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과 '쓰리 고'의 불운

2009-06-29     유성용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회장 박삼구)은 대우건설을 인수한지 3년만에 되팔면서 어떤 손익계산서를 손에 쥐고 있을까?


사옥과 금호생명 등 주요 계열사까지 매각하며 대우건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갈수록 답이 안나오는 손익 계산서 때문에 결국 3년만에 앞발 뒷발 다 들었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12월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3번의 무리한 '고'를 했다. 고스톱판에서도 하기 어려운 '쓰리 고'베팅이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첫번째 베팅은 내 지갑에 돈도 없으면서 빌려서 베팅을했다는 것이다.당시 대우건설 인수 가격은 6조4천억원이었다. 금호아시아나는 산업은행등 18개 금융기관에서 3조원 가량을 빌려서 '고'를 했다.

 두번째 베팅은 판돈 먹으면 이를 더 키워 돈 빌려 준 사람들에게 크게 쏘겠다는 계약을 한 것이다.판돈이 담보였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에 담보로 대우건설 주식에 풋백옵션(매도 선택권)을 제시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이 두번째 베팅 때문에 결국 지갑 전체가 위협을 당하는 위기를 맞게됐다.

채권단에 제공한 풋백옵션 행사가격은 주당 3만2천원이다. 올해 말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이에 미달하면 주가 차액만큼을 금호아시아나가 채권단에 보상해야 한다. 판돈 규모가 계약액을 밑돌면 지갑을 모두 털어서라도 약속을 지켜야한다.

작년 금융위기와 건설경기 침체로 대우건설 주가는 한때 6천원 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만2천원대로 회복됐다.지난주 종가는 풋백옵션 기준가에는 한참 못미치는 1만2천850원이다.

올해 말 채권단이 풋백옵션을 행사하면 금호아시아나는 4조원 안팎의 자금이 조달해야한다. 매각이 진행 중인 금호생명을 매각해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2조원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그룹의 기관차인 아시아나항공이 고유가와 여행경기 불황으로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대우건설도 미분양과 해외 건설 경기 악화 때문에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우건설외에 또 한번 4조원이상의 '고'를 했다. 대한통운을 4조1천억원에 인수했다. 세번째 '고'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손익계산서를 살펴 보자.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을 인수한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주당 2만6천262원이었다. 당시 대우건설의 주가는 1만8천원 안팎이었다.
 현재 대우건설주가는 1만3천원을 밑돈다.

건설경기도 아직 시원찮고 초우량인 현대건설도 매물로 나와 있다. 인수대금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판 뒤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대우건설 주가가 올 연말까지 3만2천원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매각 대금으로 풋백옵션을 막아야 한다.

 지분 전량(72%)에 경영권 프리미엄(20%)을 얹어서 팔아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대우건설 주가를 감안하면 3조6113억원에 불과하다.

결국에는 금호생명을 포함해 자구안으로 내놓은 매물을 추가로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 


재계 역사책에 '베팅 경영'의 대표적인 위험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대우건설 M&A 일지>
  
▲1999. 8. 26 ㈜대우 등 대우그룹 12개사 워크아웃 개시
▲2000. 1. 29 23개 투신사 보유 대우채권(18조4천억원) 양도.양수 계약 체결
▲2000. 12. 27 대우,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 및 잔존회사인 ㈜대우로 분할
▲2001. 12. 29 채권단 출자전환 결의
▲2003. 12. 30 대우건설 및 대우인터내셔널 워크아웃 졸업 및 출자지분 공동매각 협의회 구성
▲2004. 11. 11 매각주간사(시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삼성증권) 선정
▲2005. 8.22-11.4 대우건설에 대한 매각자문사 실사
▲2005. 12. 9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
▲2005. 12. 16 예비입찰안내서 발송(18개사)
▲2006. 1. 20 예비입찰제안서 접수(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등 10개사)
▲2006. 1. 26 최종입찰대상자 선정(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6개사)
▲2006. 2. 13 최종입찰대상자의 대우건설 실사(5.19 종료)
▲2006. 6. 9 최종입찰제안서 접수 (5개사)
▲2006. 6. 22 공자위, 전체회의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아시아나 선정
▲2006. 11. 15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인수 본계약
▲2009. 6. 1 금호아시아나-산업은행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7월까지 대우건설 풋백옵션 재무적 투자자 모집)
▲2009. 6. 28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재매각 발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