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집 벽지는 누구 재산?.."헷갈린다~헷갈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성승제 기자] 그린손해보험이 세입자가 사는 집의 벽지를 누구 재산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로 집주인인 가입자와 분쟁을 빚고 있다.
가입자는 세입자가 벽지를 사서 공사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세입자의 재산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사는 집주인인 가입자의 재산이라고 유권 해석했다. 세입자의 재산일 경우 보험 배상금이 지급되고 집주인의 재산일 경우 보험사의 배상금 지급 책임이 면책된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3층짜리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이 모(남.48세)씨는 지난 2006년 5월 그린손해보험의 일반배상책임보험에 무료 가입된다는 혜택을 내걸은 우리은행 개인연금저축보험에 가입했다.
매달 30만원씩 수년간 적금을 납부해 오던 중 이 씨는 지난 2월 16일 거주하는 3층 집의 수도 누수사고로 이 씨 집은 물론 세입자가 사는 2층 집까지 침수되는 피해를 당했다.
다행이 서둘러 진압해 1층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지만 2층 세입자의 벽지와 생활용품들이 모두 침수 돼 버렸다.
이 씨는 일부 생활용품은 자비로 충당하더라도 비용이 큰 벽지는 그린손해보험에서 보상받기로 하고 총 184만원의 비용을 청구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린손해보험 측은 배상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 씨가 항의하자 그린손해보험 측은 “자문 변호사와 상담한 결과 본인 소유의 재산은 보상금 지급이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씨는 “벽지를 왜 소유주 재산으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만약 변호사가 그렇게 봐야한다면 보험 가입자는 그저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항의했지만 보험사 측은 ‘배상불가’란 우편물 통보로 마무리 지었다.
이 씨는 보험사 측에 “일반적으로 세입자가 이사 올 때 벽지는 소유주가 아닌 세입자 돈으로 구입한다. 2층 역시 세입자가 벽지를 구입했고 작업도 알아서 처리했다”고 설득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 씨는 지난 4월 초 금융감독원에 민원도 제기 했지만 스트레스만 더 쌓였다.
그는 “4월 초 금감원에서 그린손해보험에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안내했고 보험사도 이를 승인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며칠 후 뜬금없이 ‘얼마를 원하느냐’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더니 그 정도 금액은 힘들다. 채무부존재를 법원에 신청할 테니 알아서 하라고 통보해왔다”면서 “금감원에는 중재를 받아들일 것처럼 말하더니 막상 가입자에게는 이중 잣대를 들이댔다”고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린손해보험 측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린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이 씨의 소유로 되어 있다. 그런데 벽지를 세입자의 재산을 봐야 하는지, 집 주인의 재산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있는데 지금까지 법원의 판례는 집 주인의 재산으로 인정되어 왔다”면서 “만약 세입자의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이 침수가 됐다면 이는 세입자의 재산이기 때문에 당연히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겠지만, 벽지는 사정이 다르다. 변호사를 통해 자문을 구한 것도 이런 판례에 따른 것 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금감원 통보에 대해서도 “이 씨의 자택을 직접 방문한 결과 벽지의 일부분만 침수가 돼 있었다. 이는 비용이 50만원을 채 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가급적 중재를 하고 합의를 유도하라는 것이었다. 50만 원선에서는 합의를 해주려고 했지만 고객이 184만원이라는 많은 돈을 요구했고 위자료 1천만 원도 추가로 요청했다”면서 “벽지를 어느 회사에서 했는지 연락처를 물었지만 가르쳐주지 않았고 따라서 100만원이 넘는 보험금과 1천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만한 사유가 없어 할 수 없이 채무부존재로 법원에 소송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씨는 “집안에서 벽지는 통일된 색상으로 맞춰야 한다. 일부분만 하면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다. 이 때문에 방과 거실까지 벽지를 새로 하기 위해 보상금을 청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사고 직후 그린손해보험에 벽지 견적서를 보냈고 담당자도 금액에 대해 충분히 동의했다. 그런데 뒤늦게 터무니없는 금액을 제시해 수용할 수 없다”면서 “말을 이렇게 바꾸면 그동안 힘들었던 정신적인 피해 보상금조로 1천만 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쏘아부친 것뿐인데 이를 꼬투리 잡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