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식중독 입원하자 "당신 돈 원해?"

대형 마트.식당 음식 줄줄이 탈..모두 "증거 내 놔 봐"

2009-07-07     이진아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진아 기자] “상한 음식 먹고 식중독에 걸려 병원 신세까지 졌는데 판매 업소에서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오히려 떵 떵 큰소리네요”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음식의 변질로 인한 식중독이 확산되고 있으나 판매업소의 책임회피로 이중고를 겪는 소비자들의 사연이 속속 제보되고 있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와 훼미리마트.GS마트.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등 편의점 그리고 유명 음식점, 골목 음식점 등에서 먹거리를 구입해 섭취한 뒤 탈이 났다는 제보가 줄을 잇고 있다.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거나, 마트에서 구입한 음식을 먹고 탈이 난 소비자가 병원비 지급 등 사후처리를 요청하지만 보상은커녕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관련 회사들이 자신들이 제공한 음식 때문인지 증거를 대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기 때문.

소비자들은 병원을 오가며 몸 고생 한 것도 억울한데 업체들의 막무가내 식 대응에 마음고생까지 가중되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회사 측에서 배상을 거부하고 버티면 보상 받을 길이 막막해 소비자들의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 “다른 손님은 멀쩡하기 때문에 책임 없다”

서울 동작구의 이 모(남.32세)씨의 가족은 최근 흑석동 C조개구이 집에서 식사하고 집에 돌아온 후 온가족이 모두 복통증상을 보여 약을 먹었다.

그러나 상태가 심하지 않아 그냥 참았던 이 씨는 밤12시부터 복통이 심해지는 바람에 아침까지 수차례 설사를 하고 오한과 발열, 구토에 시달렸다.

이 씨는 가까운 병원 응급실에 가서 항생제와 약을 처방받았으나,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중앙대병원에 입원했다. 이틀간 십여 차례의 설사와 고열, 복통에 시달리며 각종 검사를 거친 후 세균 감염성 위염 및 장염 판정을 받았다.

이에 이 씨의 아내가 조개구이 집에 연락해 상황설명을 했지만, 곧 방문하겠다던 사장은 3일이 지나도록 찾아오기는커녕 전화한통 없었다.

퇴원 후 이 씨가 “조개구이 집에 찾아가 왜 연락이 없냐”고 묻자 사장은 “가게 음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찾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가 “같이 식사한 식구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고 따지자, 사장은 “그날 식사한 다른 손님들은 모두 괜찮은데 어떻게 그쪽 가족만 아플 수 있냐”며 “다른 곳에서 먹은 음식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고 우겼다.

이에 대해 이 씨는 “처음 방문하기로 했을 때 너무 고생을 했기에 치료비나 보상금보다는 도의적인 사과만 받고 좋게 끝내려고 했다”며 “며칠이 지나도 찾아오지도 않고 전화 한통 없어 실망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도 못하고 내 돈 쓰면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사장의 뻔뻔한 대응에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구청에 문의했을 당시 역학조사 후 문제가 확인되면 과태료청구나 영업제재를 할 수 있다고 해놓고, 막상 조사할 때는 위생상태만 점검하고 조개생태조사는 다음날로 미뤄 식당측이 빠져나갈 여지를 제공한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 “임신 중 식중독 걸렸다”..“돈 원하냐”

지난 5월 12일 김 모 씨는 임신 중인 아내와 함께 서울 월계동에 있는 유명 대형마트에서 산 돼지양념불고기를 먹었다가 식중독에 걸렸다. 처음에는 두드러기가 올라왔지만 약간 가렵기만 했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바람에 아내와 함께 산부인과에서 진찰을 받았다. 그 결과 음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진단이 나왔다.

며칠 후 병원에서 치료받은 김 씨의 상태는 호전됐지만, 아내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번지고 증상이 더욱 악화됐다.

이후 김 씨가 마트에 찾아가자 관계자는 대뜸 “보상은 당장 못해주고, 얼마를 지불해야하며 사은품으로 무엇을 줄지 아직 모른다”며 “양념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양념공급회사와 상의하라”고 말했다.

김 씨는 “보상을 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먼저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이 순서가 아니냐”며 노발대발했다.

이에 다른 담당자가 나와 “다음날 축산 쪽 팀장에게 내용전달 후 연락을 주겠다”고 중재했지만, 김 씨 아내의 상태는 더 심각해져서 다른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고 있는 상태다.

김 씨는 “출산을 보름 앞두고 식중독 때문에 고생하는데 대뜸 사은품과 돈 중에 뭘 원하느냐라는 말부터 꺼내는 게 제대로 된 고객응대 방법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 “보상? 일단 증거부터 내놔”

양 모 씨의 어머니는 지난  5월 11일 청주 모 병원 내에 위치한 유명 H편의점에서 자체 생산한 도시락을 먹은 뒤 급발성 위장염과 알레르기 피부염증세로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러나 편의점 사장은 “유통기간이 지나지 않은 상품이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고 통보했다.

다행히 제조사 측과 연락이 닿은 양 씨는 이틀 후 담당자를 만나 병원진료 자료를 보여줬다. 이때만 해도 담당자는 치료비등을 해결해주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몇 시간 후에 전화로 “우리 제품을 먹고 증상이 나타났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보상을 해줄 수 있다”고 말해 양 씨를 황당하게 했다.

양 씨는 “소비자가 전문가도 아닌데 증거를 찾아오라는 등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다”며 “병원에서 주는 서류를 제시했음에도 치료비해결이 안돼서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