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2년간 엉터리 수리" vs "욕실이 좁잖아~"
2009-09-03 백진주 기자
서울 현석동의 지 모(여.30세)씨는 2년 전 혼수품으로 드럼세탁기 등 가전제품 일체를 대우일렉트로닉스에서 구매했다. 사용 몇 개월 후부터 세탁기 터치 조작부 버튼을 누를 때마다 찌릿찌릿 전기가 통했다. 담당AS기사는 '습기에 민감한 제품상의 특성'이라는 설명뿐 원인을 찾지 못했다. 감전 현상은 계속됐지만 기사의 설명대로 제품특성이라 여기고 참고 지냈다.
지난 2008년 3월경 버튼의 터치반응 속도가 느려지더니 결국 세탁 중 전원이 꺼지는 사태까지 왔다. 회사 측에서 터치판과 필터를 무상 교체해줬지만 터치판 메뉴가 혼자 설정되는 등 오히려 상태는 더 나빠졌다. 이후 2회 가량 더 AS를 받았어도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중순 다시 점검을 받던 중 전원이 꺼지자 기사는 PCB라는 부품을 꺼내 확인했다. 부품 안은 여기저기 딱딱하게 굳어있는 하얀 곰팡이로 가득했다. 담당기사는 "PCB 손상으로 인한 증상인 것 같다"며 15만원의 수리비를 안내했다.
지 씨는 AS직원들의 실력부족 탓에 지난 2년동안 헛고생했다는 생각에 화가 나 수리비 지불을 거절했다. 지 씨가 "더 빨리 문제점을 찾아냈다면 이렇게 증상이 커지진 않았을 거 아니냐"고 따져 묻자 기사는 "담당부서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러나 일주일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다시 문의하자 "유상교체를 무상교체로 돌리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모양"이라는 답변에 안심했다. 그러나 역시 아무연락도 없어 지 씨는 한여름 폭염에 손빨래를 하거나 차량으로 빨래감을 실어 나르는등 온갖 고생을 겪었다.
2주 후 담당기사는 "무상교체가 어렵다"며 2만원을 할인한 13만원의 비용을 안내했다. 고객센터로 연락해 경위를 설명했지만 유상수리에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아무런 해결점도 찾지 못하고 지 씨의 세탁기는 현재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지 씨는 "곯을 때로 곯게 만든 후 유상수리 하는 것은 누가 못하나? 전문지식 없는 소비자를 상대로 제품특성인양 설명하고 시간만 끌다 이제와 돈 내고 고치라니 기가막히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이에 대해 대우일렉트로닉스 관계자는 "소비자가 사용 중인 제품은 리퍼비시인 C급 제품으로 지난해 3월에 이미 터치조작용 PCB를 무상으로 교체했다. 무상기간동안 시간끌기를 했다는 건 지나친 억측"라고 해명했다.
이어 "방문한 센터직원의 말에 따르면 사용 중인 욕실이 굉장히 협소해서 과도한 습기가 세탁기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다시 AS를 받는다 해도 환경의 변화가 없다면 다시발생 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