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프리뷰] 폭풍 같은 사랑과 절망의 이름, 연극 ‘폭풍의 언덕’

2009-06-08     뉴스관리자


오는 6월 27일부터 28일까지 울산북구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되는 송현옥 연출의 ‘폭풍의 언덕’은 오랫동안 고전으로 사랑 받아 온 에밀리 브론테의 원작 소설 ‘폭풍의 언덕’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혼의 사랑으로까지 이어지는 두 주인공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을 통해 연극은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지독하고 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 줄 예정이다.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지독하고 강한 사랑이라, 말이 너무 어렵다. 옛날에는 있던 그게 지금 우리 시대엔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그 ‘지독하고 강한 사랑’은 도대체 무엇일까? 연극은 배우들의 입을 통해 대신 대답한다.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고아다. 그의 비극은 ‘언쇼’의 호의로 그의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시작된다. ‘히스클리프’는 ‘언쇼’의 자식들과 함께 살면서 아들인 ‘힌들리’에게 학대를 당하고 딸 ‘캐서린’과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캐서린’은 ‘에드거’와 결혼하는데 이 사실을 안 ‘히스클리프’는 ‘에드거’에 대한 복수를 결심한다. 한편, ‘캐서린’은 딸 ‘캐시’를 낳다가 죽는다. 줄거리를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다.

‘캐서린’을 향한 ‘히스클리프’의 순수한 사랑은 점차 애증, 증오, 복수의 감정으로 변해간다. 그러는 과정에서 ‘추악’, ‘이기’, ‘애욕’ 등 인간 본성의 심리가 처절하게 드러나는데 그런 의미에서 ‘히스클리프’는 우리가 가진 무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아닌 척,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 있어도 우리는 어디까지나 인간 본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웃음과 친절로 본능에 가까운 이런 속사정을 감추고 산다. 다양한 단체 활동을 통해 적절히 거리를 두는 법, 가면을 쓰는 법을 학습한 결과다. ‘히스클리프’는 신분의 차에서 오는 절망감, ‘캐서린’에 대한 배신감들로 괴로워한다. ‘캐서린’에 대한 사랑과 ‘힌들리’, ‘에드가’에 대한 증오 사이에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히스클리프’는 마침내 자신의 죽음의 순간을 앞두고 사랑하는 여인 ‘캐서린’의 무덤을 찾아간다. 집착을 넘어선 광기로 표현된 그의 사랑은 어딘지 측은하고 쓸쓸하다. 본능적이고 야만적인 ‘히스클리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왠지 모를 비감함을 느낀다. 아마도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각자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때로 누군가에게 ‘속물’이란 말을 듣는다. 누군가는 이런 말에 기분이 나쁘거나 솔직한 성격이라면 바로 불쾌감을 표현할 것이다. 그러나 연극 ‘폭풍의 언덕’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모두는 속된 말로 ‘속물’이다. 그러나 불쾌해할 필요는 없다. 외로운 건 못 견디고,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사랑 받길 원하고, 각자 마음 한 구석엔 시커먼 속셈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우리는 처음부터 악한 존재이므로. 이런 자신의 존재를 우리는 인정할 필요가 있다. 진정 인간적인 면모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앞에서 언급했던 ‘우리가 잃어버린 지독하고 강한 사랑’은 아마도 이런 걸 말하는 게 아니었을까. 

[뉴스테이지=최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