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묻은 공짜 내비게이션~미끼 물면 '끝'"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성승제 기자] “공짜 내비게이션을 설치해주겠다는 낚시질에 걸려 수백만 원을 날렸습니다”
공짜 내비게이션 허위 낚시질이 판을 치고 있다. 공짜로 내비게이션을 주겠다는 전화를 받아 “웬 횡재냐”하고 응했지만 무료통화권이나 주유권 등을 빌미로 교묘하게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대금을 뜯어가는 상술이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는 것.
막상 대금결제가 이루어지면 거의 무용지물인 무료통화권을 주거나 약속한 주유권을 등을 주지 않는 수법으로 잇속을 챙기고 있다. 계약을 해지하려 해도 차량에 장착하는 내비게이션의 특성상 철수가 쉽지 않고 청약철회 기간 중엔 업체가 아예 연락두절 되는 경우도 많다. 청약철회기간이 지나면 위약금 폭탄으로 제압하는 수법이 동원된다.
특히 지방에 사는 고객들이 이들이 노리는 주 타깃이다.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러 서울에서 힘들게 왔다는 식으로 심리적인 부담을 떠안기고 반대로 장착된 내비게이션을 철수시켜 달라고 찾아오지도 못하게 하려는 방편.
이 같은 기만적인 내비게이션 판매에 대해 서울북부지법은 작년 12월 D사 대표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공짜 내비게이션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 같은 유혹을 받으면 주변사람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반드시 신뢰할만한 업체인지 확인하고 계약을 했을 경우에는 재빨리 내용증명으로 계약해지를 요청한 다음 소비자단체나 경찰에서 신고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사례 1 = 전라북도 고창에 사는 노 모(남.41세)씨는 지난 달 25일 M사 직원으로부터 기존의 내비게이션을 반납하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내장형 내비게이션으로 교체해주고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모두 무료로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제안에 노 씨는 바로 승낙을 했고 다음 날인 26일 경북 고창 지역에서 직접 직원과 만났다.
그러나 직원은 노 씨에게 엉뚱하게 매달 휴대폰 요금이 얼마 나오느냐고 물어본 뒤 앞으로 휴대폰 요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해주면 내비게이션 무료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새 내비게이션을 차량에 장착했다.
설치 후 직원은 노 씨에게 470만원에 해당하는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줄 테니 현금 400만원을 달라며 카드론 대출을 권유했다.
하지만 카드 한도로 카드론 대출이 거절되자 직원은 신용카드 단말기로 24개월 할부 결제했고 최종 계약서까지 작성했다.
노 씨는 그래도 일단 계약서에 서명을 했으니 사용해 보자는 심정으로 무료통화권에 대해 알아보고 다시 기겁했다.
알고 보니 무료통화권은 기본료와 문자요금은 제외되고 순수 통화료 요금만 결제되는 시스템이었던 것.
그는 “순수한 통화료는 매 달 2만원 안팎인데 무료 통화권을 모두 사용 하려면 10년이 넘게 걸린다. 이 기간 동안 무료통화권을 제대로 사용할지도 의문이고, 새 내비게이션도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아 곧바로 해지요청을 했지만 단 번에 거절당했다”고 호소했다.
해지를 하려면 직접 본사가 있는 서울에 가야하고 위약금 27%(108만원)를 물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는 “구입한지 하루도 안됐는데 27%의 위약금은 너무 한 것 아니냐. 서울로 오라는 것도 심리적인 부담을 주려는 속셈”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례 2 = 전남 광주에 사는 이 모(여.27세)씨 아버지는 작년 6월경 H사 직원으로부터 현재 사용 중인 내비게이션을 새 내비게이션으로 무료로 교체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 씨의 아버지가 사용하는 ‘노바’ 내비게이션이 부도난 회사 제품인데 자신들이 그 회사를 인수한 기념이라는 명분을 달았다.
평소 내비게이션 지지대가 불안정하고 업데이트가 원활하지 않아 불편했던 이 이 씨의 아버지는 흔쾌히 응낙했다.
