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스물아홉 여자들의 달콤쌉싸름한 이야기
뮤지컬 ‘웨딩펀드’
2009-07-24 뉴스관리자
- 다이어리
공연장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다이어리는 뮤지컬 ‘웨딩펀드’의 중요한 소재다. 사춘기 소녀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듯 한 기분이 들게 하는 아기자기한 무대 디자인은 다이어리로 가득 채워졌다. 극중 세연이도 버릇처럼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무언가를 끼적이는 행동을 반복한다. 스케줄, 비밀이야기, 잡다한 메모들뿐인 나의 다이어리는 한 해의 1/3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버림당하기 십상인데 뮤지컬 ‘웨딩펀드’의 다이어리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비밀은 세연이에게 있었다. 수년 동안 잊지 못하는 남자 진석이 마지막으로 주고 떠난 물건이다. 뮤지컬 ‘웨딩펀드’가 다이어리를 왜 애지중지하는지 의문이 풀리지만, 세연의 가슴 아픈 사랑에 마음 한 구석이 시리다.
- 숫자 : 삼천팔백이십오만원, 스물아홉
뮤지컬 ‘웨딩펀드’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소리는? 삼천팔백이십오만원! 이 돈는 세연, 정은, 지희가 먼저 시집가는 사람에게 몰아주기로 하고 10년 동안 부은 결혼적금이다. 친구들과 그 많은 돈을 모은다는 게 불가능 할 것 같진 않지만 세 여자의 우정이 대단해 보인다. 그럼 그렇지, 이 우정은 지희의 결혼 소식으로 위태로워진다. 이제는 지희보다 먼저 시집을 가기 위한 전쟁이 시작 된다. 신나고 경쾌한 넘버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지만 사랑의 소중함보다 돈에 집착하는 모습에 뭔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다. 일에 치여, 돈에 치여, 지난 사랑에 치여 자신 있게 사랑하는 것이 두려운 나이, 스물아홉 살 여자의 몸부림에 ‘나라면?’이란 생각이 자꾸 드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거다. 그녀들은 결국 삼천팔백이십오만원에 인생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기로 한다.
연극 ‘오월엔 결혼할꺼야’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웨딩펀드’는 뮤지컬계의 거장 신춘수 프로듀서의 작품으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스물아홉 여자들의 삶을 시원시원한 대사와 감칠맛 나는 넘버로 장식한 이 작품은 오는 8월 16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공연된다. (문의:1588-5212)
[뉴스테이지=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