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휴대폰 깡..선이자+원금+이자+휴대폰요금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성승제 기자] '휴대폰 깡'이라고 아시나요?'
부산의 한 대부업체가 휴대폰을 개통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해 준 뒤 거액의 휴대폰 요금을 미납시켜 고객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접수됐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 모(여, 24) 씨는 작년 7월 두 달 정도 부산에 거주하면서 지역정보지를 통해 알게 된 한 대부업체에 대출 문의를 했다.수 년간 외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그는 개인 사업을 위해 부모님 모르게 혼자 부산에 입국했고 이 과정에서 급작스럽게 돈이 필요했던 것.
대출을 문의한 결과 대부업체는 무조건 '가능하다'며 일단 내방할 것을 요청했다.이 씨는 큰 의심 없이 약속 날짜에 맞춰 찾아갔다.
그러나 전화 상담 때와는 달리 말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금융기관과 거래가 없어 소액만 가능하고 이 역시 통신사에 핸드폰 2대를 가입 신청하는 조건으로 1대당 3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어차피 본인확인이 없으면 가입을 해도 개통은 불가능 할 것으로 생각한 이 씨는 통신사 대리점도 방문하지 않은 채 대부업 직원이 준 서류에 사인을 했고 총 60만원의 대출금 중 선수수료 13만원을 뺀 나머지 47만원을 받았다.
이후 3개월이 지난 10월 이 씨는 빌린 원금 60만원과 이자 30만원을 합쳐 90만원을 모두 갚았고 이 씨는 모든 것이 해결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초 이 씨는 통신사 채권 추심팀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기겁을 했다.두 대의 휴대폰에서 요금 150만원이 미납됐다는 황당한 얘기였다.
어떻게 개통이 됐는지 경위를 몰라 이 씨는 곧바로 대출 사무실에 연락을 했지만 처음에는 '해결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더니 한 달이 지나서는 아예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떠 넘겼다.
그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고 고소장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이 마저 대부업체가 사무실을 이전하고 대부업체 사장 이름도 몰라 진정서로 대체해야만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점으로 이 씨는 통신사 지점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명의대여'라며 보상이 힘들 것이라는 답변만 되돌아 왔다. 통화내역서라도 뽑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최근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고 해 어디에 통화했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통화료가 발생한 싯점이 이미 3개월 전이이기 때문에 최근 3개월 동안의 통화내역은 아무 것도 없는 백지 상태였다. 통신사 시스템을 모두 꿰뚫고 있는 지능범들의 교묘한 사기에 걸려 든 셈.
답답한 이 씨가 통신사측에 계약서를 요구하고 확인한 순간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생애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대리점에서 휴대폰이 개통됐고 생전 처음 본 계약서에는 이 씨의 서명이 대부분 대필로 작성되어 있었다.
주소지 역시 익산으로 기록되어 있었으며 특히 신분증 복사본은 팩스 카피본을 2~3번 복사해 아예 얼굴 형태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이를 입증하듯 계약서에도 '사진식별불가'라고 기재돼 있었다.
서류상 이 씨의 계약을 담당한 직원의 이름이 적혀 있어 통화를 시도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하기만 했다.
이 씨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인데 어떻게 같이 서류를 작성한 것처럼 꾸몄고 또 대리점에서 내 주민등록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아무래도 대부업체 직원과 대리점 직원이 서로 공모해 명의도용을 한 것 같다"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현재 서울에 식당을 개업했는데 신용불량자라서 카드 단말기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이 많은 돈을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막막하다"며 "무엇보다 아직까지 부모님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하루하루를 가슴 태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통신사측은 명의도용이 아니라 명의대여여서 보상이 힘들다는 입장을 세웠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확한 규명을 위해서는 우선 이 씨가 명의도용을 당했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며 “이런 과정 없이 이 씨의 주장만으로는 어떤 보상도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