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
2009-07-16 뉴스관리자
슬프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간관계는 점점 획일화돼가고 따뜻하게 주위를 둘러볼 만큼의 여유도 잃어버렸다. 모든 게 빠르게만 변해가는 도시는 날마다 휘황찬란한 간판들이 새롭게 달리고 거리는 언제나 리모델링을 위한 공사로 시끄럽다.
이런 틈 사이로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리기라도 한듯 대학로 한 복판을 50년째 지키는 다방이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혜화역 4번 출구로 나가서 뒤로 돌아 걷다 보면 1956이라고 쓰인 간판의 ‘학림다방’이 그곳이다. 50년 전의 인테리어를 그대로 간직한 ‘학림다방’은 그윽한 커피 향처럼 피로에 지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품고 있다.
이처럼 대학로엔 자신을 꾸미고 치장할 줄 모르는 일편단심 ‘바보’들이 많다.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도 그 ‘바보’들 중 하나. 대학로에서만 4년 째 장기 공연 중인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최근 막장 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켜냈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스타가 나오는 것도 아닌 이 소극장 연극이 이토록 롱런하는 이유는 뭘까?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마음 따뜻한 세탁소 주인 ‘강태국’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소소한 감동을 선사한다. 화끈하고 쿨해야 살아남는 우리 세태를 완전하게 비껴간 이 작품은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무대 위 소박한 캐릭터들을 통해 울리고 웃긴다.
“관객들이 더 이상 이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 않아, 라고 한다면 그 땐 하지 말아야죠”. 작품을 쓴 김정숙 작가의 말이다. 100석 규모의 소극장을 가득 메우던 관객들의 발걸음이 끊어진다 하여도 그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감상적인 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취향이 변한 게 아니라 단지, 시간이 흘렀을 뿐이라고.
작가 김정숙의 말마따나 세상살이에 치여 마음에 묵은 때를 가끔 벗겨내고 싶을 때 찾아갈 극장이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보고 나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은 오아시스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뉴스테이지=최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