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G마켓 자전거 보니 전라도가 일본 땅?"
원산지 '멋대로' 표기 불만 쇄도 ..'미국 이외의 국가'는 어디?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기자] “원산지 확인하기가 수수께끼 푸는 것 보다 어렵네요~”
원산지 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애매모호한 표기로 혼란을 주거나 엉뚱한 원산지를 표기하는 사례들이 많아 판매를 위한 고의적인 속임수라는 의혹이 줄을 잇고 있다.
‘원산지’는 구매선택에 있어 중요한 기준. 똑같은 제품이라도 원산지에 따라 소비자의 신뢰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제공 받은 상품이 주문 시의 표시ㆍ광고 등의 내용과 다를 경우 공급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 그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0일 이내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판매업체들은 ‘개봉이후 반품 불가’등의 이유로 반품을 거절하거나 소비자에게 추가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은 등한시한 채 어떠한 경제적 손실도 보지 않겠다는 일부 업체들의 뻔뻔한 대응에 소비자들만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전라도가 일본의 한 지역?
대구 황금동의 김 모(남.52)씨는 지난 3월 G마켓에서 원산지가 ‘일본’이라고 표시된 아프로디테라는 여성용 자전거를 28만 원가량에 구매했다.
하지만 배송 받은 제품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악해 실망한 김 씨는 수소문을 통해 전라도에 소재한 K자전거라는 업체에서 조립, 판매된 제품임을 알게 됐다.
김 씨는 “한국에서 조립한 제품이 버젓이 ‘원산지 일본’으로 표기돼 판매되고 있다. 나처럼 잘 못 구매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소비자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 제보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G마켓 관계자는 “조립상품의 원산지 표시는 주요 부품의 원산지 또는 조립이 이뤄진 국가명을 표시하는 것이 맞다”며 “판매자에게 ‘원산지 일본’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자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그러나 현재 해당 상품 페이지의 원산지는 ‘상세설명참고’로 변경돼 있으며, 판매자가 G마켓 측으로 항변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곧바로 원산지를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품마다 다른 원산지?!
소비자 홍 모씨는 지난 4월초 오픈마켓인 옥션을 아이에게 선물할 완구를 구입했다. 인터넷을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 본 결과 중국산 보다 미국산이 훨씬 정교하고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가 사용하는 제품이란 생각에 가격도 비싸도 배송기간도 길었지만 원산지가 미국인 제품을 구매했다.
보름 후에 도착한 제품을 조립해 사용하는 데 장난감 자동차의 우측 앞바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처음이라 연결부분이 뻑뻑해서 그러려니 했지만 2,3일이 지나도 나아지긴 커녕 제품의 엉성함만 도드라졌다.
완구 이곳저곳에서 연이어 발견되는 얼룩에 그제야 제조 원산지를 확인한 홍 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원산지-중국’이라고 떡하니 적혀 있었던 것.
이에 판매업체에게 문제제기하자 “판매당시 원산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홍 씨가 살펴보자 헤드라인과 메인 광고 시에는 원산지를 '미국'이라고 기재해 두고 중간쯤에 '원산지는 상품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둔 사실을 확인하자 실소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품을 요청하자 판매업체는 ‘포장박스가 없다’는 포장비와 배송비로 5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요구했다.
홍 씨는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다른 업체들은 모두 ‘중국’이라고 원산지를 정확히 밝혔다. 이런 식의 속임수에 돈 잃고 바보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분개했다.
▶ ‘미국이외의 국가’란 대체 어디?
경기 화성시 병점동의 박 모(남.31세)씨는 지난 6월 2일 동생선물로 11번가에서 수입 구두를 ‘해외 구매’ 방식으로 16만 8천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막상 받아 본 상품은 광고와는 달리 색상과 품질은 물론이고 착용감마저 좋지 않았다.
박 씨는 많은 웹서핑을 통해 구입 당시 원산지가 미국이라고 생각해 구입한 제품이 ‘made in china’임을 알게 됐다. 판매자에게 문의하자 사이트에 중국 제품이라는 정보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해당 판매자 사이트에는 ‘미국이외의 국가에서 제조 및 수입’라는 모호한 설명뿐이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미국이외의 국가라는 것에 중국 제품이라는 의미가 포함 된다”고 주장했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들어 반품을 요청하자 해외배송이란 이유로 3만 5천원의 비용을 청구했다. 오랜 통화에도 좀처럼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박 씨는 “지구상에 미국이외에 나라가 얼마나 많은데 이런 주먹구구식 원산지 표기가 있을 수있냐”고 맹렬히 비난했다.
이에 대해 11번가 관계자는 “해당제품은 OEM방식으로 제조되는데 제조회사들이 중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베트남 등 세계 여러 나라에 나눠져 있어 배송되기 전까지는 판매업체도 정확한 원산지를 알 수 없어 이같이 표기했다”며 “해외배송 제품이라 국제 요금으로 반품해야 하는데 소비자가 무상반품을 요구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