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며느리, 미쳤네!아기 머리맡에 칼을..."

2007-04-25     장의식기자
"금쪽 같은 손자 머리맡에 시퍼런 칼을 놓다니…."(한국 시어머니)
"아기 머리맡에 칼을 놓는 것은 나쁜 기운을 물리쳐 건강하게 자라도록 하는 베트남식 풍습입니다."(베트남 며느리)
충북 옥천군에 사는 70대의 A씨는 최근 태어난 손자 머리맡에 날카로운 칼이 놓여져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칼은 베트남에서 시집온 며느리가 놓은 것으로 밝혀졌고, A씨는 불같이 화를 내며 며느리를 정신 이상자로 몰아붙였다.

반면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화를 내는 이유를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고국 베트남에서는 나쁜 기운을 타지 않고 무탈하게 성장하도록 하는 기원을 담아 아기 머리맡에 칼을 놓는 것이 풍습이기 때문. 설명을 하려 해도 제대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베트남 며느리는 답답한 가슴만 칠 수 밖에 없었다.

농촌 총각의 40%가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지에서 신부를 맞이하며 여성 결혼이민자가 폭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문화적 차이로 불필요한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가 잦아 다문화교육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전만길 결혼이민가족지원연대 공동대표는 25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브리핑에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결혼이민자 가족 내에서 빚어진 오해 사례를 공개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필리핀 같은 더운 나라에서 며느리를 맞은 한국 시어머니들은 기후상 낙천적이고 여유로울 수 밖에 없는 이들을 터무니 없이 게으른 것으로 오해하며 큰 갈등을 빚는다. 보통 아침을 먹지 않고, 오전 10시쯤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필리핀 여성 이민자들이 한국의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시어머니나 남편의 눈에 달가울 리가 없는 것. 상대의 볼을 때리거나, 허벅지를 발로 툭툭 차는 베트남 여성들의 애정 표현법도 남편이나 시어머니가 보기에는 터무니 없는 행동이다.

한국보다 훨씬 높은 여권을 향유했던 중국 출신 결혼이민자들의 당당한 태도 역시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을 기대했던 한국 가족들이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전 대표는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나라별 문화적 차이를 무시하고 우리 기준만을 강요하기 때문에 외국인 아내나 외국인 며느리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면서 "의사소통을 위한 한국어교육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다문화교육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30년간 자신들의 생활 방식에 익숙해진 국제결혼 이민자들이 하루 아침에 한국 스타일로 바뀔 수는 없다"면서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외국인 아내나 며느리와 맞춰나가거나, 최소한 이들이 서서히 바뀔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이런 점을 감안해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에 다문화교육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결혼이민자 지원 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방문해 한국어 교육, 가족 교육, 출산 전후 도우미 지원 등을 제공하는 것 외에 여성 이민자의 남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배우자 국가의 문화를 소개하고, 다문화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한 준비를 시키겠다는 것.

교육은 서울, 대전, 옥천, 대구, 나주, 춘천 등 전국 6곳의 결혼이민가족지원연대의 전문 강사가 맡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