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고차 "이놈들! 왜 매일 나를 이용해 소비자 울리나?"
화장품ㆍ건강기능식품 길거리 판매 봉고차에 '십중팔구' 낚여
2007-04-20 최영숙 기자
길거리 판매원들은 설문조사나 무료샘플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접근한뒤 봉고차로 데리고 가서 "사용해보고 마음에 안들면 반품할 수 있다"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고가의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의 구매를 유도한다.
그러나 실제 사용해보고 문제가 있어 반품을 요구하면 제품을 이미 사용했다는 이유로 반품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대금 지불 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에게 대금독촉이나 연체료를 물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과 한국소비자원 등에 올라온 몇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1=대학생 박수빈(여ㆍ22ㆍ경남 김해시 구산동)씨는 올해 1월 길거리를 지나다가 '앙띠니아 신제품이 나왔다'며 설문조사를 해달라는 남자 직원의 부탁을 받았다.
남자 직원은 "잠시 얘기만 듣고, 화장품 샘플도 받아가라"며 박 씨를 봉고차 안으로 데리고 갔고, 봉고차안에는 여자 직원이 인사를 하며 화장품에 대해 설명을 했다.
여자 직원은 "내년 봄 신제품이다. 마사지숍에도 나가고, 라디오 '친친'이라는 프로그램에도 소개되고 있다. 스킨케어 등 10종을 50만원에 판매하며, 매월 5만원씩 내면 된다"고 했다.
또 "골드 회원카드도 준다. 카드는 이번에 받지 않으면 받기 힘들다"며 점점 구매를 강요했고, 결국 박 씨는 제품을 구매하게 됐다.
그러나 내년 봄 신제품으로 매장에 나온다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았고, 납품하고 있다는 곳도 확인할 수 없었다. 또 제품은 피부에 맞지 않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고객센터에 항의했지만 "화장품이 천연제품이라서 그렇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 씨는 "한번 믿고 써보자"는 마음에 화장품 값 한달치를 지불하고, 다시 사용해봤지만 계속 트러블이 생겼다. 사용을 멈추고, 화장품을 살펴보던 중 화장품 제조일이 2005년 7월로 찍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 씨는 "신제품이라더니 이게 무슨 신제품이냐. 화장품은 신선도가 생명이다. 정말 후회가 막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앙띠니아측은 "당사는 제조회사로 제품의 교환이나 환불은 판매처와 논의해야 한다. 진단서를 첨부해서 판매처로 보내면 판매처에서 교환이나 환불을 해줄 것이다. 또한 화장품의 경우 3년 안에 제조된 제품은 문제가 없다"고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밝혔다.
그러나 판매처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사례2=고등학생 서 모양은 길을 가다가 설문조사를 해달라는 판매원의 부탁을 받았다. 판매원은 설문조사가 끝나자 사은품을 주겠다며 근처에 세워놓은 봉고차로 서 양을 데리고 갔다.
봉고차에서 실장이라는 여자가 '키토산'이 함유되었다는 건강보조식품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장은 "설문에 응해줘서 이벤트에 당첨됐다. 100만원에 상당하는 키토산을 48만원에 주겠다"고 했다.
서 양은 "사은품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묻자 "48만원짜리 키토산안에 1주일분이 사은품이다. 1주일분을 먹어보고 효과가 없다면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장은 "다이어트, 아토피, 관절 등의 뼈질환, 여드름치료, 피부미용 등에 좋다"며 서 씨를 설득했고, "부모님이 괜히 비싼거 샀다고 걱정하실 수 있으니 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부모님한테도 권해보라"고 했다.
얼떨결에 제품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서 양은 1주일간 제품을 복용했지만 실장이 얘기한 효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서 양은 고객센터에 반품을 요청했으나 상담원은 "1주일분을 복용했기 때문에 반품해줄 수 없으며 돈을 지불해야 된다"고 했다.
서 양의 이모가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회사에 항의했지만 얼마후 독촉장이 날아왔다.
서 양은 "부모님께는 아직 말씀도 못드렸다. 정말 이대로 대금을 다 지불해야 되는 것이냐"며 한국소비자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례3=소비자 고 모씨도 얼마 전 길에서 판매하는 아토피와 민감성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 세트를 구매했다.
판매자는 "부작용이나 단순한 변심에 의해서도 반품이 가능하다. 14일 이내에 반품을 요청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화장품은 고 씨와 맞지 않아 피부에 트러블이 생겼고 해당 회사에 반품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또 제품을 우편으로 보냈으나 그마저도 수취거부로 돌아왔다. 이 후 하루에도 몇번씩 대금 독촉 전화가 왔다.
고 씨는 "판단이 미숙했던 점은 반성하고 있으나 이대로 신용불량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냐"며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의뢰했다.
#사례4=소비자 최아영씨는 올해 2월 초 길에서 앙띠니아 화장품을 구매하게 되었다. 그러나 화장품을 사용하고부터 얼굴에 트러블이 생겼고, 상처까지 남았다.
또 화장품 대금을 4만원씩 10번에 걸쳐 납부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납기일이 조금 지나자 4만원에 대한 연체료 6000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된다고 했다.
정 씨는 "더 이상 이 화장품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며 지난 14일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