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서 주인 목숨 구한 충견

2007-04-17     뉴스관리자
집에서 기르던 애완견이 화재 위험에 처한 사실을 모른 채 잠이 든 주인을 구한 영화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 13일 오후 5시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 다가구주택 2층에 사는 주지종(42)씨는 퇴근을 한 뒤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국을 끓이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당시 집에는 주씨 외에 1년여 동안 함께 생활하고 있는 두살배기 흰색 애완견 '두비'밖에 없었다.

주씨가 잠이 든지 50분 정도가 지난 5시50분께 국은 완전히 졸아들었고 불은 냄비를 삼키기 시작했다. 냄비는 이미 새카맣게 타버렸고 순식간에 연기는 23㎡ 정도 되는 주씨의 집을 삼켜버렸다.

집에 불이 날 수도 있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이었다.
그러자 갑자기 두비는 급하게 주인의 배 위로 올라가 팔짝팔짝 뛰고 요란하게 짖어대며 주씨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등 주씨를 깨웠다.

두비덕분에 가까스로 잠에서 깬 주씨는 집이 온통 연기로 휩싸인 것을 보고 '화들짝' 놀라 부랴부랴 창문을 연 뒤 소방서에 전화를 했다.

주씨는 "당시 눈을 떴을 때 집 안이 온통 연기로 뒤덮여 있었고 앞이 캄캄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119에 전화한 것 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주씨는 의식을 잃지는 않았지만 연기를 너무 많이 들이마셔 정신이 몽롱해져 있는 상태였다.
5분 뒤 주씨의 집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급히 주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고 주씨는 병원에서 산소호흡기 등을 이용해 치료를 받은 뒤 약 1시간30분만에 병원에서 퇴원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최강수(32) 소방교는 "주씨의 집에 도착해보니 주씨가싱크대를 붙잡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주씨 옆에는 조그만 흰색 강아지 한마리만이 왔다갔다하고 있었다"며 "대부분의 화재에서 사람들이 질식사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강아지가 주씨를 깨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지인으로부터 1년 전 두비를 선물받은 뒤 항상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며 가족과 같이 지냈다"며 "두비가 바로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하며 두비를 쓰다듬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