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인 양산하는 포커.고스톱 게임"

"눈 깜짝할 새 판돈 250만원".."손가락 잘라도 못 끊어"

2009-07-10     유성용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유성용 기자] “판돈이 웬만한 불법 도박판 보다도 더 커 한 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게임빚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아편 보다 더 무섭습니다. 한 번 빠지면 손가락을 잘라도 못 끊습니다. 대리인을 앉혀 놓고 ‘고~고’를 할겁니다”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온라인 포커·고스톱류의 게임이 ‘도박판’으로 변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머니중개업자의 주도하에 판돈이 수십에서 수백만 원 단위로 커지면서 온라인 도박 폐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방 터트리면 단 몇 시간, 심지어 몇 십분 만에도 수백만 원의 돈을 벌수 있다. 최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포커·고스톱류 게임의 폐해를 알려온 정 모 씨 또한 “최근 해킹 당한 1천600조의 게임머니를 큰 판에서 터트렸다”고 전했다.

정 씨에 따르면 포커, 하이로우, 로우바둑이 등의 게임에서 개설되는 프리미엄급 방의 한 판 판돈이 50~100조에 이르기는 예사라는 것. 심지어 판이 커지면 500조 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금으로 환산할 경우 250여만 원에 달하는 큰 액수다.

정 씨는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일까지 그만두고 포커에 매달려 있는 폐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큰 방에서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하루에 3~10만원씩 꾸준히 잃거나 따는  이용자들 또한 부지기수다. 돈이 걸려있다 보니 분쟁도 잦고 해커들이 해외 IP를 이용해 해킹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온라인 포커게임이 여가를 위한 오락이 아니라 도박판이 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온라인 도박판’ 어떻게 운영되나?

대량의 게임머니를 보유한 이용자들이 큰 판을 벌이는 프리미엄급 방은 게임머니 중개업자의 주도하에 만들어진다. 게임을 위한 머니를 중개업자로부터 구입하고 전화로 검증을 받으면 큰 판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게임 도중 돈을 다 잃게 되면 이용자는 게임머니 중개업자에게 연락해 즉시 머니를 공급받는다. N사 포커게임을 이용하는 K씨는 “중개업자와 구매자는 신뢰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외상 거래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중개업자에게 머니를 공급받는 행위는 이용자들 사이에선 ‘혈’이라 불린다. 익명을 요구한 이용자 P씨는 “중개업자에게 쌓인 빚만 2천 여 만원이 된다”고 털어놨다. ‘혈’로써 받는 게임머니는 실제 도박판의 ‘꽁지돈’과 다를 바 없다.


게임으로 벌어지는 큰방의 판돈은  최고 배팅을 했을 시 최고 500조에 달하게 된다. 현금으로 환전하면 한판에 250만원의 거액의 판돈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다만 게임업체들은 이정도의 사행성 짙은 게임을 하고 있는 이용자들은 전체의 0.2~0.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수의 이용자들이 즐겁게 여가생활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게임 시스템을 악용해 중개업자와 게임 참가자들이 결속, 합법적인 도박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포커·고스톱류 게임이 현금거래 게임이란 인식을 이용자들에게 심어 사행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게임서비스 업체의 책임도 회피할 순 없다.

게임머니의 현금거래를 불법이라 규정짓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게임머니 중개업자와 비슷한 시세로 게임머니를 팔고 있다. 간접충전 방식으로 1~5만 원상당의 가상캐릭터 아바타를 팔아 게임머니를 충전시켜 주는 것. 게임머니중개업과 다를 바 없다.

‘바다이야기’보다 더  심각할 수있어

한게임, 넷마블, 피망, 엠게임 등 대표적인 온라인 포커·고스톱류 게임 서비스 업체들은 게임머니중개업자들의 활동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제재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실제로 게임산업협회(회장:한게임 김정호 대표)는 지난달 ‘그린게임캠페인’ 추진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협회는 ▲건강한 게임문화(청소년 보호, 과몰입 예방교육 지원), ▲올바른 게임문화(불법 부정행위방지, 사행행위 방지), ▲배우는 게임문화(기능성게임 보급·확대, 올바른 게임문화 유도)라는 세 가지 목표를 추진키로 했다.

또 게임머니 중개업자들을 대대적으로 제재키로 했다. 중개업자들로 인해 온라인 포커·고스톱 게임이 현금거래란 인식이 팽배해지며, 사행성 도박판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는 차원이다.

김정호 회장은 “온라인 포커·고스톱류 게임의 사행성을 솔직히 인정 한다”면서 “산업적 규모로 성장한 게임업계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역설했다.


포커·고스톱류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계 관계자는 “성인등급게임이고 가상의 게임머니로 게임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자율성을 침해를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게임산업협회의 권고에 따라 게임의 룰과 배팅액수의 한도를 자체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의 경우 “한 아이디 당 30만원의 구매한도, 풀배팅·올인 금지, 불법 사용자들의 짜고 치기를 막기 위한 자동배팅 폐지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캠페인이나 자율 규제를 통한 도박판 변질 방지책에대해 “전화로 검증된 인원들끼리만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도 어렵지만, 잡는다 하더라도 또 다른 중개업자가 곧바로 등장하기 때문에 뿌리 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관계자도 “포커·고스톱류 게임에 대한 심의가 콘텐츠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판돈에 제한을 두기는 힘들다”고 토로하며 “한 때 이슈가 됐던 바다이야기 같은 오프라인 사행성 게임보다 온라인 게임의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어 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