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보다 더 인간적인 동물의 세계"
2007-04-18 최영숙기자
하이에나 무리는 사냥감을 찾고 있었을까, 아니면 살 곳을 찾아 이동하는 중이었을까.
드뢰셔는 하이에나가 집에 두고 온 새끼들에게 젖을 맘껏 먹이기 위해 얼룩말을 사냥하러 떠난 장거리 여행 중이었다고 답한다.
하이에나는 자식의 생존을 위해 새끼가 있는 곳에서 120㎞나 떨어진 사냥터까지 닷새 동안 왕복했다가 단 하루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사냥을 떠난다는 것이다.
드뢰셔가 지은 '하이에나는 우유배달부'(이마고 펴냄)에는 이처럼 만물의 영장인 인간 못지않게 새끼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보여주는 동물들의 다채로운 삶이 들어있다.
80세에 이르는 긴 수명을 갖고 있어 '기적의 새'로 불리는 로열앨버트로스는 오직 처음의 한 배우자만을 좋아하며 바람 한 번 피우지 않는다.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 부부는 매년 200일 가까이 알을 낳고 키우는 데 정성을 쏟는다.
알프스 산지에서 영하 30도의 긴 겨울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멧노랑 나비, 죽은 배우자의 시체를 다른 짐승들이 훼손하지 못하도록 둥지를 막아 무덤으로 만드는 화떡딱새도 있다.
책은 동물의 생활을 통해 배우자에게 성실하라, 자식을 위해 희생하라, 죽음을 애도하라, 고난을 참고 이겨내라, 서로 대화하라며 삶의 지혜를 가르쳐준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상상초월 동물생활백서'라는 부제가 붙었다.
이영희 옮김. 396쪽. 1만3천500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