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톡톡 talk] 모범생들의 모범 되지 못한 수다
연극 ‘모범생들’
연극 ‘모범생들’은 ‘김종욱 찾기’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쑥부쟁이’ 등의 창작극을 발굴했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돌곶이가 선보이는 창작극 시리즈’로 지난 2007년 첫 선을 보였다. 이 작품은 초연에서 보여준 절제된 연기와 무대, 명확한 주제의식, 연출가 김태형의 젊은 감각 등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진예술가 지원선정작, 2009 아르코챌린지선정작으로 꼽힌 이 작품은 올 들어 벌써 두 차례의 공연을 마쳤다. 연달아 무대에 오르면서 작품의 농도와 ‘모범생들’만의 색채는 더욱 진해졌으며 감각적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모습으로 관객들 곁에 다가서고 있다.
꽃보다 남자 ‘F4’도 울고 갈 ‘모범생들’의 조합, 무대 위를 채우는 네 명의 훈남(?). 연극 ‘모범생들’의 주인공을 소개한다. “네가 회사 다닐 때, 회사 하나를 차리겠다는” 남자, “네가 집장만 하겠다고 적금 부을 때, 난 네 적금 만기액 만큼을 연봉으로 받겠다는” 남자. 이쯤해서는 ‘훈남’이 아니라 혼내주고 싶은 남자, ‘혼남’이 맞을 듯싶다. 어찌됐건 머리 하나는 비상하여 소위 ‘상류층’ 사회로 접어든 모범생들, 이 네 남자와의 길고도 짧은 수다를 시작한다.
◎ 독자를 위한 배우들의 ‘내 멋대로 신상공개’
기자: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배우들 실제 나이는 몇 살?
김종태(종태 역): 35살.
홍우진(민영 역): 30살.
이호영(명준 역): 30살.
김슬기(수환 역): ‘방년’ 이십칠세…….
기자:나이가 조금 ‘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다들 이렇게 ‘성인’일 줄이야…….
배우일동: 참고만 할뿐, 나이 공개는 안한다며?
기자: 인생 뭐 있어?
기자: 맛깔스런 자기소개 부탁해.
김종태(종태 역): 모범생(?) 안종태 역할을 맡은 배우 김종태야.
홍우진(민영 역): 서울 출생. 태어나서 반장 해 본적 단 한 번도 없다! 야호!
이호영(명준 역): 나는 잘 먹고, 잘 싸고 무엇이든 소화 잘하는 건강한 대한민국 청년.
김슬기(수환 역): 6년째 여자 친구 없이 자ㅡ알 살고 있는 김슬기.
기자: 자기소개들이 왠지 구성지다.
◎ 연극 ‘모범생들’의 출연진은 실제 ‘모범생’이었다?
기자: 자, 그럼 본격적인 질문을 시작해볼까? 연극 ‘모범생들’ 안에서 배우들은 저마다의 스타일은 달라도 나름 장래가 촉망되는(?) 모범생들이잖아. 그렇다면 ‘모범생’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실제 학창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해.
김종태(종태 역): 나는 담임선생님이 포기한 학생. 공부는 조금 했어. 수학 ‘가’였으니까.
기자: 종태군 학교는 성적을 ‘수우미양가’가 아니고 ‘가나다라마’로 분류했구나(웃음).
기자: 그럼 종태군을 제외하고 학창시절 가장 놀았을 것 같은 사람은?
홍우진(민영 역), 이호영(명준 역): 김슬기!!!!!!!
홍우진(민영 역): 슬기는 실제로도 형들 말 안 들어. 자기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니까.
이호영(명준 역): 암 그렇고말고. 같이 공연 해보면 다 알지.
김슬기(수환 역): 왜 나야! 나는 우진이 형. 왠지 사춘기가 크게 왔을 것 같은 사람이야.
기자: 2대 1로 김슬기군 당첨.
기자: 반대로 가장 모범생이었을 것 같은 사람은?
김종태(종태 역): 우진이. 나름 자기 관리는 잘했을 것 같지만, 역시 공부는 내가 짱이지.
홍우진(민영 역): 홍우진(소근). 실제로도 굉장한 모범생이었대!
기자: 아 그렇구나.…….
