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휴대전화 `상반된 전략' 성공

'선두업체 따라하기' 전략으로 효과

2007-04-22     장의식기자
1분기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눈에 띄게 약진했다.

한국 휴대전화는 최근 2년간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지만 올 들어서 외국업체들이 부진한 사이 보란듯이 두 회사 제품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전략을 보면 서로 정반대여서 눈길을 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동안 추구해왔던 프리미엄 브랜드 고수 전략에서 다소 수정, 신흥시장을 겨냥해 중저가 제품을 추가해 모델과 가격대를 다변화한 반면, LG전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럽시장에서 삼성전자보다도 더 비싸게 파는 고가 전략을 펼친 것이 효과를 거뒀다.

이는 글로벌 시장 3위인 삼성전자가 1위인 노키아를, 5위인 LG전자는 3위인 삼성전자의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에 초점 = 삼성전자는 1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전분기 대비 6% 이상 성장하면서 분기 사상 최고치인 3천48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휴대전화 `빅 5' 가운데 유일하게 1분기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매출은 전 분기보다 1% 가량 감소한 53억9천400만달러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자랑해왔던 평균 판매단가(ASP)가 1분기 155달러로 지난해 4분기 168달러에 비해 8% 낮아졌다.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지난해 4분기에도 판매단가가 3분기 보다 7.1% 하락했었다.

결국 판매량은 늘었지만 개당 단가가 내려가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삼성전자가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한 고가 제품 위주의 판매에서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을 내놓으며 사업전략을 이원화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흥시장에 10만∼15만원대에 내놓은 중저가 제품인 이른바 `엔트리 프리미엄' 제품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E250' 모델은 월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는 등 폭발적인 실적을 내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1천만대를 돌파해 `텐밀리언셀러'에 등극할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유럽시장에서는 고가 제품인 `울트라에디션 12.9(D900)'을 대대적으로 밀면서 신흥시장에서는 브랜드에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조용히 중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해 간 것이다.

이 회사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66%나 늘었고, 특히 영업이익률이 13%로 전분기의 7%에 비해 무려 6% 포인트나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이 모토로라와 거의 같은 규모로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를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시장점율도 모토로라가 22.4%에서 17.5%로 낮아진 반면, 삼성전자는 10%에서 14%로 높아져 두 회사간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간 판매량이 1억3천만대 가량으로 이제는 규모의 경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노키아처럼 다양한 제품을 많이 팔아서 이익을 많이 남기는 전략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LG전자 `선택과 집중' 브랜드 가치 높여
LG전자의 1분기 실적을 보면 특이할 만한 것이 판매단가가 158달러로 155달러인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눌렀다는 것이다.

LG 휴대전화의 판매단가는 지난해 1분기 127달러로 1년 사이 31달러가 올랐다. 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1분기 만에 20달러나 급상승했다.

삼성 제품의 판매단가가 최근 지속적으로 내려간 사이 LG 제품은 빠르게 치고 올라가 `만년 2위'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휴대전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것이다.

LG는 판매단가가 낮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물량을 줄이는 대신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초콜릿폰'과 `샤인' 두 제품에 `올인'하면서 프리미엄 전략을 펼쳐왔다.

1분기 실적을 보면 이 회사는 더욱 성공적이었다.

판매량은 전분기 보다 12% 줄었지만 매출액은 2조3천53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7.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천102억원으로 작년 동기 519억원의 적자와 비교하면 무려 1천620억원이 많아졌다.

휴대전화 부문의 영업이익률 역시 작년 동기 -1.7%에서 올해 4.7%로 뛰어올랐고 전분기의 4.4%보다도 높아졌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년 연속 하락했던 한국 휴대전화 산업의 수익성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규모 등 면에서 전략을 다르게 가져갈 수 밖에 없다"며 "삼성은 노키아를 따라하며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LG전자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브랜드 정책을 적용해 효과를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업체 부진...유럽시장 침체 등 이유
1분기 실적이 모토로라의 경우 거의 `추락' 수준을 나타난데 이어 업계 1위인 노키아는 `주춤', 업계 4위인 소니애릭슨은 `부진'의 실적을 내놓았다.

노키아는 1분기 9천110만대를 출하해 98억6천만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신흥시장 위주로 저가폰 판매를 확대함에 따라 판매대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21% 늘었으나 매출은 3.7%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117억유로에 비하면 매출이 15.7%나 감소했다.

순이익은 작년 1분기 10억4천800만유로에서 9억7천900만유로로 6.6%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1년 사이 18.5%에서 16.8%로 떨어졌다. 저가 휴대전화 판매에 주력한 탓에 평균단가는 1년전 103유로에서 89유로로 낮아졌다.

소니에릭슨의 1분기 실적은 판매량과 매출이 29억2천500만유로와 2천180만대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각각 22.7%와 16.2%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3억4천600만유로로 전 분기에 비해 28.5%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11.8%로 1% 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단가는 134유로로 지난해 4분기의 145유로보다 7.6% 내려 앉았다.

두 업체가 저조한 성적을 낸 것은 유럽 시장이 계절적인 비수기로 침체를 보인 것과 신흥시장에서 신규수요는 줄고 교체수요가 늘어나면서 저가폰의 위력이 반감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모토로라의 경우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레이저폰'에 지나치게 의존, 모델을 다변화하지 못한 채 신흥시장에서 저가폰을 앞세워 지나치게 가격경쟁에 나선 것이 `수익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