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무계]"꼬리 9개 여우와 채팅~정말 음란"

2009-05-19     유성용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유성용 기자]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에 홀린 듯한 저주스런 새벽 이었습니다”

한게임의 아이템 소액결제에 필요한 주민번호와 결제승인번호를 훔쳐내기 위해 음란한 속삭임으로 은밀히 접근, 조작된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상대방을 감쪽같이 속이는 황당한 채팅 사기극이 벌어졌다.

상대방의 달콤한 속삭임에 한 순간 정신을 놓은 피해자는 결국 35만원을 날리고서야  때늦은 후회로 땅을 쳤다.

지난 4월3일 새벽4시경 세이클럽 채팅을 하던 부천시 상동의 박 모(남. 49세)씨에게 ‘희정파랑이’라는 여성 캐릭터를 가진 상대방이 “심심해요, 통화가능한 분 귓속말로 전화번호 주세요. 제가 바로 전화할게요~”라며 접근해 왔다. 박 씨는 장난삼아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전화번호를 재차 확인한 상대방은 대뜸 “폰섹스 요금은 선불이다”며 15만원이 결제됐음을 통보했다. 박 씨에겐 곧이어 ‘감사합니다 [150000원]이 유료자동결제완료되었습니다’란 문자가 전송됐다.

박 씨는 “유료로 그런 것 할 생각 없다”며 “취소하지 않으면 고발할지도 모른다. 모르고 한 것이니 취소해 달라고”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상대방은 “정말로 모르고 하신 것 같으니 특별히 이번 만 취소해 드릴게요”라며 달콤하게 속삭였다.

박 씨가 자신의 어리석음을 탓하게 된 것은 이때부터였다.

결제 취소를 위해 주민번호를 알려달라는 상대방의 요청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고, 이어 전송된 ‘결제승인’메시지의 승인번호까지 알려줬다. ‘결제승인’이란 메시지에 의구심이 들었으나, “결제취소 승인 메시지”라는 상대방의 속삭임에 그런가 보다 했다.

결제 취소는 수차례 걸쳐 이뤄졌다. 3만원, 5만원씩 몇 차례 ‘결제승인’문자를 받았고 그때마다 매번 승인 번호를 알려줬다. 듣도 보도 못한 결제취소 방식에 적잖이 의심스러웠지만, 이미 상대방에게 놀아나고 있던 터라 심하게 추궁하진 못했다.

결국 ‘포커회원제, 고스톱회원제 요금이 다음 달에 청구 됩니다’란 메시지를 받고서야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지만, 이미 그의 명의로 된 두 대의 휴대폰에서 총 35만원의 금액이 소액결제 된 뒤였다.

사기사건의 발단인 ‘15만원이 결제됐다’는 문자메시지는 상대방이 발신번호를 조작해 박 씨에게 보낸 거짓 문자였음을 뒤늦게 알게 됐다.

즉 타인의 휴대폰 소액결제로 한게임 아이템 구입에 필요한 주민번호와 승인번호를 얻기 위해 벌인  한편의 사기극이었다. 폰섹스 결제 취소를 원하는 박 씨로부터 ‘결제취소 승인’이라 속여 승인번호를 교묘히 얻어낸 것.

한게임 관계자는 “박 씨가 결제취소를 요청해 왔으나, 결제된 일부 아이템은 즉시 소진돼 환불이 불가능 하다. 특히 결제인증번호를 도용당한 것이 아닌 직접 알려준 것이기에 한게임 측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즉 소송을 통해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 사기사건이란 것이다.

결국 경찰에 사건 수사를 의뢰한 박 씨는 그날 새벽을 상기하며 “구미호에 홀린 듯한 밤 이었다”고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세이클럽 채팅 운영사인  네오위즈 관계자는 “건전하지 않은 채팅과, 금융사기에 대해 신고시스템을 구축 24시간 365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조심하세요’캠페인을 통해 예방노력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며 “박 씨의 경우 본인이 자의로 주민번호와 승인번호를 알려준 것이기에 보상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