이호영(명준 역): 김종태. 대화를 해보면 감이와.
김슬기(수환 역): 나. 보라, 이 명석한 두뇌를…….
기자: 결론은 모두들 모범생이었다는 이야기?
기자: 하지만 이번 질문을 통해 다 들통 나게 돼있지. 학창시절 해본 가장 나쁜 짓은?
김종태(종태 역): 거울을 발등에 붙여서 선생님 치마 본 일.
홍우진(민영 역): 워낙 모범생이었거든. 나쁜 짓 해 본 기억이 없네.
이호영(명준 역): 도벽. 9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유행이었다. 유행이었다. 정말이다.
김슬기(수환 역): 대학가에서 대학생인 척 하고 술 먹기.
기자: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 도둑질 빼고(호영군에게 한 말 아님).
김종태(종태 역): 연애랑 밴드부 활동. 난 그렇게 짝사랑만 해댔지. 후.
홍우진(민영 역): 남녀공학인 학교로 전학부터 갈 거야.
이호영(명준 역): 밴드부 활동. 음악을 좋아해. 지금도 해보고 싶어.
김슬기(수환 역): 연애. 첫사랑과 잘해보고 싶어.
기자: 슬기군의 첫사랑 어디계세요! 이 남자 6년째 솔로랍니다. 봉사해줍시다.
◎ 연극 ‘모범생들’ 출연진이 전하는 작품 밖 이야기
기자: 연극 ‘모범생들’을 모르시는 독자들을 위해서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소위 모범생이라 불리는 명문외고의 학생들이 치밀하게 단체 컨닝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컨닝은 서로의 욕망으로 인해 결국 발각,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 ‘모범생들’의 주인공들은 누구하나 처벌받지 않고 훗날 사회적 엘리트로 성장한다는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인성이야 어찌됐든 공부만 잘하면 장땡이죠. 하지만 이렇게 울적한 주제와는 달리 연극 ‘모범생들’은 다양한 재밋거리와 쉽게 다가오는 드라마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진지한 상황 속에 숨은 유머와 재치만점의 대사들은 연극 ‘모범생들’의 백미라고 할 수 있죠. 다시 배우들과의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기자: 나만의 컨닝 방법을 공개해보자.
김종태(종태 역): 기자라는 사람이 이런 몹쓸 질문을…….
홍우진(민영 역): 난 대한민국 0.3%라서 그런 거 안 해.
이호영(명준 역): 나는 시험에 관심이 없어서 컨닝을 안 해봤어.
김슬기(수환 역): 앞 친구에게 글씨를 크게 쓰라고 하지 뭐.
기자: 다들 본성은 착하군…….
기자: 네 배우 중 교복 간지로 빛을 발하는 사람은 누구?
김종태(종태 역): 우진이. 직접 보고 확인해봐.
홍우진(민영 역): 홍우진. 교복 원단부터가 다르지.
이호영(명준 역): 이호영. 난 안다. 내가 얼마나 멋있는지를.
김슬기(수환 역): 종태 형. 십년은 젊어 보인다. 그래봤자 스물다섯이지만…….
기자: 공연 중 격투 하는 장면 대단하더라고. 실제를 방불케 하는 격투씬, 에피소드는? 이쯤해서 우진군은 할 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네?
김종태(종태 역): 매일 수술이 필요한 명찰, 교복. 우진이 얼굴 한 번 다쳤어. 범인은 나.
홍우진(민영 역): 나 지금 얼굴 멍들었어.
이호영(명준 역): 나만 조심하면 돼.
김슬기(수환 역): 호영이 형 빨간 팬티 입은 날 바지 터진 사건. 교복 넥타이가 왜 엉덩이에 붙어있나 했어.
기자: 마지막 질문, 연극 ‘모범생들’을 10자 내로 소개해봐!
김종태(종태 역): 웃다, 울다, 씁쓸할 것이다!
홍우진(민영 역): 난 아프지 않아! 피곤할 뿐이야!
이호영(명준 역): 시원하고 쓰린 우리의 삶. (사실 ○○이라고 적고 싶었어)
김슬기(수환 역): 유쾌, 통쾌, 불쾌!
[뉴스테이지=심보람, 조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