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황상태’ 상병 구하기?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 의 주인공 한성용을 만나다

2009-07-07     뉴스관리자
옛날 옛적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장자라는 한 사상가가 있었다. 깜빡 하고 잠이 들었던 어느 날,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잠에서 깬 장자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장자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건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 도대체가 물아(物我)의 구별이 없는 물아일체의 지경이었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주인공 한성용 또한 마찬가지다. 핀 조명이 내리쬐는 무대 위에서 배우 한성용은 자신이 연기하는 ‘황상태’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아니, ‘변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많은 부분이 ‘황상태’와 닮아 있었다.

-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사고뭉치!”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의 오디션 현장에서 배우 한성용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의견으로 ‘황상태’역에 캐스팅됐다. 배우 한성용의 모습 위로 잃어버린 트럼펫 피스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리는 ‘황상태’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배우 한성용은 자신 스스로도 ‘황상태’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고 말한다. 그는 “처음 대본을 읽어보고 나서 욕심이 생겼어요. 이 역할은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능청스럽고 사고뭉치라는 캐릭터 설명을 보고 ‘어? 나도 사고뭉친데’, ‘나도 한 사고 치는데’ 하면서 끌리게 됐죠”라며 역할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주인공 보단 조연이나 멀티맨 역할을 많이 해서 주인공인 ‘황상태’ 역은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다는 그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한성용식 ‘황상태’를 차근차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국내 최초 군악대라는 소재를 가지고 쓴 창작 뮤지컬인 만큼 악기를 불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도 상당했다. 특히 멜로디를 끌고 가야 하는 트럼펫을 연주하는 배우 한성용은 “트럼펫이라는 악기는 처음 배우는 거였는데, 불면서 조금씩 부담이 생겼어요.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참 예민한 악기라서 다루기도 좀 힘들었고, 짧은 기간 동안 연습하다보니까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라며 연기와 악기 연주를 병행해야 하는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뮤지컬에 사용되는 모든 음악을 녹음 없이 백퍼센트 배우들의 라이브 연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배우들의 악기 연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인 셈. 입술이 부르트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해 처음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불었을 때 기분은 정말 좋았다고 그는 회상한다.
군악대라는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군대라는 삭막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다. 작품 안에 녹아져있는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들은 웃음 뒤에 ‘울컥’하는 잔잔한 울림을 느끼게 해준다. “저는 우선 자신 있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자신이 있다는 게 아니라 관객들이 봤을 때 미소를 지으면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지만 군대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작품은 군대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일들, 그러니까 일상을 그냥 무대 위로 갖다 놓은 느낌이에요.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라며 그가 웃는다.

배우 한성용이 꿈꾸는 ‘황상태’가 어떻게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다가올지 무대 위에 서는 한 그의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행복, 소소한 에피소드를 그린” 브라스 뮤지컬 ‘바람을 불어라’는 오는 7월 10일부터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초연된다.

[뉴스테이지=최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