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고수익 펀드로 낚시질"
"설계사에 속아 계약..해약하면 원금도 못 건져"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성승제 기자]10년 이상 납부해야 하는 장기 변액보험 상품을 단기 펀드인 것처럼 속여 팔고 교묘한 수법으로 계약취소를 거절해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보험 설계사들은 가입자들에게 은행보다 좋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단기 펀드 상품이라고 설명해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그러나 막상 가입을 하고 나면 이후 관리는 커녕 아예 회사를 그만두거나 잠수를 타는 방식으로 책임을 벗어나고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 등에 투자해 보장성과 투자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상품.
하지만 보험료의 15%정도는 설계사 수당 등 사업비 명목으로 공제되고 1~2년 안에 해약을 하면 원금의 절반도 찾을 수 없다.
뒤늦게 10년이상 납입해야 하는 보험상품이고 중도 해약할 경우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지만 보상을 받을 수있는 방법이 거의 없어 절망하고 있다.
(사진=SBS 화면 캡쳐)
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전화 확인과정을 거치지만 이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다. '정확하게 설명을 들었느냐, 가입절차는 문제없었느냐'며 두루뭉실하게 질문하고 가입자로부터 '네'라는 답변을 이끌어내 법적인 단서만 확보하기 급급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변액보험인 경우 2년 미만짜리 단기 상품은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면서 "대부분 설계사에게 속아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입 전 인터넷이나 본사에 문의해 상품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약정서나 상품 설명서는 꼼꼼히 읽어보고 서명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례 1 = 경기도 평택에 거주하는 강 모(남, 41) 씨는 지난 2006년 2월 아내의 지인으로부터 알리안츠 생명 설계사를 소개받고 본인과 아내의 명의로 '변액유니버셜' 상품에 가입했다.
강 씨의 아내는 2년간만 납입을 하면 원금은 물론 높은 수익도 가능하다는 설계사의 말을 믿고 자신과 남편 명의로 각각 월 200만원, 300만원짜리 상품을 가입했다.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는 강 씨는 업무가 바빠 보험 계약 당시 상품에 대한 설명은커녕 계약서에 서명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계사는 자신이 대필 서명에 능숙하다며 강 씨의 계약서를 대리 서명으로 처리했다.
강 씨는 '큰 회사에서 사기를 치겠느냐'라는 믿음을 가졌고 설계사도 무조건 좋은 점만 부각하면서 "나머지는 다 알아서 할테니 걱정하지 말고 본사 콜센터에서 전화가 오면 무조건 '알았다', '맞다'라는 말만 하라"고 강 씨는 그대로 실행했다.
이후 이들 부부는 2년 후 내 집은 물론 소규모 사업자금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근 2년여 동안 허리띠를 졸라 매며 악착같이 보험금을 부었다.
6개월이 지난 작년 8월 경 강 씨는 우선 납입액의 50%인 6000만원을 찾았는데 뒤늦게 통장계좌를 확인해 본 결과 매 달 보험료가 여전히 빠져나가고 있는 석연찮은 사실을 알게 됐다.
가입지점에 확인한 결과 이 상품은 설계사의 말과는 달리 2년이 아닌 10년 이상 매달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상품이었고, 설상가상으로 5개월치의 보험료가 이미 중단된 보험료의 대체 납입금으로 빠져 나간 상태였다.
답답한 강 씨가 회사 측에 가입 전 설계사가 설명한 내용과 다르다고 항의하자 청천벽력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해당 설계사는 2006년 초 알리안츠생명이 파업 등으로 어수선할 때 보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전혀 없이 임시로 일한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다는 것.
강 씨의 아내는 서둘러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챙길 것은 다 챙긴 뒤 회사를 그만 둔지 오래된 상황이었다. 특히 강 씨의 보험계약을 성사 시킨 뒤 그의 소속팀은 1200만원의 포상금을 챙겨 본사에서 제공한 항공 티켓으로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러나 강 씨 부부에게 닥친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납입해야 할 보험료.
또 남은 보험 상품도 3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납입할 여력이 없으니 다른 방법으로라도 도와달라고 알리안츠생명에 요청했지만 역시 거절당했다.
