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려한 유혹의 설레임!

뮤지컬 ‘돈 주앙’

2009-07-27     뉴스관리자
이열치열. 찌는듯한 더위에 지친다면 정열의 스페인 전설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스페인의 전설적 인물 호색한 ‘돈 주앙’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던 그가 석상의 저주로 인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변화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태양의 서커스-자이아’의 연출가 ‘질 마으’와 극본 및 음악을 만든 프랑스 국민가수 겸 작곡가 ‘펠릭스 그레이’의 새로운 ‘돈 주앙’ 이 붉게 타오른 네 남녀의 사랑과 함께 충무아트홀로 자리를 옮겼다.

- 빛과 춤의 화려함을 펼쳐 보다

무대 한가득 커다란 달빛아래 두 남녀가 춤을 춘다. 그 모습이 오래된 책을 조심스럽게 열어볼 때 느껴지는 숙연함을 경험하게 한다.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 ‘악셀 모르젠탈러’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석양과 130여개의 무빙라이트를 이용한 빗방울은 장관을 이룬다. ‘돈 주앙’의 조명은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한 또 하나의 숨은 배우다. 조명이 무대 가득 화려함을 채워냈다면, 강렬하고 매혹적인 무대를 선사한 스페인 플라멩코 전문 무용수들이 있다. 캐스터네츠와 손뼉 치기, 발 구름 동작 등은 에너지 가득한 플라멩코의 매력을 뿜어낸다. 눈과 귀를 뜨겁게 달구는 열정적 무대를 선사한다. 현지 무용단의 표정 있는 플라멩코를 느낄 수 있으니, 우리나라 배우들과의 조합이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그 외에도 화려한 의상과 무대는 2시간동안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 섬세한 감정을 음악으로 가득 채우다

‘돈 주앙’은 대사 없이 총 41개의 곡으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이다. 아직은 관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극을 끌어가는 음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돈 주앙’의 첫 곡돈 카를로스의 ‘모든 것을 가진 사람’ 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함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다. 돈 카를로스처럼 감미롭고 따듯한 목소리로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나쁜 길로 빠져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41개의 곡들은 다소 반복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캐릭터와 상황에 따른 섬세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돈 주앙의 자유분방함과 방탕함을 나타낼 때에는 기타와 라틴풍의 리듬을, 사랑을 잃은 엘비라와 아들을 걱정하는 돈 루이스의 노래에서는 피아노반주와 함께 서정적 멜로디를, 진정한 사랑을 느낀 돈 주앙은 현악과 관악으로 마음의 변화를 들려준다. 돈 주앙과 마리아의 사랑노래인 ‘난 새로워졌지(Change)’는 17주간 라디오 인기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프랑스의 세련되고 감성적인 멜로디를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마리아와 엘비라의 듀엣 ‘한 사람을 사랑해’, 회전무대와 함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홀로’등 매력적인 음악이 가득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인물의 심적 변화나 극의 진행에 따른 상황전개에 있어 음악의 변화와 동기가 약하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라틴선율과 프렌치 팝의 조화가 아름다우며, 결코 쉽지 않은 곡을 멋지게 소화하는 한국배우들이 있기에 든든하다.

- 거부할 수 없는 매력, 돈 주앙

책, 오페라, 영화, 뮤지컬의 소재로 끊임없이 등장하는 스페인의 전설적 인물 ‘돈 주앙’
사람들이 그를 통해 무엇을 보는 것일까. 자유를 원하며 순간의 쾌락과 열정을 추구하는 돈 주앙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그랬던 그가 사랑이라는 진실함으로 자신의 삶을 뉘우치는 과정을 통해서 사랑의 힘을 새삼 경험한다. 그런 강렬한 사랑 앞에 상처받는 인물들은 자신이 되기도 하고, 자신이 상처 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모든 여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결국 홀로였던 외롭지만 뜨거웠던 ‘돈 주앙’ 이라는 인물과 함께 ‘사랑’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대한 매력을 가슴에 되새긴다. 이 사랑의 강렬함이 화려한 춤과 무대, 감성적인 멜로디, 진솔한 배우들의 연기로 관객을 유혹한다. 

[뉴스테이지=신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