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고급차, 품질은 '악'

2달 새'누더기',엔진'먹통',쇠 가는 소리..회사"왜 이러지?"

2009-07-22     이경환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경환 기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이르는 고급 승용차들이 조잡한 고장을 일으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최고의 안정성과 편의성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정작 운전자들의 부푼 기대와는 달리 운행 2달 만에 동네북 수리를 받거나 시동이 꺼지는 등의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운전자들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불만이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김종훈 팀장은 "차량을 구입하기 전 기능과 옵션을 살펴보고 AS를 받기 쉽고 AS체계가 잘 돼 있는 업체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특히 차량인수는 낮 시간에 차를 잘 아는 지인과 함게 동행하고 차량의 이상유무, 정상작동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 후 인수하라"고 조언했다.

#최고급차, 구입 2달만에 '문제아' 전락


대구 수성구에 살고 있는 김 모(남.40세)씨는 지난 5월께 현대자동차가 생산, 판매하는 최고급 승용차 신형 에쿠스를 8천만원에 구입했다.

국산차 중  최고급이라는 영업직원의 말에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과 편의성 등을 고려해 구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차량 출고 직후 실내 조명등이 켜지지 않는 등의 결함이 발생하더니 변속레버 유격결함으로 인해 교체작업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차량을 이용한 지 두달여만에 전, 후방 카메라가 갑자기 작동을 하지 않았다.

후진을 할 경우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아  TV가 켜지는 것은 물론, 어느 순간에는 아예 화면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

더욱이 이런 카메라 문제는 일반 서비스센터에서는 수리가 어려워  김 씨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한참 떨어진 먼 곳까지 찾아가야 했다.

특히 구입 두달만에 여러 문제가 다발적으로 터지면서  앞으로 어떤 결함이 또 나타날지 몰라 김 씨는 불안한 마음에 차량 운행도 기피하게 됐다.

김 씨는 "무조건 빨리 출시해서 고장나면 수리를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대응방식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 국내 자동차 업계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국내 최고가라는 차를 구입해도 이런 결함이 발생된 만큼 앞으로 국산차를 구입하기 조차 겁난다"고 토로했다.


#1주일 만에 시동 꺼져, "수리하면 되지"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는 양 모(여.35세)씨는 지난 3월 중순께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크라이슬러 매장을 찾아 뉴세블링 차량을 4000여만원에 구입했다.

같은 사양의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르노삼성자동차.GM대우차등 국산차보다 크게 비쌌지만 품질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구입했다.

그러나 그런 양 씨의 이런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차량을 출고 받은지 1주일여 만에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을 빼기 위해 시동을 걸고 후진 기어를 넣자 갑자기 시동이 뚝 꺼졌다.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키를 돌리자 시동이 걸려  양 씨는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에는 키를 돌리자 시동이  걸리더니 금방 다시  꺼졌다.

이후 차는 아예 시동 조차 걸리지 않아  양 씨는 결국 크라이슬러 AS센터에 전화를 걸어 견인차를 요청, AS센터에 입고 시켰다.

이틀 여가 지난 뒤 차량을 점검한 담당직원은 "시스템 상의 오류였을 뿐 수리가 다 됐다"면서 입고 된 차량을 찾아가라고 연락했다. 그러나 양 씨는 새 차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만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 씨는 "새 차에서 두 번이나 운행 중 시동이 꺼졌는데 고속 주행시 이런 결함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 아니냐"면서 "한 달이 넘도록 불안한 마음에 입고시킨 차량을 찾아 오지도 못하고 있는 만큼 차량 교환이라던가 환불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크라이슬러 코리아 관계자는 "이미 모든 수리가 돼 있는 상황에서 고객이 차량을 찾아가지 않고 있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내부 규정이 있는 만큼 차량 교환이나 환불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장 반복, 원인 파악도 어려워

BMW 코리아가 수입 판매하고 있는 5시리즈 차량에서 같은 고장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해 수리 조차 못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분통을 터트렸다.

인천 계양구에 살고 있는 정 모(남.28)씨는 지난 해 12월께 BMW코리아가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BMW 523i 차량을 7000만원 가량을 들여 구입했다.

차량을 출고 받은 직후 부터 차량 내부에서 쇠가 갈리는 것처럼 '끼릭 끼릭'하는 소음이 발생해  바로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담당 직원은 정확한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차를 입고시켜 수리를 해야 한다고 설명해 정 씨는 차량을 맡겼고 3일 뒤 돌려받았다.

그러나 수리가 됐다는 직원의 말과는 달리 소음은 계속됐고, 결국 또 한번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 시켜야 했다.

이번에는  4일 동안 수리를 맡겼으나 소음은 여전했다.

화가 난 정 씨가 서비스센터 직원에게 거세게 항의하자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 다시 한번 입고시켜 달라"는 말만 반복했다.

어쩔 수 없이 또 한번 수리를 맡겼지만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 조차 밝혀지지 않아 수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 씨는 "차를 산지 3개월 만에 3번이나 서비스센터에 입고 시켰지만 수리도 못하면서  차도 쓰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원인을 모르니 수리가 어렵다는 식으로 말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라고 목소리만 높이고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면서도 AS 기술이나 서비스는 허접한 수준아니냐"며 BMW에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원인을 파악, 적절한 수리를 거쳐  아무 이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