강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본사에 필체 대조를 위한 친필사인과 설계사의 보험 계약 유치 경위서 등을 작성해 3차례에 걸쳐 민원을 제기했지만 대필 서명은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없다는 답변만 와있는 상태"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원금만이라도 돌려줬으면 좋겠다”며 “매달 버는 돈이 500만원 조금 넘는다. 2년 동안 ‘올인’ 한다는 각오로 몇 십 만원의 생활비로 어렵게 살아왔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아르바이트 직원이었고 10년 이상 납입하는 보험 상품이었다고 설명했으면 이렇게 억울한 마음이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례 2=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장 모(29,여) 씨는 작년 5월 말 서울 도곡동에서 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게 사장의 남자친구로부터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장 씨가 2년 후 이사를 위해 여유자금 500만원을 은행에 넣어두고 있다고 하자 AIG생명 설계사인 가게 사장의 남자친구는 AIG보험 상품에 넣어 2년 만기를 채우면 은행보다 2~3배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다고 가입을 권유한 것.
장 씨는 처음에는 다른 보험사 변액보험에 가입해 엄청난 손실을 보고 해지한 경험이 있어 정중히 거절했지만, 설계사는 그 보험과는 전혀 다른 상품이라고 수 차례 장 씨를 집요하게 설득해 결국 매달 30만 원을 납부하는 'AIG아이인베스트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4개월이 지난 작년 9월 장 씨는 인터넷을 통해 가입한 상품을 알아본 순간 깜짝 놀랐다.
과거 변액보험에 가입한 뒤 큰 손실을 보고 해약한 상품과 이름만 다를 뿐, 10년 이상 납부해야 하는, 말 그대로 과거와 똑같은 변액보험이었던 것.
오히려 이전 변액보험상품과 비교, 사업구상비와 특약비, 위험부담비 등이 추가돼 납부액이 더 높다는 불리한 차이점만 있을 뿐이었다.
장 씨는 곧바로 콜센터에 연락해 펀드로 변경해줄 것과 자신을 속인 설계사가 정중한 사과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펀드로 변경하려면 해당 설계사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는 엉뚱한 답변만 돌아왔고 설계사는 사과는커녕 이후로 단 한 번도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어이없는 장 씨가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계약서를 확인한 순간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상품이 변액보험이라는 내용과 납부한 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안내한 '보험 주계약 내용 확인란'을 설계사가 제 멋대로 서명한 것.
이 때문에 장 씨는 사업구성비와 특약비, 위험부담비가 추가된다는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최종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된 셈이다.
여기에 AIG생명의 '굼벵이' 민원처리는 장 씨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장 씨가 우선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콜센터에 연락했지만, '처리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전화 한통 없이 나 몰라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 씨가 전화하면 매번 담당자가 바뀌어 똑같은 내용을 상담원들에게 반복 설명해야 했다.
그는 "수개 월 동안 민원실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어떻게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처리를 안 해주는지 정말 기가 막히다"면서 "AIG생명이 돈을 떼어 먹으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고 한탄했다.
그는 또 "올해 초 2년간 모은 돈으로 서울 쪽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결국 돈을 찾지 못해 경기도로 이사를 했다. 현재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데 차비와 엄청난 시간을 잘못 가입한 보험 상품 때문에 모두 허비하게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례 3= 대전에 사는 박 모씨는 2006년 7월에 대한생명 설계사의 추천으로 변액유니버셜보험을 가입했다.
가입 당시 설계사는 은행에 30만 원짜리 적금을 들고 있던 박씨에게 "월30만원씩 2년간 납입하면 1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인출할 수 있다"며 변액보험을 권유했다.
박 씨가 "30만원씩 2년을 불입하면 720만원이니까 150만원을 제하고 500만원은 찾을 수 있는 거냐?"고 묻자 설계사는“묵혀서 굴려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뭐 하러 찾냐"고 반문해 "500만원의 빚을 갚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1년 정도 불입한 뒤 박 씨는 우연히 보험사 고객센터를 찾았다가 설계사의 설명이 잘못 됐음을 알게 됐다.
고객센터 직원은 “150만원이라는 금액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고 중도인출은 해약환급금 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직원의 말에 당장 납입을 중지했고, 보험회사에 민원을 청구하려 했다. 그러자 설계사는 박씨를 만류하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고, 박씨는 설계사의 말만 믿고 또 기다렸다.
그런데 지난 3월 설계사가 찾아와“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 민원을 넣어라”라며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알고 보니 설계사는 다른 보험회사로 자리를 옮긴 뒤였다.
회사에 민원을 넣었지만 “설계사와 말이 다르니까 두 사람이 알아서하든가 증거를 제시하라"는 어이 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박씨는 “보험을 가입할 때 어려운 상품 안내책자보다는 설계사의 말을 믿고 가입하게 된다. 설계사가 거짓말로 보험을 모집했는데 모든 손해는 소비자가 다 떠안아야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