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 공개편지, '잘 알지 못하면 잠자코 있어라?'

2009-08-14     스포츠 연예팀

배우 정진영이 광우병 관련 발언으로 곤혹을 겪고 있는 김민선의 지원에 나섰다.

김민선의 발언을 바판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에게 정진영은 “모든 시민은 자신의 견해를 밝힐 권리가 있다”고 정면으로 반박한 것.

정진영은 13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글에서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상세히 밝혔다.

또 정진영은 김민선의 현재 상황에 대해 “통화를 했다. 괴롭겠다며 위로를 했다. ‘뭐 어쩌겠어요. 가만히 있어야지요’라는 말을 하더라”며 “최소한의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 어린 후배였다. 그래서 저는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다음은 <배우 정진영의 글 요약문>

전여옥 의원님께.

저는 배우 일을 하는 정진영이라고 합니다. 전 의원님과 일면식도 없습니다. 의원님의 지역구에 살지도 않고, 여러 사회적 사건에 있어 의원님과 미주알고주알 의견을 주고받을 일도 없습니다. 의원님도 아시다시피 국회의원과 배우 사이에는 적절한 거리가 있고, 서로 무릎을 맞대고 국정을 논하거나 시나리오 회의를 할 일이 없으니까요. (중략)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가 정치적 견해인가요.

어떤 연예인이 선거 국면에 있어 특정후보를 지지하고 선거운동을 한다면 그것은 이른바 정치적 견해 내지 정치행위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의원님께서는 이른바 연예인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존중한다 하셨습니다. 내편이든 아니든 상관 않고 말입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 어째서 정치적 견해가 되는 것일까요? 연예인이 공인이라는 논리에 저는 동의하지 않지만, 백번 양보하여 그렇다 하더라도 공인인 연예인이 한 말은 모두 정치적 견해입니까? 자기가 먹을 것이 위험하다 우려해도 정치적 견해인가요? 사회현안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그것은 모두 정치적인 것인가요? (중략)

잘 알지 못하면 잠자코 있어라?

시민에게 사실의 기초를 확인하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시민에게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공인의 의무가 아닐까요? 김민선이라는 시민에게 사실의 기초를 확인하라고 충고할 것이 아니라, 그녀가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어야 합니다. 정치적 논리가 아닌 진짜 사실을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진짜 공인인 의원님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잘 알지 못하면 알려고 노력을 해야 하고, 최소한 자기가 아는 만큼의 발언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사회는 그런 발언을 묵살하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라, 혹 잘 모르고 있다면 설명을 해야 하며, 설득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할 합리적 사회의 문화적인 건강성 아닌가요? 전문가가 아니면 말하지 말라. 잘 모르면 가만히 있어라 라는 말은 소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는 병들고 시들어가는 반문화적인 언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략)

그런 충고는 한 여배우에게 주시지 마시고, 남의 이야기는 절대 듣지 않으려하는,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 하는 진짜 공인들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혹 ‘사실도 잘 모르는’ 연예인들 입 조심하라는 섬뜩한 경고로 들려 마음이 영 개운치 않습니다.

2009년 8월 12일
정진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