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보험 설계사 말 믿고 덥석 가입하면 '피박'""

2009-10-27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2년이면 원금회복이 가능하고 납입료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설계사의 과장광고에 속아 변액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거액을 날린 채 중도해지 해야 할 상황이라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해당 보험사는 "가입자의 주장에 타당성이 없어 이미 금융감독원에서도 2차례나 기각된 민원 건"이라고 일축했다.

경북 영천시 망정동에 사는 이 모(여.31세)씨는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 설계사에게 여러 차례 해지 의사를 밝혔으나 설계사의 회유와 설득으로 철회기간을 놓쳤다. 2년만 넣고 10만원으로 낮춰야겠단 생각에 10개월간 납입했지만 다른 설계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24개월 납입 후 25개월부터 최저 20만원까지 낮출 수 있고, 금액을 줄이면 낮춘 금액만큼 해약환급금이 통장에 입금돼 중도해지로 인한 큰 손실을 보게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이 씨는 2008년 3월 이후 보험금을 납입하지 않아 실효된 상태로 "설계사로부터 상품 주요 내용 및 사업비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보험계약 취소 및 납입보험금 전액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 측은 "민원을 접수해 모니터링 한 결과 문제가 없었고, 두 차례의 금융감독원 조사에서도 이미 기각된 사안"이라며 전면 반박해 가입자와 보험사간의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씨는 결혼 초기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위해 미래에셋생명 포항지점을 찾았고 담당설계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2007년 6월 25일 남편과 본인 명의로 각각 50만원씩 월 100만원의 '무배당 미래에셋 아시아퍼시픽컨슈머변액유니버셜' 보험(종신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납입금이 커 망설였지만 '100만원을 납입하다가 부담스러우면 2년 뒤에는 10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금액을 줄여도 가입자가 입는 피해는 없다'는 설계사의 설득에 청약서에 서명했다.

그는 보험 청약철회 기간(15일)을 며칠 남겨 두고 설계사에게 철회의사를 밝혔으나 차일피일 미뤘고 미래에셋 본사에도 연락했지만 상담원은 '담담설계사와 얘기하라'는 말뿐이었다.

결국 이 씨는 청약철회 기간이 지나 해지를 못하게 되자 자포자기 심정으로 2개월간 보험료를 납입했다. 이후 '품질보증제도'(가입 후 3개월 이내 계약해지, 환불 가능)를 알게 돼 설계사에게 연락했으나 설계사는 또 다시 '이 상품은 그런 상품이 아니다, 일반보험 상품과 달리 이 상품은 품질보증기간이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이 탄로 나자 설계사는 '미안하다. 그래도 상품이 좋으니까 끝까지 해봐라'고 변명했고 이 씨가 계속 보험취소를 요구하자 태도를 바꿔 '당신 잘못 아니냐, 한번 해볼 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겼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2008년 3월까지 10개월간 보험료를 납입해온 그는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주식이 바닥을 치는 걸 보고 일단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고 다른 통장에 모아두면서 2년이 되기를 기다렸다. 24개월째 되는 달에 돈을 모두 납입해 실효된 보험을 부활시킨 후 10만원으로 낮출 생각이었던 것.

그러나 신중을 기하기 위해 다른 설계사들에게 변액보험 상품에 대한 조언을 구하다 이 씨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듣게 됐다. 24개월 의무납입 기간이 지나면 25개월부터 자유납입이 가능하지만 최저 20만원이고 보험금을 감액하면 감액한 만큼의 돈에 대한 해약환급금이 가입자 통장에 입금돼 사실상 중도해지 된다는 것이다.

가령, 100만원을 24개월 납입한 후 25개월부터 20만원을 넣게 되면 총 납입금 2천400만원 중 80만원 분(1920만원)에 대한 해약환급금(1천만원)은 가입자 통장에 바로 입금된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920만원을 손해 보는 셈이다. 물론 해약환급금은 코스피 주가 변동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월100만원을 내는 피보험자가 24개월을 납입한 후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질병, 교통사고 등을 이유로 수입이 없으면 '일시중지'가 가능해 일반보험과 달리 6개월에서 1년간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아도 실효가 되지 않는다. 만약 피보험자가 중간에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 5천000만원과 적립금 2천400만원 총 7천400만원을 보험사로부터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가입기간 여부를 떠나 보험사는 피보험자로부터 계약유지비, 설계사 수당 등이 포함된 사업비(5~7년간)를 받는데 월100만원을 납입할 경우 월11만~12만원이 빠져나간다. 만약 피보험자가 25개월부터 보험료를 납입하지 않을 경우에도 사업비는 계속 빠져 나간다. 때문에 코스피 지수가 올라 수익이 발생하면 더 할 나위 없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24개월 납입금에서 사업비가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씨는 "이런 부분이 약관에 명시가 돼있지만 담당 설계사가 실적을 올릴 목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며 "그 설계사는 이 씨 말고도 여러 사람에게 거짓말로 보험을 판매한 후 수당만 챙기고 도망갔다"며 혀를 찼다.

이어 "문제가 생기니까 설계사는 도망가고 보험사는 증거를 대라며 가입자를 압박하고 있어 기가 찰 노릇"이라며 발을 굴렀다.

이 씨는 "설계사가 사업비는 물론 보험료를 낮춰서 낼 때 소비자가 받게 될 불이익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면 내가 보험에 가입했겠느냐"며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자료가 없어 기각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금감원은 이 씨의 민원에 대해 "2007년7월6일 미래에셋생명보험회사에서 전화로 모니터링 할 때 '약관, 상품 설명서를 받고 주요내용에 대해 설명 들으셨습니까?'라고 질문하자 '예'라고 답변한 사실이 있음에도 상품의 주요내용을 설명 듣지 못했다는 사유로 계약취소권을 행사하기는 곤란한 것으로 판단된다" 고 회신했다.

사업비 부분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사업비는 보험회사의 설명, 명시 의무가 요구되는 계약의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없어' 원고(계약자) 패소판결 한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사건번호 2006가합455, 2006.11.9 선고) 판례를 들어 "계약 취소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도 "이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했다. 그는 "2008년 9월, 2009년 6월 12일, 15일 등 3차례 가량 보험사에 민원을 제기해 모니터링을 통해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어 기각했다. 또 금융감독원에도 2009년 6월과 7월 두 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가입자의 주장이 타당성이 없어 기각됐다"고 해명했다.

사업비와 보험료 자유납입 시 불이익 여부에 대해 그는 "사업비는 가입자가 2년 납입 후 자유납입 기간 동안 불시 사망할 경우 발생하는 사망보험금에 대비하고 보험유지 및 운영비로 가입자가 쌓아둔 금액에서 일정 비율로 계속 나가는 것"이라며 "변액보험은 가입자가 투자하는 돈에 따라 수익금을 나눠 주는 형태인데 가입자가 뭔가 오해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나 말고도 같은 설계사의 거짓말에 속아 같은 보험 상품을 적금인줄 알고 가입했다가 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소비자들이 4명이나 더 있다. 다른 설계사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보험사 측은 직원의 잘못을 책임질 생각은 하지 않고 가입자와 설계사의 문제로 치부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