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워 놓고 눈 빼먹는 이사철'부나방'"
청소.세제.가스레인지 교묘하게 바가지 장사
[소비자가만드는신문=류가람 기자] 가을 이사철을 맞아 '불청객'들이 경황없는 새집 주인들을 괴롭히고 있다.거의 세워 놓고 눈을 빼다시피 하고 있다.
새 보금자리를 대청소해준다고 소리만 요란하게 고객을 끌어 들이고는 겉핥기 서비스에 그치는가 하면 짐 정리를 하느라 분주한 틈을 타 세제나 렌지후드 필터를 팔아먹는 교묘한 상술로 피해를 주기도 한다.
이사 '불청객'들은 이삿짐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사다리가 걸려 있는 아파트의 동 호수를 확인해 접근하는 치밀함까지 보이고 있다.
부산 수영구에 사는 김 모(여.33세)씨는 지난 8월 31일 청소 대행업체에 이사할 집의 청소를 맡겼다. 청소 대행비 17만원이 부담되기는 했으나 이사 당시 임신한 상태라 다른 방도가 없었다.
당일 청소 대행업체 직원 4명이 오전 7시에 도착해 24평 아파트의 청소를 2시간 만에 끝낸 뒤 돌아 갔다.
김 씨는 감사의 표시로 청소대행비외에 음료수 값 5만원까지 쥐어서 돌려보냈다.
직원들이 돌아가고 집안을 살피던 김 씨는 청소하기 전과 후 별반 차이가 없는 집안 상태에 배신감을 느꼈다. 집안 곳곳은 재청소가 불가피할 정도로 청소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도였다.
거실장은 걸레질을 하지 않아 안팎의 먼지가 모두 그대로 묻어 나왔다. 화장실은 세면대에 물기만 묻혀 놓고 청소한 것처럼 꾸며 놓았다. 부엌의 기름때도 전혀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다.
김 씨는 청소대행업체에 거세게 항의해 대행료의 30%를 환불 받기는 했으나 "음료수 값으로 준 5만원이 더 아깝다"며 울분을 토했다.
◆ 세제 12통 "어차피 살거~" 개봉해놓고, 반품은 안돼!
광주 광산구에 사는 이 모(여.44세)씨는 지난해 9월 새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한 이사 당일 정신없이 짐정리를 하던 중 불청객을 만났다.
이 씨의 집으로 불쑥 찾아든 여성이 들고 있던 세제를 벽면에 뿌리고 걸레로 박박 닦자 신기하게도 벽면에 묻어있던 검은 때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 여성은 세제 방문판매원이었다.
판매원은 이 씨에게 세제 12통이 들어있는 박스를 내밀며 "시중 판매가는 24만원인데 특별히 12만원에 주겠다"며 구매를 권유했다. 이 씨가 자신도 시험 사용해 볼 것을 부탁하자 판매원은 "어차피 살 거니까 이걸로 써 봐라"며 박스를 개봉해 세제를 꺼내주었다.
당시에는 잘 지워지는 듯 했으나 다음날 사용해보니 성능이 별로였다. 이 씨는 시중에서 1만원이면 구매 할 수 있는 제품인데 '당했구나' 하는 생각에 즉시 반품을 결정했다.
그러나 판매원은 "이미 썼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그 뒤로 재차 연락했으나 목소리를 바꾸며 "그 직원이 지금 자리에 없어 나중에 연락 주겠다"며 이 씨의 전화를 피했다.
이 씨는 "화가 나서 할부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전화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반품하겠다고 하면 잡아뗀다"며 어처구니없는 사연을 털어놨다.
◆ 바람처럼 찾아와 '가스레인지 후드 필터'만 남기고간 그녀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백 모(여.36세)씨는 지난 8월 15일 새 아파트로 이사 했다. 큰 짐이 들어가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청소하고 짐을 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삿짐센터 직원들과 아파트 관리인 등 여러 사람들이 들락 거려 출입통제가 어려운 와중에 한 여성이 집안으로 들어 왔다. 여성이 입고 있는 복장으로 보아 도시가스 직원이라고 짐작한 백 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여성은 곧장 부엌으로 가더니 가스레인지 주변을 기웃 거리며 "후드의 오염이 심각하다"면서 가방에서 세제를 꺼내 닦기 시작했다. 한참 뒤 여성은 "후드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며 백 씨의 시어머니에게 구매를 요구했다.
백 씨는 여성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느꼈지만 이삿짐을 옮기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짐 정리가 대충 끝나고 백 씨는 시어머니가 3만원을 지불하고 '가스레인지 후드 필터'를 구입한 사실을 알게 됐다.
정신없는 틈을 노려 시중에서 4천~5천원 이면 구입 할 수 있는 제품을 몇 곱절로 뻥튀기해 판매한 것이다.
반품을 위해 판매 여성을 찾아봤지만 여성의 행방은 묘연했다. 결국 백 씨의 주방에는 필요치도 않은 '가스레인지 후드 필터'만 한 가득 남았다.(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