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내 수리못하면 보상' 콧방귀

교환. 환불 규정있지만 "그걸 어떻게 지켜" 배짱

2009-07-23     백진주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기자] 전자제품 업체들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는 AS지연 보상 규정을 지키지 않아 원성을 사고 있다. 고장이 나 수리를 의뢰할 경우 1개월동안 완료하지 못하면 교환 및 환급 등의 보상을 해줘야 하지만 갖가지 핑계로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소비자들이 이 같은 규정을 잘 모르고 있는 점을 이용, 안내조차 하지 않기도 일쑤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덩치가 큰 생활가전은 대체품을 지급받기도 쉽지 않은 품목이라 지연에 따른 불편함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된다. 휴대폰, 내비게이션, 노트북 등의 IT 제품 또한 수리지연 시 업무 등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지만 그에 따른 피해보상은 전무한 실정이다.

소비자들은 “업체들이 무상AS기간, 소비자과실, 소모품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며 무상AS를 면피하려 혈안이 되어있을 뿐 소비자들을 위한 법적 기준은 무시하기 일쑤”라고 성토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하면 소비자가 수리를 의뢰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사업자가 수리된 물품 등을 소비자에게 인도하지 못할 경우 품질보증기간 내에는 같은 종류의 물품으로 교환이나 환급, 품질보증기간이 경과 후에는 구입가를 기준으로 감가 상각한 금액에 100분의 10을 더하여 환급토록 규정되어 있다.   

부품 찾아 삼만리...찾을때 까지 막무가내로 기다려

서울 돈암동의 김 모(남.24세)씨는 지난해 10월경 HP노트북을 85만 원가량에 구입했다. 지난 5월 22일 갑자기 전원이 켜지지 않아 서초 AS센터로 수리 의뢰했다. 다음날 '램 교체로 수리완료‘란 답변을 듣고 제품을 찾아왔지만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동일한 증상으로 보였다.

전화로 상황을 안내받은 담당 AS기사는 노트북을 수거해가며 “동일한 램이 필요해 본사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연락이 없어 문의하자 그제야 “7월 20일경에야 램이 도착할 것 같다”는 기막힌 답이 돌아왔다.

부품을 확보 하는 데만 1달도 넘게 걸린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웠지만 “지금 대체품을 찾고 있다”는 담당자의 말에 한 가닥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허사였다. 이후 2주가 지나도록 AS센터 측으로부터는 한마디 설명조차 없었다.

김 씨는 “램이란 기본적인 부속품을 왜 두 달간이나 구하지 못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업체 측이 부품을 보유하지 못한 수리지연이면 대체 노트북 등의 대안을 마련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허술한 AS에다 소비자가 연락하기 전에는 어떤 연락도 없이 막무가내 기다림만 강요하는 걸 보면 제시한 날짜에도 과연 AS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업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맵 업데이트 중지된 내비게이션으로 뭘 하나?

서울 독산동의 최 모(여.35세)씨는 약 1년 6개월 전 홈쇼핑 특가전을 이용해 아이스테이션 T43을 풀 옵션으로 69만원에 구입했다. 그러나 지난 1월 5일 이후 맵 업데이트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서는 아무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

2달여가 지난 3월 초순경 같은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는 회사동료로부터 ‘맵 제공 회사가 부도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관련 인터넷 안티카페를 찾고서야 상황이 심각함을 알게 됐다. 얼마 전 내비게이션의 잘못된 안내로 고속도로 주행 중 엉뚱한 곳으로 진입, 뜻하지 않은 고생을 경험했던 터라 더욱 절실히 공감했다.

한 달 후 회사 측에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거란 소식에 참고 기다렸다. 그러나 서비스중단 3개월을 훌쩍 넘긴 지난 4월 2일 업체가 발표한 내용은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검토 중이니 2~3개월 더 기다리라’는 내용이 전부였다.

더 이상 업체를 신뢰할 수 없었던 최 씨가 고객센터로 민원을 제기하자 담당자는 “우리도 부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무책임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상사용 지연에 대한 보상에 관해 묻자 “보상을 하려면 해당 모델을 사용하는 모든 고객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 아직 보상관련 내용은 결정된 바가 없으며 전 직원간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협의 진행여부를 묻자 “내부적인 사정을 모두 공개할 순 없다”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최 씨는 “맵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인데 소비자에게 기다림만 강요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응태도를 봐선 앞으로도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내비게이션은 현재까지도 업데이트 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케이스교체 지연으로 휴대폰 너덜너덜~

수원 지동의 심 모(여,23세)씨는 지난 6월 중순경 4개월 전에 구입한 팬택&큐리텔 캔유 휴대폰 케이스가 파손되어 AS센터를 찾았다. 담당자는 케이스 재고부족으로 7월 첫째 주까지 기다릴 것을 안내해 임시방편으로 선만 교체해 이용해왔다.

폴더형인 휴대폰이 분리되는 바람에 액정이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휴대하기도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 2주 후에도 연락이 없어 전화문의하자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오느라 시간이 지연 된다”는 말에 정확한 기한을 물었지만 다시 연락하겠다는 대답뿐이었다. 휴대폰의 성능이 불안해 AS센터에 친구의 전화번호까지 남겨뒀지만 역시 아무런 답도 없이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화를 누르고 연락한 심 씨는 “한 달이 넘도록 케이스 하나 교체하려고 기다렸다”고 따져 묻자 “2~3일 후에는 부품이 입고될 예정이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는 말에 기댈 도리밖에 없었다. 그러나 약속한 날짜에도 역시 재고는 입고되지 않았다.

참다 못 한 심 씨는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했지만 AS센터와 고객센터는 서로 ‘환불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핑퐁만 쳤다.

심 씨는 “업무적으로 휴대폰 이용량이 많아 통화요금만 2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케이스 파손을 빠르게 조치하지 못 해 파손이 점차 심해졌다. 구입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제품의 부품구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케이스를 지금 만든다고 해도 한 달씩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이어 “진행경과에 대해 전화 한 번 없는 걸 보면 처리의지가 있는 것인지 조차 의심스럽다. 깨진 사이로 먼지가 들어가 점점 먹통이 되어가는 휴대폰을 보노라니 울화통이 치민다”며 빠른 처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