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장사9단' 윤종웅 진로 대표..초단에 패배 위기?

2009-06-03     유성용 기자

소주 시장의 터주대감인 (주)진로의 시장 점유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전국 시장 점유비와 서울.경기등 수도권 시장 점유율이 큰 폭의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진로의 윤종웅 대표이사(60.사진)가 특유의 뚝심으로 떨어지는 점유율을 붙들기 위해 마케팅팀과 영업팀을 독려하고 있으나 점유율 하강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있다.

 

지난2007년 4월 진로 대표이사를 맡은 윤 대표는 술시장에서 잔뼈부터 키워 온 경영인이다.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75년 12월 조선맥주(현재 하이트맥주)에 입사한 뒤 술시장에서 한우물만 파 온 전문 경영인.

 

술장사 9단인 윤 대표가 엔지니어 출신으로 무명의 '초단'CEO인 김영규 대표가 이끄는 롯데의 공세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할 경우 스타일을 구길 수 있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할지 주목되고 있다.

 

진로와 대조적으로 롯데주류의 점유율은 꾸준히 상승 커브를 그리고 있다. 전국 시장 뿐 아니라 진로의 안방이나 다름 없는 수도권에서 시장 점유율을 착실하게 끌어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진로의 이같은 추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주류가 지난 1월 두산으로부터 소주‘처음처럼’등 술 사업권을 인수한 뒤 아직 본격적인 포문도 열지 않고 비교적 조용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점유비가 하락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주류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글러브도 끼지 않았다”며 “진로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것은 외생 변수 보다는 마케팅 전략의 실패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롯데가 글러브를 끼고 본격적으로 펀치를 휘두르면 어떻게 될까? 진로가 그냥 펀치가 아니라 흉기를 휘두르는 강력한 적수를 상대하는 위기를 맞게 될 공산이 크다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

 

롯데는 국내 최대의 유통공룡이다. 전국에 거미줄 같은 백화점.롯데마트.편의점.슈퍼마켓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과자.청량음료등 먹고 마시는 업종을 거의 모두 거느리고 있다. 최고의 물류유통력을 과시하고 있다.위스키 장사를 오랫 동안 해 오면서 술장사에도 어느 정도 도가 텄다.

 

 뿐만아니다.자금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국내 10대 재벌 가운데 자본금 대비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전국 시장 점유율 진로 하락vs롯데 상승=대한주류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진로의 판매량은 1709만4000상자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반면 롯데의 판매량은 437만1000상자로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5,8% 증가했다.

 

1~4월 시장 점유율도 진로는 48.6%로 전년 동기대비 2.4포인트 하락한 반면 롯데는 12.4%로 1.4포인트 끌어 올렸다.

 

#안방인 수도권 시장 잠식=서울 경기 시장에서 롯데의 ‘처음처럼’은 약진을 하고 있다. 판매물량이 349만6000상자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7% 늘었다. 시장 점유비도 21.6%로 3.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진로의 판매량은 1253만9000상자로 전년대비 11.7%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77.3%로 4.1%포인트 떨어졌다.

진로의 시장점유율과 판매량 감소 비율 만큼 롯데의 그것이 상승했다. 고스란히 롯데에게 빼앗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진로 시장 점유율 왜 떨어지나=지난해 9월에 시판한 ‘제이’(19.5도)와 올해 3월에 내놓은 ‘진로 제이’(18.5도)가 시장에서 맥을 추지 못하고 있고 주력 제품인 ‘참이슬’ 판매 신장률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소주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주력 제품인 ‘참이슬’과 ‘진로 제이’를 내세워 쌍끌이 작전을 구사하고 있으나 후자가 전자의 시장을 갉아 먹는 이른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롯데의 ‘처음처럼’ 시장을 잠식하지 못하고 주력 제품 시장을 잠식하는 부머랭효과의 덫에 걸려 있는 것.  

 

이 부분이 윤 대표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종의 마케팅 전략과 영업작전의 실패로 꼽힐 수 있기 때문. 롯데가 아직 포문도 열기 전에 진로는 방어 태세를 갖추기는 커녕 지리멸렬한 상태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