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병원서 맞은 도쿄피랍 생환기념일

2009-08-13     백진주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의 두번째 생일이나 마찬가지인 피랍 생환 기념일을 병상에서 맞이했다.

오늘은 지난 1973년 '도쿄 피랍'에서 돌아왔던 생환기념일 36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상태가 한층 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생환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과 달리 올해 기념식은 병실과 병원 예배실에서 쾌유 기도 및 미사 등으로 대신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김 전 대통령이 입원중인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예배실에서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생환 36주년 감사와 쾌유 기원 미사'가 열렸다. 양 홍 신부가 집전을, 함세웅 신부가 강론을 맡았다.

이에 앞서 오후 2시에는 김 전 대통령이 입원해 있는 중환자실에 윤일선 서교동 성당 주임신부가 직계가족들과 비공개로 쾌유 기도를 했다. 이 여사는 기도문 낭독 직후 케이크의 촛불을 끈 뒤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도에 참석한 윤 신부 및 수녀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경환 비서관은 "전날 오전에도 서교동 성당에서 쾌유 기원 미사가 열렸다"며 "이날 중환자실에서는 가족들 기도모임을, 그리고 병원 예배실에서 정식 미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에 신민당 후보로 나섰던 김 전 대통령은 1973년 일본 도쿄의 팔레스호텔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130여시간만인 8월13일 서울 동교동 자택 앞에서 발견됐다. 김 전 대통령은 7대 대선 이후 지병 치료를 위해 1972년부터 일본에 체류했다. 같은해 10월 국내에서 유신이 선포되면서 김 전 대통령은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서 반유신운동을 펼쳤다. 미국에서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를 결성한 것이 대표적인 활동이다. 피랍된 날 역시 한민통 결성을 위해 일본에서 양일동 통일당 당수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8월8일 양 당수를 만나기 위해 도쿄 팔레스호텔로 갔다가 납치됐고, 5일후인 13일 생환했다.

비서진은 그동안 생환기념일을 '제2의 생일'로 여겨 축하해 왔고, 이날도 케이크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계각층 인사들의 쾌유를 비는 발걸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 마틴 우든 주한 영국대사, 한국계 미국 환경운동가인 조너던 리 등이 문병했다. 한 측근은 "미국, 일본 등 세계 각지의 지인들로 쾌유를 기원하는 메시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36년지기 외국 친구이자 은인인 그레그 전 주한 미국 대사가 문병을 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