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중개업소 믿고 APT 섣불리 계약하면 낭패"

2009-10-28     우명환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우명환 기자] 부산의 한 건설사가 소유권을 이전해 놓고도 임대계약을 체결해 수십가구가 임차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고 쫓겨 나갈 처지에 놓였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와 가람건설이 공모, 중개수수료를 아끼려고 직접 계약을 한 임차인들을 낚은 것이다.

피해자 황 모(여.23세)씨는 이전에 살고 있던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자 작년 3월 20일 부동산중개업소의 소개로 가람리버빌 아파트를 임대 계약했다.

회사와 가깝고 거의 새 집이라 깨끗하다는 중개업소 직원의 말을 듣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으로 계약했다.

중개업소는 계약서를 쓸 때 중개업소가 아닌 가람리버빌의 가람건설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쓰게 하고 중개업자가 빠진 당사자 간 임대계약으로 유도했다. 그리고 수수료도 중개업자가 아닌 직원 개인통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황 씨는 과정이 석연치 않았지만 집이 마음에 들어 입주했다가 지난 6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KB부동산신탁이 신탁된 부동산을 공매로 처리하면서 입주자들에게 사실이 알려진 것.

알고 보니 가람건설산업은 이 가람리버빌 아파트에 법인소유 오피스텔 46가구와 아파트 7가구 등 총 53가구의 소유권을 갖고 있었으나 2007년 10월 KB부동산신탁회사에 담보신탁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때문에 임차인들은 신탁등기로 소유권이 바뀌어 이전의 가람건설이 아닌 KB부동산신탁회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어야 했지만 중개업소와 가람건설의 '짜고 친 고스톱'에 낚인 것이다.

이후 가람건설산업은 부도가 났고 대부분의 입주자들은 신탁등기가 된 이후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현 시점에서 임차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황 씨는 중개업소에 찾아가 보증금을 책임지라고 요구했으나 “법대로 하자”는 답변만 돌아왔다.

계약서상 중개업소가 개입되지 않은 점을 염두에 둔 배짱이었다.

황 씨처럼 중간에 중개업자가 있으면 소송 가능성이라도 열려 있지만 정 모(여.23세)씨처럼 중개수수료를 아끼려고 직접 가람건설과 계약을 체결한 사람은 더욱 절망적이다.

정 씨는 1년 전 전봇대에 붙은 메모를 보고 가람건설과 보증금 1천400만원에 월세 14만원으로 직접 계약을 한 상태다.

정 씨는 “저는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지만 부모님의 피와 땀 같은 돈을 이렇게 날릴 수 없다”며 “지금까지 제대로 된 효도한번 못하고 부모님 마음에 상처를 입힐 바에는 죽고 싶다”며 절망적인 심정을 토했다.

이어 그녀는 “청와대 등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답은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으라’는 내용이며, 사기죄로 고소하려고 경찰서를 찾아 갔지만 ‘뻔 한 사기계약을 해서 자기들 피곤하게 만든다’는 경찰의 핀잔만 들었다”며 다시 한 번 비통한 심경을 피력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제사업부 관계자는 “법으로 모든 중개업자는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중개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을 해준다”며 “그러나 황 씨의 경우 중개사무실에서 계약이 이루어 진 것도 아니고 또한 중개업자의 도장이 날인되어 있지도 않고 수수료도 중개업자에게 지불된 것도 아니어서 지금 상태로는 보상이 힘들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으로 가서 ‘중개업자의 잘못’이라는 판결만 받으면 그때는 보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산 사하구청 지적과 담당자는 “해당 부동산 직원은 법으로 정한 사용인 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행정처분은 가능하지만 무등록상태의 중개행위인지는 확인을 해 봐야 한다”며 “보증보험으로 처리가 됐으면 하지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구청에서도 이 분들에 대한 구제방안에 대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KB부동산신탁회사 담당자는 “가람리버빌의 임차인들이 너무 안 돼 구제방법을 찾을 수 없을까 하고 구청과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하는 중이며, 근저당권자도 ‘여지가 있으면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