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쭈꾸미 여행 갔다가 '쭈꾸미' 됐다"

2009-04-14     이경환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경환 기자]최근 봄철을 맞아 당일치기 저가 여행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행사들이 경비를 '상품 강매'로 벌충하는 여행상품을 판매해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

서울 동대문구에 살고 있는 박 모(여.27세)씨는 얼마 전 한누리 여행사를 통해 1만원만 내면 충남 서천의 '주꾸미 축제'와 '100리 벚꽃길'을 관광할 수 있는 당일치기 여행상품을 선택했다.

지나치게 싼 가격에 반신반의하던 박 씨였지만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 보니 여행비도 당일 날 버스 탑승 후 지불하는 형식인 데다 절대 사기 업체가 아니라는 말을 믿고 동료 직원과 함께 가기로 결정했다.


평소 일에 치여 있다가 날씨 좋은 봄에 맞춰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푼 박 씨.

그러나 박 씨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여행 날짜인 지난 5일 아침 7시30분까지 약속장소로 나간 박 씨는 동료 직원과 함께 45인승 버스에 탑승했고, 부푼 마음으로 출발을 기다렸다. 버스에는 박씨 일행을 포함해 탑승객이 10여명에 불과했다.
잠시 뒤 버스는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 들렀고, 가이드는 "차량 승객이 너무 부족해 인원을 더 태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휴게소에서 1시간여가 지난 뒤에야 몇명의 관광객들이 차량에 올라탔다.

다시 출발한 버스 안에서 가이드는 "충남 통영으로 가고 있는데 지금 부터 한시간 정도 후면 도착한다"고 말을 꺼내더니 "1만 원만 받고서는 도저히 이윤이 남지 않아 도착지에서 점심을 먹고 상품구매를 위한 세미나를 한시간 정도 들은 뒤 전주에서 또 한번 세미나를 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어이가 없었던 박 씨가 일정이 적힌 팜플렛을 보여주며 "일정에는 그런 내용이 있지도 않은 데다 시간 상 차질이 없겠느냐"고 묻자 "여기 탄 승객들은 이미 이런 내용을 모두 알고 있고, 이런 팜플렛이 돌았는지 조차 몰랐다"는 말로 둘러댔다.

화가 난 박 씨가 "일정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져라"고 말하자 가이드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행비 1만원을 돌려줄테니 내리는 수 밖에 없다"는 말로 박 씨를 당황케 했다.

결국 박 씨와 동료직원은 길도 모르는 낯선 곳에서 내려 버스를 몇번 갈아타고 대전역에 도착해 기차로 어렵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음 날 박 씨는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상품 강매'로 인한 피해 보상은 하지 않아도 되니 집으로 돌아올 때의 차비를 지급하라"고 요구하자 여행사 상담원은 "본인들이 싫어 내렸고, 여행비도 환불해 준 만큼 책임질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씨는 "황금같은 주말을 허무하게 날려 보낸 것은 물론 이번 여행을 권유해  같이 간 동료 직원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면서 "저가 여행상품이라고 해놓고 이런식의  상품강매로 경비를 벌충하려는 여행사들로 인해 또 다른 피해가 없어지도록 단속이나 법률이 마련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한누리 여행사 관계자는 "관광을 갔던 사람들은 모두 일정대로 여행을 했고, 당시 가이드를 맡았던 사람이 처음이라 그랬던 것 뿐"이라며 "더욱이 여행사 측에서 관광비도 환불을 해준 만큼 집으로 돌아가는 차비까지 지급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