그러나 며칠 후 만난 직원은 갑자기 350만 원을 결제하면 휴대폰 무료통화권을 평생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을 바꿨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이 씨의 아버지는 곧바로 거절했다.
며칠이 지나 직원은 또 다시 340만 원을 결제하면 6개월에 한번씩 60만 원짜리 주유권을 보내준다고 제안했다.
수차례 설득당한 끝에 이 씨의 아버지는 6개월에 한번씩 60만 원짜리 주유상품권을 지급받고 5년간 내비게이션을 무상 AS및 업그레이드를 받는 조건으로 340만 원을 카드결제 했다.
이후 첫 번째 주유권은 제 때 도착지만 6개월 후 받기로 한 주유권은 소식이 없었고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다시 전화를 주겠다는 말 뿐 연락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씨의 아버지는 3월 중순경 계약 해지를 위해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회사는 이미 사무실마저 이전한 상태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이 씨 아버지는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를 지켜본 이 씨가 나서서 해당 업체를 찾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한 순간에 340만원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인 이 씨는 지난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융감독원과 소비자원,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등에 부당 결제임을 알리고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이 씨는 “적극적인 피해사실을 각 기관과 언론사에 알리면서 다행히 돈을 되찾을 수 있었지만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라며 “아버지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고 지난 5개월간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이 일에만 매달렸다. 피해를 당하고 수습하는 것보다 사전에 방지하는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새삼 알게 됐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사례3 = 경북 영주시에 살고 있는 김 모(남.40세)씨 역시 최근 M코리아라는 업체로부터 김 씨가 사용하고 있는 내비게이션 프로나비를 구입한 고객에 한해 최신 내비게이션으로 교환해 준다는 홍보 전화를 받았다.
내비게이션을 무상으로 설치해 줄 테니 휴대폰 요금을 자신들의 회사에 카드로 자동납부만 해주면 된다고 안내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생각했던 김 씨는 내비게이션 설치를 수락했고, 일주일 여가 지난 뒤 설치기사가 찾아와 김 씨의 차량에 최신형 내비게이션을 장착했다.
설치를 마친 담당직원이 김 씨에게 계약서를 내밀며 평소 휴대폰 이용요금과 사용 신용카드를 조회하더니 무료통화권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했다.
무료통화권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을 뿐더러 매 달 핸드폰 요금이 10여만 원씩 나오는 만큼 별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김 씨는 이를 승낙했다.
담당직원은 480만 원을 카드론으로 받아 결제를 해주도록 요청했다. 무료통화권을 한 번에 구매해야 수수료와 세금 등을 감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둘러댔다. 또 무료통화권을 구입하면 시가 30만 원가량의 후방카메라도 설치해 준다고 유혹했다.
카드 론에 대한 이자도 감면해 준다고 하는데다 후방카메라 설치까지 해준다는 말에 김 씨는 480만 원을 카드 론으로 대출 받아 업체 쪽으로 입금해 줬다.
그렇게 모든 절차가 마무리 된 뒤 집으로 돌아 온 김 씨는 인터넷을 통해 업체명인 M코리아를 검색해 보자 회사가 검색되지 않았고, 비슷한 유형의 사기피해 사례가 많은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당황한 김 씨가 담당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내비게이션을 시중가로 살 테니 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구하자 담당직원은 480만 원의 27%를 위약금으로 물어야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씨가 다른 방법을 묻자 담당직원은 “내비게이션 시중가 120만 원, 500분 무료통화권 구입비 21만 원 등을 차감한 돈을 환불해 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해지를 하고 싶었던 김 씨는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였고, 나머지 금액을 입금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수일이 지나도록 돈이 입금되지 않았다. 수차례에 걸쳐 환불을 요청했으나 그 때마다 담당직원이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절하더니 현재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말을 바꾼 채 ‘나 몰라라’하고 있다.
김 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마치 공짜로 구형 내비게이션을 보상해주는 것처럼 속인 뒤 무료통화권을 구입하게 하고도 청약철회를 요청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런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캡처=YTN, MBC,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