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람 잡는 요금 3년 몰래 인출"

초고속 인터넷 '빨대'주의보.."쥐도 새도 모르게'쏙쏙'"

2009-06-24     백진주 기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기자] “남의 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이렇게 멋대로 빼가도 됩니까?”

LG 파워콤, KT QOOK, SK브로드밴드 등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막무가내 식 요금 인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초고속 인터넷 업체들은 대부분 가입자들이 사용 요금을 자동이체 시켜 놓고 있는 점을 이용 ▶가입해지 미처리로 인한 사용요금 ▶신청하지도 않은 부가서비스 요금 ▶감면처리 된 위약금 등을 무차별 빼가고 있다.

자동이체 가입자들은 특히 청구서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아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수년에서 수개월간 잘못된 요금이 인출돼도 모르고 넘어가기 일쑤. 더욱이 요금 추가할인 혜택을 보기 위해 ‘이메일 청구서’를 신청한 가입자들은 아예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청구서를 스팸처럼 여겨 챙겨보지 않기 때문에 통장에서 물새는 돈을 막기 쉽지 않다.

소비자들은 “한 달만 밀려도 득달같이 미납 독촉을 하면서 잘못 인출된 요금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해결도 질질 끌면서 부당하게 인출한 돈의 이자만으로도 금세 부자가 될 것”이라고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가입자도 모르는 엉뚱한 유료서비스요금 3년간 인출

수원 조원동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권 모(여.29세)씨는 수년전부터 가게컴퓨터의 인터넷 사용을 위해 KT인터넷을 이용해 왔다. 다른 업체와 요금을 비교해보니 다서 비싼 듯해 지난 4월경 요금할인이 된다는 ‘3년 약정’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했다.

며칠 전 권 씨는 이메일청구서를 확인하던 중 ‘상세보기’를 확인하고 무심코 클릭해 내용을 확인했다. 내역에는 부가서비스라는 항목으로 ‘크린아이’에서 매달 3천원이 요금에 빠져나가고 있었다.

너무 황당해 KT로 문의하자 유해사이트 차단프로그램으로 2007년 2월부터 등록되어 자그마치 3년 동안 10만원이 넘는 금액이 인출된 것이었다.

‘서비스 설치에 대한 증거자료’를 요청하는 권 씨에게 상담원은 어떤 명쾌한 답도 주지 못했다.

권 씨는 “미용실 손님들을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 별도의 부가서비스 등을 가입할 필요가 없다. 유료부가서비스라면 인증절차가 있을 텐데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하다니...”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서비스는 해지해도 요금은 계속 인출

용인시 상현동의 변 모(남.37세)씨는 지난 2월초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 IPTV 및 전화를 한꺼번에 쓸 수 있는 패키지서비스에 가입했다.

설치 후 지속적으로 인터넷과 전화 끊김 현상이 반복됐고 2회에 걸쳐 라우터(랜을 연결해주는 장치)등 기기를 교체 받았다. 교체 당시 한 번 더 기술적인 문제 발생 시 위약금 없이 서비스해지를 약속받았다.

몇 주 후 다시 문제가 발생해 약속대로 3월 7일자로 해지하고 다음날 바로 다른 회사 서비스에 가입해 이용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말경 우연히 통장정리를 하다 SK브로드밴드 앞으로 4월 6만 4천원, 5월 3만 4천원이 인출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확인 결과 인터넷 전화만 해지 처리되어 위약금을 포함한 인터넷 사용료가 그대로 청구됐음을 알게 됐다.

고객센터로 항의를 하고서야 다시 해지처리를 완료하고 요금을 환불받을 수 있었다.

변 씨는 “가입은 누락 없이 처리하면서 해지처리만 누락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만약 내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수개월간 수십만 원의 요금을 인출했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냐”고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이어 “서비스 해지와 동시에 소비자의 이체계좌 등의 개인 정보는 말끔히 정리되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위약금 감면 약속?...글쎄”

대구 파산동의 서 모(남.26세)씨는 지난 1월경 이사를 하게 되면서 LG파워콤의 인터넷서비스를 해지했다.

‘설치불가지역’으로 이전설치가 어려워 부득이 해지를 해야 했다. 당시 고객센터로부터  “자동해지로 위약금은 청구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 통화 직후 정상적으로 해지됐음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도 도착해 해지와 관련한 모든 걱정을  떨쳐버렸다.

그러나 며칠 후 LG파워콤 측에서 “인터넷서비스 가입 시 인터넷 전화기를 설치했냐”는 문의 연락를 받았다. 서 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가입 시 전혀 언급이 없었던 단말기 비용에 대해 안내했다. 황당했지만 월사용 요금이  몇 천원에 불과하다는 안내에 인터넷전화는 해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2달여 후인 지난 3월 25일 서 씨는 통장에서 19만 5천원이 인출된 걸 알게 됐다. 고객센터로 문의했으나 ‘확인 후 연락 주겠다’는  답변 뿐 이후 어떤 사후 연락도 없는 상태다.

서 씨는 “해지와 함께 자동이체는 차단하는 게 기본 아니냐? 눈 크게 뜨고 지키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돈이 새어나가는 세상이니 겁나서 자동이체도 못 할 지경”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가입 시엔 ‘회원님’이지만 가입 후에는 업체의 처분만 기다리는 ‘노예’가 되는 게 당연한 수순인 모양”이라며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