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이물질은 '앵무새'가 해결사?

녹음기 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원인은 귀신만 알아

2009-10-09     이지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 이지희 기자] 파리, 곰팡이 등 이물질 식품이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와 식품업체간 분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식품의 경우, 섭취에 따른 사후 문제 발생 우려가 있는 만큼 단순한 제품 교환이나 환불만으론 해결이 쉽지 않아 피해보상이나 민원 처리과정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 간에 첨예한 갈등을 겪는 것.

식품에서 혐오스런 이물질을 발견한 소비자는 구토, 식중독 등 신체적 영향 못지않게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다. 업체로 보상을 요구하지만 번번이 규정을 앞세운 업체 측의 획일적인 입장만 확인할 뿐이다.  

게다가 업체들은  제품의 이미지 실추와 보상 책임을 피해가기 위해 제조과정 중의 유입이 아니라 유통과정이나 소비자 주변 환경의 문제로 몰아가기 일쑤. 거의 앵무새 수준이다. 카세트 테이프 틀어 놓은 것처럼 똑 같은 얘기만 한다. 결국 보상을 둘러싼 분쟁이 이물질 유입 경로와 이물질의 정체 등으로 확대되며 길고 질긴 소모전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어느 쪽에 책임이 있는지는 귀신만 알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 마트와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CJ, 롯데제과, 롯데칠성, 해태제과, 오리온, 동서식품, 한국야쿠르트, 남양유업, 매일유업, 대상, 빙그레 등 거의 모든 식품 회사들의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와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었다는 제보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분쟁이 거의 어김없이 발생해 소모전이 이어진다.


공정거래 위원회가 올해 고시한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식료품류의 소비자 피해유형 6가지 중 함량·용량부족, 부패·변질, 유통기간 경과, 이물혼입 등의 경우 '제품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품'의 보상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부작용과 용기파손 등으로 인한 상해 사고의 경우 치료비, 경비 및 일실소득 배상의 보상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최순곤 사무관은 "식품 이물 발견 신고가 접수되면 이물이 들어간 원인을 조사하고 조사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식품에서 이물질을 발견하면 제품명, 제조업체명, 유통기한 등의 정보와 함께 신고할 경우 보다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갈비찜에 파리 "제조과정에서 유입" VS "소비자 조리과정에서 유입"


▲ 갈비찜에서 나온 파리.

부산 해운대의 박 모(여.38세)씨는 지난 19일 인근 유명 숯불갈비 전문점에서 포장된 양념 갈비찜 한 팩을 1만3천원에 구입했다. 일주일 뒤 갈비찜을 조리하던 박 씨는 새끼손톱만 한 파리를 발견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박 씨는 "갈비찜을 끓이는데 검은색 물체가 떠올랐다. 국자로 떠보니 날개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새끼손톱만 한 파리였다"며 이물질 발견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놀란 박 씨는 조리하던 냄비를 들고 음식점을   찾아가 환불을 받았다.

박 씨는 "점장과 담당직원이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중에는 절대로 파리가 들어갈 수 없다고 단정 지었다. 대형 외식업체인만큼 위생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도리어 우리 집의 청결상태를 의심하는 태도가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갈비찜 조리 당시 가스레인지 앞에서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며 조리 중에 파리가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음식점 관계자는 "고객이 냄비가 불결하다고 해 직원이 설거지까지 해서 갖다 드렸고 환불도 해줬다. 어떤 보상을 원하는 지 물어봤지만  대답없이 처리하겠다고만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당일 해운대 구청에 민원을 제기, 해당 음식점은 지난달 28일 위생 점검을 받았다. 

◆ "본드맛 썬키스트 음료" vs "아무 탈 없는 효모"

▲ 이물질이 나온 음료수. 캔 상단에 이물질 덩어리가 보인다.


부산 부산진구의 대학생 강 모(남.23세) 씨는 지난달 21일  학교 구내 당구장에서 해태음료의 '썬키스트 사과 드링크 240㎖' 1캔을 500원에 구입했다.


