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품서 불'펄펄'~화염방사기?"

[동영상]제조업체 무조건 "당신 잘못~난 몰라"

2009-08-14     백진주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기자] 가전제품이 저절로 녹아내리거나 콘센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등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전자 제품 화재 사고가 빈발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적 피해는 물론 심리적 충격이 크지만 보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고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경우 업체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때문.

전자제품 화재는 주로 절연 피복의 손상등으로 인한 전기합선이나 누전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으로 접수되는 분쟁사례들은 원인이 불명확해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느닷없는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제품하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원인규명 및 보상을 요청하지만 업체들 또한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 제조물책임법(PL)을 적용할 수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차일피일 시간만 소요하다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 소비자들은 “엄연한 사용범위에 있는 제품의 기능에 제한을 두거나 확인절차도 없이 이용자의 주거환경을 문제 삼아 책임을 면하려 한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조사나 분석 없이 ‘제품 이상無’라는 두루뭉술한 답변도 소비자들을 속터지게 하고 있다. 


▶ 촛불처럼 녹는 토스터기는 ‘소비자 과실’

서울 묵1동의 정 모(여.30세)씨는 2개월 전 테팔 토스터기를 6만원에 구매했다. 얼마 전 정 씨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정 씨의 여동생과 아기, 노모는 갑자기 집안에 타는 냄새가 가득해 가스레인지 등을 살폈지만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강한 냄새와 연기에 자욱해져 살펴보던 중 드럼 세탁기 위에 올려둔 토스터기의 플라스틱 몸체가 녹아내리는 것을 발견했다.

구입한 유통업체로 연락하자 담당직원은 “토스터기랑 믹서제품은 원래 사용하지 않을 때 전원을 빼두어야 한다. 6단계지만 실제 3단 이상으로 사용하면 과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팔 본사로 연락해 원인 규명을 요청하고 제품을 접수했다. 며칠 후 본사 담당자는 “제품에는 이상이 없고 전원이 꼽힌 상태에서 다른 물건이 버튼을 눌러 과열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씨가 “당시 주변에 아무 물건이 없었고 버튼에 뭔가 올려둘 수 있는 공간도 없지 않냐”고 반박했지만 허사였다.

정 씨는 “엄청난 화재로 번질 수 있었던 일을 두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오히려 당당한 태도에 모멸감을 느꼈을 정도”라며 “진심어린 사과와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노력을 기대했던 내가 바보”라고 탄식했다.

이에 대해 테팔 관계자는 “테스트 결과 제품은 문제없었다. 토스터 기 위에 물건 등을 올려놓아 사용 후 남은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가장자리가 녹아든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로 내부에는 그을음 등 누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사고가 나기 전 며칠 동안 전혀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다. 남아 있는 열기 운운하는 것은 뻔뻔한 변명”이라고 반박했다.

▶청소기 화재는 주거지 시설 노후 탓?!

서울 신정동의 한 모(남.38세)씨는 지난 7월 중순 LG전자 동글이 청소기를 사용 중 전기 콘센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며 타는 냄새가 나 기겁했다. 급히 청소기의 코드를 뽑았지만 이미 콘센트의 플라스틱이 녹아내린 후였다.

5년여 전 구입 당시부터 전원연결선이 고정되지 않고 되감기는 현상으로 불편하긴 했지만 AS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가볍게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 혹시 콘센트의 문제인가 싶어 다른 곳에 꽂아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났다.

AS센터로 이런 사실을 알리자 “진공청소기는 이동하면서 사용하는 것이라 집안의 전기콘센트가 헐거워져서 스파크가 일어날 수 있다”며 해명했다. 한 씨가 거주중인 아파트는 몇 년 전 리모델링을 하면서 콘센트 등도 모두 교체해 시설노후로 인한 문제일 수 없음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한 씨는 “진공청소기의 전선에 1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인데 보증기간 경과와 증빙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상수리를 언급해 어이가 없다”며 아예 AS의뢰마저 철회했다.

▶저절로 불탄 운동기기 ‘제품불량 NO!!’

소비자 김 모 씨는 지난 7월 중순경 사무실의 개인사물함에서 타는 냄새와 자욱한 연기가 발생해 깜짝 놀랐다. 

근원지를 찾던 중 사물함을 열어보자 평소 부족한 운동량을 보충하고자 구입해 사용 중이던 전기 운동기기가 든 가방에 불이 붙고 있었다.

급하게 우선 불을 진압하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해당 제품의 회로 선에서 발화가 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업체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원인규명을 위해 제품을 택배로 접수했다. 며칠 후 담당자는 “제품불량 아닌 것으로 판명되어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씨는 “가방 속에 다른 어떤 인화물질도 없었고 함께 있던 사무실 동료들도 해당제품에서 발화가 됐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근거 없이 문제가 없다고만 우기니 답답할 노릇”이라며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