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본인 확인 안했다~억울하면 아버지 고소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진아 기자] 10여 년 전 가족과 인연을 끊은 아버지가 아들의 명의를 도용해 케이블방송에 가입해놓고 요금을 납부하지 않아 그 책임이 자녀에게 돌아가게 된 사건이 일어났다. 고객이름만 가지고도 가입이 가능해 발생한 문제로, 케이블방송 가입절차의 허술함이 지적되고 있다.
충북 청주의 김 모(여.29세)씨는 얼마 전 티브로드 기남방송에서 보낸 체납고지서를 받고 경악하고 말았다. 김 씨의 동생 앞으로 위약금과 연체료를 합산해 70만원이란 거액이 청구된 것.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 다른 집에서 남남처럼 살아온 아버지가 동생 명의로 기남방송에 가입해놓고 요금을 체납해 그 책임이 고스란히 동생에게 전가돼버린 상황이었다.
김 씨는 “가입 시 본인확인도 제대로 안 해놓고 이제 와서 요금을 내라고 하면 어떡하나”고 항의했다. 회사 측은 “아버지가 명의를 도용했다면 고소하라”며 “그러면 면책을 해주겠다”고 선심 쓰듯 말했다.
김 씨는 “가입 시 설치기사가 방문해 이름만 확인하고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생이 가입했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신분증이나 서명도 없는데 아무 문제없이 가입이 됐다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명의를 도용한 아버지에게 있겠지만, 가입자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본인확인도 제대로 안하고 가입설치해준 것은 회사 측의 과오가 아니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또한 “기남방송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기는커녕, 아버지를 고소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계속 고소만 독촉하고 있다”며 “인륜을 이용해 책임을 피해가려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냐”며 흥분했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기남방송 관계자는 “가입 시 본인확인이 제대로 안된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측의 과실을 인정해 위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며 “소비자도 일정부분에 대해 과실을 인정하고 사용료는 납부하기로 합의 봤다”고 밝혔다.
김 씨는 “제보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회사 측에서 아버지에게 연락해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사용료는 아버지 쪽으로 청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