음료수 한 모금을 마신 강 씨는 '본드 맛'을 느꼈지만, 자신의 입맛을 의심하며 한 모금을 더 마셨다. 그러자 이번에는 말랑말랑 덩어리진 이물질이 씹혔다. 놀란 강 씨는 음료 캔을 살펴보니 음용구 주변에 강 씨가 삼키다가 만 녹색과 갈색의 곰팡이로 보이는 이물질이 남아 있었다. 순간 강 씨는 구역질을 일으켰고  2시간 동안 계속되는 구역질로 시달렸다.

화가 난 강 씨가 해태음료 본사에 연락하자 영업사원이 찾아왔다. 강 씨를 찾아온 영업사원은 "유통 과정 중에 캔 속으로 공기가 들어가 생긴 효모균이다. 인체에는 무해하니 괜찮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의 제품을 회수해가고 동일 제품 한 박스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직원의 터무니없는 설명과 불쾌한 태도에 질린  강 씨는 음료 캔 회수 및  '동일 제품 한 박스'도 거절했다.

강 씨는 "고객이 불결한 제품을 마셨는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직원의 태도에 화가 났다. 음료수를 마시고 구역질 때문에 고생했으며 스트레스를 받아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심정을 밝혔다.

결국, 강 씨는 당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품을 신고했다.


이에 대해 해태음료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품 회수를 거부해 제조 과정상의 문제인지 유통상의 문제인지 원인분석을 하지 못했다. 현재 식약청에 신고 접수된 사항인 만큼 식약청에서 조사가 나오면 절차에 따라 조사를 받을 것이다. 영업사원이 음료 캔을 살폈을 때 찌그러진 부분이 있었다고 한 점으로 미루어 아무래도 유통 중의 문제로 추정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소비자가 불만을 느낀 민원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죄송한 마음이다. 민원이 접수된 다음날 소비자와 통화해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 식약청 조사와는 별개로 소비자가 건강상의 문제로 병원 치료를 받으면 병원비 전액을 지급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 "뼛조각 나온 살코기 판매중지해라" vs "합의거절해 해결난망 "

▲ 조 씨가 씹어 조각난 뼛조각.

충남 천안의 조 모(여.28세)씨는 지난 8월 22일 대형마트에서 H푸드의  돼지등심카레 2팩을 8천510원에 구입했다.

4일 뒤 저녁, 조리한 살코기를 먹던 조 씨는 딱딱한 이물질을 씹고 깜짝 놀랐다. 살코기에서 나온 이물질은 엄지손톱만 한 뼛조각이었으며 조 씨가 어금니로 깨물어 조각조각 나 있었다. 이물질을 씹은 후 조 씨는 오른쪽 윗어금니가 쿡쿡 쑤시는 통증을 느꼈으며 1주일 동안 치통으로 고생했다.

조 씨가  마트로  불만을 제기하자  다음날 H푸드 직원이 찾아왔다. 그는 조 씨에게 사과하고 관련내용을 조사해 보겠다고 하고는 보름 후  전화로 '보험 손해사정인을 통해 치료비를 주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조 씨는 임신 초기라 X-ray 촬영도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해 진단서를 발부받지 못했다.  손해사정인은 진단서 없이는 보상처리가 어렵다고 안내했다.

이에 대해 H푸드 관계자는 "해당 제품에서 뼛조각이 나온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소비자와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 위해 진단서와 병원 치료비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요청했으나 증빙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급하지 못했다. 이후 도의적 차원에서 합의금을 제시했으나 고객이 이마저 거절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중지만 요청해  방법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조 씨는 "임신 중이라 정확한 진단서도 받을 수 없는데 합의를 봤다가 나중에 이상이 생길까 걱정이 되서 합의를 거절했던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그 뒤로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업체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말했다.

업체의 늑장 대응에 화가 난 조 씨는 지난달 1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당 내용을 신고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담당자는 "식약청에서 넘어온 사안으로 포장육에 대한 검역을 마치고 지난 9월 21일 소비자에게 결과를 통보했다.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따르면 고기에서 나온 뼛조각은 이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