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프리뷰] 시험 없는 세상? 그들이 상상하는 유토피아, 창작뮤지컬 ‘사춘기’
2009-06-08 뉴스관리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을 다룬 작품, 창작뮤지컬 ‘사춘기’가 오랜 성장통의 과정을 끝내고 보다 성숙해진 모습으로 관객들 앞에 섰다. 제목이 그런 것처럼 이 뮤지컬은 누구나가 다 겪는 ‘사춘기’에 대한 얘기다. 죽어라 공부하면 꽥하고 죽을 것만 같았던 그 땐 시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부족하고, 없고, 두 손은 빈손이라 한 없이 불안하기만 했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뮤지컬 ‘사춘기’는 노래와 춤과 배우들의 연기로 시종일관 극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는 놈은 시험 보는 날 전학 오는 놈이다. 주인공 ‘영민’은 하필 시험 첫 날 전학을 온다. 같은 반 친구들은 시니컬한 표정인 영민의 기를 꺾으려 하지만 영민은 오자마자 전교 1등을 차지한다. 같은 반인 선규는 공부를 잘 못한다. 선규는 그런 영민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
입시 스트레스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1등부터 꼴등까지 서열화 된 대학은 ‘고3병’이라는 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많은 학생들을 억압해 왔다. 대학 입시라는 제도권 안에 갇혀 자신의 이름표 대신 성적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과 우리들의 청소년기는 그저 ‘불우’하기만 하다.
그러나 전교 1등 주인공 ‘영민’에게도 친구들이 모르는 상처가 있다. 아버지가 자신의 친엄마와 바람이 나 자신을 낳았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물론 아버지 집이다. 영민은 오로지 인터넷 세상으로만 소통한다. 영민이 운영하는 미공개 블로그 ‘메피스토’를 통해서다. 공부를 못하는 선규는 영민의 블로그 ‘메피스토’를 통해 컨닝 비법을 전수받는다. 덕분에 다음 시험에선 점수가 눈에 띌 만큼 올랐다.
선규는 원래 백댄서가 되는 게 꿈이었다. 자신이 ‘육사’에 가길 바라는 아버지와 아무리 노력해도 오르지 않는 점수 사이에 낀 선규는 갈등한다. 공부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선규는 언제라도 마음껏 춤 춰볼 수 있을까. 결국 선규는 백댄서의 꿈을 포기하고 자신의 삶마저도 포기한다. 선규의 행동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희망 없는 이곳에서 내릴 수 있는 가장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사회적 타살, 이라는 말이 있다. 구조적인 문제든, 기득권을 둘러싼 문제든 어떤 한 사회가 개인을 죽음으로 몰아갔을 때 하는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수많은 사회적 타살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입시제도는 꿈 많은 청소년들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선규는 그저 춤 한번 끝내주게 춰보고 싶었을 뿐인데 학교와 기성세대들이 그 꼴을 용납해주지 못했다. 아무 것도 확신할 수 없고 손에 쥔 것 없는 약자, ‘사춘기’. 어른의 모습을 닮아 있긴 하지만 정신적으로 인격적으로 미완인 그들은 오늘도 고민하고 방황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세상이야 어찌됐든 고민하는 청춘이 더 오래 빛나는 법이다. 뮤지컬 ‘사춘기’ 그대들의 롱런을 기대한다.
[뉴스테이지=최나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