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불멸의 연인은 누구였을까
국립발레단의 ‘차이코프스키’
2009-07-21 뉴스관리자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모은다. 흥미로운 가십거리를 떠나서 그녀들은 그 음악의 원천이었고, 때로는 음악 자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Op.11 e단조 제 2악장’은 콘스탄체를 향한 첫사랑의 열정이 낳은 작품이다. 작곡가 하이든은 60세가 넘은 나이에 레베가 슈레테를 사랑하게 됐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12개의 교향곡과 ‘천지창조’ ‘사계’를 작곡했다. 베버가 아내 카롤리네에게 바친 ‘무도에의 권유’또한 사랑의 결과물이다.
▶ 베일에 쌓인 이야기, 차이코프스키와 그의 뮤즈
그렇다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예브게니 오네긴’ ‘비창’ 등을 작곡한 그 유명한 차이코프스키의 뮤즈는 누구일까?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는 제자였던 미류코바와 결혼했으나 만족스러운 삶을 보내지 못하고 자살에 이른다. 그가 사랑했다고 전해오는 여인은 단 한 사람. 바로 서신으로만 만난 폰 멕 남작부인뿐이다. 그녀는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을 사랑하여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경제적 후원을 했다. 두 남녀가 만나지 않은 이유는 가설만 낭자하다. 예술을 통해서만 우정을 나눈다는 신념 때문, 혹은 차이코프스키가 동성연애자였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러나 후에 발견된 편지를 보면 그들의 애절한 사랑만을 느낄 수 있다. 그들 사이의 거리에 어떠한 원인이 있던지 말이다.
▶ 지금부터 쓰일 나의 음악 하나하나는 모두 당신을 위해서만 쓰일 것입니다
“당신께 수도 없이 많은 편지를 써 왔습니다. 그러나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당신에 대한 나의 진심을 표현 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은 이 말 못하는 심정을 진정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보낸 그의 첫 편지는 “친애하는 귀하께(Dear Sir)”로 시작한다. 그리고 편지가 거듭될수록 이 머리말은 ‘친애하는(Dear)’에서 ‘사랑하는(Beloved)’로 변하게 된다. 폰 멕 남작부인에 대한 사랑의 깊이는 다음 문구로 짐작 가능하다. “지금부터 쓰일 나의 음악 하나하나는 모두 당신을 위해서만 쓰일 것입니다.”그러나 폰 멕 남작부인은 결국 그를 떠난다. 차이코프스키는 당시 ‘자살교향곡’이라고 불렸다는 명곡 ‘비창’을 쓴 뒤 자살한다. 그의 이런 불행한 삶은 또 다른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바로 러시아의 안무 거장 보리스 에이프만이다. 그의 발레 작품 ‘차이코프스키’에서는 한 예술가의 삶과 연인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기에 더해진 창작의 고뇌와 현실에 대한 절망은 무대를 아름답게 채운다.
차이코프스키의 불멸의 연인 폰 멕 남작부인은 예술사에 깊게 남겨진 이름은 아니다. 그러나 그녀가 차이코프스키에게 불어넣은 감정은 수많은 명곡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연주되고 있다. 이러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모티브로 한 발레 ‘차이코프스키’가 오는 9월 관객들을 찾아간다.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죽음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줄 이번 공연은 9월 10일부터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백수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