고 할 때 그의 주량을 막걸리 16병, 맥주 21병으로 계산해 낸다.
장비의 주량에 대한 이야기에는 다양한 관련 지식과 이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진다. 중국 술의 역사는 물론, 음주측정의 역사와 음주측정기의 원리, 알코올이 인간의 몸에서 분해되는 과정과 소위 '필름이 끊기는' 원리까지 저자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면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제갈량이 안개를 이용해 서로 묶어놓은 20척의 배로 조조군을 공격하는 것처럼 위장했고, 이에 속은 조조군이 쏜 화살 10만 개를 회수해 주유에게 주었다는 적벽대전 중 '초선차전'(草船借箭) 이야기에 대한 반론도 있다.
저자는 이 이야기 자체는 공상적인 것이 아니나 원래 다른 일로 배를 끌고 갔다가 우연히 화살을 얻게 된 것을 나관중이 후대에 소설로 옮기며 허구로 각색한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이 이야기의 논리적 허점을 공박한다.
그는 실제 제갈량이 볏단을 잔뜩 실은 선대를 조직했다면 화살을 얻기는커녕 모두 불에 타 죽었을 것이라고 본다. 조조군에서 불화살 한 발만 쏘더라도 선대 전체가 불바다로 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짙은 안개가 깔렸었다면 제갈량의 배 역시 앞을 볼 수 없었을 것으로 보면서 안개 때문에 길을 잃은 제갈량의 선대가 조조 수군 진영으로 돌진해 결국 조조군의 공격에 당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와 함께 배마다 1천 개가 넘는 볏단을 싣고 거기에 5천 개의 화살까지 박히면 배의 무게 때문에 속도를 낼 수 없었을 것이고 결국은 조조군의 공격에 침몰했을 것임을 강조한다.
이밖에 한나라 말기의 전설적인 명의(名醫) 화타의 뇌수술이 실제로 가능했을지, 그리고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일으킨 동남풍의 비밀 등 삼국지 속 이야기에 숨은 '진실'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432쪽. 1만3천800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