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메뚜기'설계사 생사람 잡는다"
보험'뻥'판매 뒤 퇴사해 소비자는 쪽박..1년내 60%증발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보험 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후 수당만 챙기고 도망가는 일명 '먹튀' 설계사들이 급증해 소비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설계사가 허위 혹은 과장된 설명으로 보험을 판매하고 높은 수당을 챙겨 퇴사해 버리고 나면 설계사의 말만 믿고 보험에 가입했던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쪽박 신세로 전락하기 일쑤다. 설계사의 근무 연한이 1년이내로 대단히 짧은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보험설계사 10명 중 6명 이상이 1년 이내에 그만두고 있으며 그 비율은 더욱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무리한 모집조직의 증원과 외형실적에 급급한 영업을 전개하는데 따른 후휴증이다. 또한 탈락한 보험설계사로 인해 보험료 인상, 해약 및 승환계약 증가 등 보험소비자들의 피해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설계사 수는 대리점 모집사용인을 포함해 약 47만6천명에 달한다. 보험상품은 갈수록 고도화되는데 보험설계사의 근무연한은 짧아지고 있어 허위 과장 광고외에 최근에는 상품에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불완전판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유명보험사 등에서 설계사로 20년간 근무한 이 모 씨는 보험 상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소비자를 교묘히 속여 상품을 판매한 후 수당만 챙겨 튀는 일명 '먹튀' 설계사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원금 보장' 감언이설에 속았어..소비자 집단 민원
최근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에 가입했던 5명의 소비자들이 설계사 자질문제를 들어 보험사를 상대로 금융감독원에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경북 영천시 망정동에 사는 이 모 씨(여․31세)는 미래에셋생명 포항지점에서 담당설계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2007년 6월 25일 남편과 본인 명의로 각각 50만원씩 월 100만원의 '무배당 미래에셋 아시아퍼시픽컨슈머변액유니버셜' 보험(종신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납입금이 커 망설였지만 '100만원을 납입하다가 부담스러우면 2년 뒤에는 10만원으로 낮출 수 있다. 금액을 줄여도 가입자가 입는 피해는 없다'는 설계사의 설득에 청약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 2년만 넣고 납입금을 10만원으로 낮출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중 알고보니 24개월 납입 후 25개월부터 최저 20만원까지 낮출 수 있고, 금액을 줄이면 낮춘 금액만큼 해약환급금이 통장에 입금돼 중도해지 되는 것이었다.
이 씨가 이를 알고 담당설계사를 찾았을 때는 이미 퇴사한 후였다. 그는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자료가 없어 기각됐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같은 설계사로부터 이 씨와 동일한 보험에 가입했던 오 모(여․27세) 씨도 2008년 2월 '미래에셋에 2년만 투자하면 원금이 보장되며 이율도 은행보다 높다'는 말을 믿고 월 40만원 2년 의무납입조건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알고보니 단기금융상품이 아닌 장기펀드상품이며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펀드에 필요한 운영수수료가 오 씨가 입금한 돈에서 빠져 납입을 못할 경우 원금의 절반도 못건지는 상품이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던 황 모(여․39세) 씨도 오 씨처럼 같은 설계사에게 동일한 수법으로 속았다며 보험사 측에 원금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다른 보험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서초동의 최 모(남․41세) 씨는 지난 1999년 녹십자생명보험의 저축성 보험인 '화이팅보험'에 가입했다. 설계사로부터 설명받은 가입조건은 5년간 매월 10만7천40원을 내고 5년간 예치기간을 거치면 10년 후 만기보험금 2천400만원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10년 만기 후 최 씨가 받은 돈은 580만3천170원에 불과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담당설계사는 누군지 알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최 씨는 반에 반토막된 보험금을 들고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대전 둔산동의 성 모(여․21세)씨는 2008년 KB생명의 제휴법인 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를 통해 월 납입액 65만원의 KB주가 지수 연계저축 보험에 가입했다. 설계사는 언제든 해약할 수 있고 원금보장이 되는 저축성보험이며 주가연계상품으로 주가가 오르면 투자성과까지 배당받을 수 있다고 말했으나 확인결과 5년간 보험금을 납부, 10년 거치 후 찾는 15년 만기 장기보험으로 납입액 감액이나 원금을 찾을 수 있는 해지 방법은 없었다. 성 씨가 불완전판매에대해 항의하자 담당 설계사는 아예 연락조차 두절했다.
보험사 '상품교육', 금융당국 '관리감독' 강화가 해법
10년간 설계사로 근무한 김 모 씨는 '먹튀' 설계사들이 증가하는 데는 개인의 자질과 많은 수당을 챙기려는 욕심도 문제지만 기본적인 소양이 안 된 설계사들을 대량 모집해 제대로 된 상품교육도 안된 상태에서 높은 실적을 강요하는 보험사에 더 큰 잘못이 있음을 지적했다.
김 씨는 "보험사마다 다르겠지만 상품교육이 이뤄지는 곳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설계사 스스로가 보험상품 내용을 공부해야 하지만 실적에 쫒겨 판매에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체계적인 설계사 관리를 위해서는 보험사에서 입사규정을 엄격히 하고 채용 후 정기적인 상품교육 진행, 설계사에게 거짓으로 보험을 판매할 시 책임을 묻겠다는 각서 작성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년 설계사 경력의 박 모 씨도 "보험사가 신입설계사 교육시 상품교육 및 약관에 대해 교육해 놓고 문제가 생기면 가입자와 설계사간 문제로 책임을 돌린다"며 "설계사들도 피해자"라고 성토했다. 이어 "이같은 문제에대한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씨는 "민원 건이 민사소송으로 넘어가 보험사가 패소할 경우 보험사가 설계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며 "사전에 보험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상품교육을 철저히 시켜 가입자와 설계사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여성설계사들이 대부분이라 정착률이 낮았는데 근래에 남자설계사가 증가하고 상품교육이 정기적으로 이뤄져 전문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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