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머리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매"
유명브랜드 간판 걸고'허접'제품 판 뒤 '모르쇠'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민재 기자]유명 브랜드 매장에서 사전 안내 없이 다른 제품을 판매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 매장이라서 믿고 제품을 구입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무명 메이커 제품이거나 재래 시장 제품으로 드러났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유명 브랜드 매장에서 현대판 '양두구육(羊頭狗肉)'식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고사성어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의미로 '懸羊頭賣狗肉(현양두매구육)'의 준말이다. 좋은 물건을 간판으로 내세우고 나쁜 물건을 팔거나, 표면으로는 그럴 듯한 대의명분을 내걸고 이면으로는 좋지 않은 본심을 품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유명 브랜드 매장에 '순정품'이 아닌 '비 순정품'이 끼어드는 이유가 있다. 공정거래법이 자유로운 거래처 선택을 가능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비순정품'을 팔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 때문.
'비 순정품'의 판매비율은 각 회사마다 약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브랜드 매장에서 무명 메이커 상품을 구입할 경우 대리점주는 반드시 고객에게 해당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는 사전 설명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상당수 대리점들이 사전에 아무런 설명 없이 제품을 판매해 간판 브랜드만 믿고 구입한 소비자들의 발등을 찍고 있다.
특히 타 거래처 제품의 경우 해당 브랜드 보다 품질이 떨어지거나 불량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소비자들이 대리점에 항의하면 구입 때 확인을 소홀히 한 소비자 부주의라며 책임을 회피하기 일쑤다.
본사에 항의해도 자사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AS등 모든 책임을 회피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 소비자가만드는 신문에 접수된 피해사례를 정리한다.
#사례 1 = 생후 5개월된 아이를 둔 용인시 이동면의 이 모(여. 24세)씨는 지난달 10일 집근처 아가방 매장에서 1만4000원에 비니모자를 구입했다.
평소 아가방 제품을 애용하던 이 씨는 노란색과 흰색으로 디자인된 귀여운 색상이 마음에 쏙 들어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하지만 구입 후 처음 세탁을 하고나니 모자의 노란색이 흰색 부분에 이염돼 있었다.
제품하자라 생각한 이 씨가 구입매장을 방문해 교환을 요구하자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다. 세탁주의사항을 숙지했냐?"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하지만 제품에는 세탁주의사항과 품질표시사항 등이 적힌 라벨조차 붙어있지 않았다.
매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 이 씨는 집으로 돌아와 본사에 민원을 제기했다.
며칠 뒤 본사에서는 이 씨가 구입한 모자가 아가방 제품이 아니라는 황당한 답변을 통보했다.
황당해진 이 씨가 "매장에서 구입했는데 어떻게 다른 제품일 수 있냐?"라며 따져 묻자 "체인 대리점은 타제품도 판매한다. 그걸 본사에서 제재하면 오히려 불법"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씨는 "아가방 매장에서 어떻게 다른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구입할 때 타 제품이라는 안내도 들은 적도 없다.믿을만한 브랜드가 이 모양이라니 어이가 없다"라고 분개했다.
#사례 2 =
박 씨는 주변사람들의 추천에 따라 무엇보다 편안한 잠자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메모리폼 소재의 매트리스를 구입했다. 하지만 얼마후 매트리스가 갑자기 주저앉아 원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박 씨는 할 수없이 매트리스를 돌려가며 사용했지만 자고 일어날 때마다 허리와 전신에 통증을 느껴 결국 매트리스를 열어보고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매트리스는 황색 스펀지 자체였으며 20cm가 넘는 매트리스위에 단 5cm의 메모리폼만 들어 있었던 것.
박씨가 매트리스를 구입한 대리점에 따져 묻자 대리점 측은 “왜 물건을 받을 때 확인 안했느냐. 구입할 때 몇%의 메모리폼인지 왜 안 물어봤냐”며 오히려 박씨의 탓으로 돌렸다.
대리점주인의 태도에 화난 박씨가 P가구 본사에 상황을 설명했지만 자사 제품이 아니므로 해결해 줄 방법이 없다며 책임을 미뤘다.
박씨는 “구입당시 대리점은 P가구 간판을 달고 있어 당연히 그 브랜드 제품인 줄 알았다. 대리점도 타사 제품이라는 안내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물어보지 않은 소비자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본사 또한 매장관리의 책임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사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믿음을 무산시킨 P가구 제품을 더 이상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례 3 = 제주시 서귀포의 김 모 씨는 지난 2007년 7월께 서귀포 D가구 대리점에서 60만원을 주고 퀸 사이즈 침대를 구입했다. 당시 판매자는 김 씨에게 “이 침대는 통나무에 라텍스 매트리스로 만들어진 고급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구입 4일 뒤 침대 상판 2개 중 한 개에 3cm 가량의 나무 틀림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 구입한 침대가 이렇게 망가지자 당황한 김씨가 전화로 대리점에 교환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김씨는 다시 대리점을 직접 방문해 이 사실을 알리고 새 침대로 교환 받는 데만 2개월이 걸렸다. 또한 새 침대는 기존 제품과 같은 모델이 없어 다른 모델 제품을 배송받았다.
그러나 교환받은 침대마저 4개월 후 또 갈라지기 시작했다. 김 씨가 D가구 본사 측에 항의하자 회사측은 해당 제품이 타사 제품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김씨는 “D가구 대리점이니 D가구를 팔거라고 생각해 물건을 샀고 이 같은 피해를 입었으니 제대로 된 D가구 침대로 교환해 달라”고 본사 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하자 침대는 D가구 제품이 아니니 판매한 대리점과 협의하라”고 미뤘다.
김씨는 "버젓이 간판에 유명브랜드를 붙여 놓아 소비자를 유인한 뒤 브랜드도 없는 불량제품을 파는 건 사기행위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