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해부하다 (1)

2009-05-20     뉴스관리자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은 오랫동안 한국 공연계를 석권해왔다. 훌륭한 흥행성적으로 이름을 날린 많은 작품들은 대부분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었고, 배우들과 스텝들의 필모그래피를 충실하게 채워준 것도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격거품과 작품성에 대한 논란 등이 제기되며, 최근 부쩍 성장한 창작뮤지컬의 기세에 주춤한 것도 사실이다. 본 기사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이 공연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 공연계에 미치는 영향을 명암을 나누어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을 만드는 공연 종사자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객들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조심히 제언해보았다.」(사진_뮤지컬 ‘맘마미아!’ 중)

- 한국 공연계를 장기 집권하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을 해부하다.

한국 공연계에 뮤지컬 시장이 형성된 이래로, 공연계의 주류는 줄곧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었다.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팔린 공연 작품 5위권(표1, 인터파크 기준)에서 서너 개는 반드시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었으며, 점유율의 차이는 있지만 뮤지컬 작품만 살펴봐도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의 독주는 분명해 보인다. 지난 3년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품 20개중 50% 이상이 해외라이선스이고, 나머지 비율은 넌버벌 공연과 어린이 뮤지컬이다. 조금 격하게 말해서 ‘한국 뮤지컬계는 온통 해외라이선스 판’이라는데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이런 현상은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 공연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관객이나, 특별한 날 기분을 내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의 훌륭한 나들이 코스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Big 4’로 불리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같은 작품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 있는 ‘시카고’, ‘맘마미아!’ 같은 작품들은, 아무리 공연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아, 그거 알아’ 하고 반가워 할 만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또,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은 이미 흥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체로 안정적인 작품성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고, 주로 대형 기획사들이 기획하여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과 화려한 무대 및 캐스팅을 볼 수 있다. 여기다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올 슉업’의 데이빗 스완으로 대표되는 현지 스텝까지 가세하면 곧바로 주머니가 근질거려지는 것이다.


2008년 성공을 거둔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에는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맘마미아!’와 ‘시카고’, 설앤컴퍼니의 ‘캣츠’가 있다. ‘맘마미아!’는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ABBA의 신나는 히트곡에 주크박스 뮤지컬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대본으로, 중장년층의 관객을 불편하게도 젊은 관객들을 지루하게도 하지 않으며 성공적인 롱런 신화를 만들었다. ‘시카고’는 희대의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포시의 퇴폐적이고 섹시한 느낌을 제대로 살려내어 호평을 받았는데, 외국 스텝과의 작품 경험이 많은 노련한 배우들과 스텝들의 힘이 컸다. 이 작품은 롭 마샬이 감독한 뮤지컬 영화의 흥행을 발판으로 일반 관객층에도 큰 인기를 거두었다. 또, 2007년과 2008년 두 번에 걸쳐 내한하여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의상과 세트를 관객의 마음속에 남기고 간 ‘캣츠’는, ‘옥주현’과 아이돌 가수 ‘대성’을 캐스팅하여 화제를 낳으며 높은 점유율을 남겼다. 이 작품들은 적극적인 홍보와 작품 자체의 지명도뿐만 아니라 현지 스텝과 한국 공연계의 유기적 교류로 작품의 색깔을 정확히 표현하여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은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의 대표 사례이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2009년에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공연 업계의 불황은 2008년부터 그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었는데, 줄어든 전체 작품 수에도 불구하고 해외라이선스 작품 수는 증가하였다. (표2) 경기가 안 좋을수록 안정적인 흥행을 하는 해외라이선스를 제작사 측에서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09년에도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의 독재는 여전히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항상 이러한 분위기가 일정한 것은 아니다. 공연계를 굴러가게 하는 효자 콘텐츠로의 칭찬도 잠시,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의 독주가 장기적인 한국 공연계의 발전에 괜찮은가’라는 의문이 발생하였고, ‘창작 뮤지컬을 살려야 한다’는 전문가 측의 목소리가 이제 제법 탄탄해진 뮤지컬 팬 층에게도 닿은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공연계 태동기에는 보이지 않던 해외라이선스의 거품은 눈이 높아진 관객들에 의해 발견되고 있다. 이미 ‘김종욱 찾기’, ‘루나틱’과 같이 탄탄한 작품성과 친숙한 내용에 힘입은 일부 창작 뮤지컬과, 2009년 초를 강타한 ‘미녀는 괴로워’와 같은 대형 신작은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의 거품을 불어낼 준비를 마친 것 같다. 그간 해외의 성공 사례를 믿고 들여온 ‘나인’, ‘제너두’ 등이 비싼 가격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내용에 경쟁력을 잃고 실패한 것을 보면 해외라이선스 뮤지컬계는 분명 재정비를 해야 할 단계. 해외라이선스 뮤지컬이 공연계에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이제는 그 방향을 정립해 나가야 할 때이다.



[뉴스테이지=백수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