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 먹어도 돼..웬 회수~ 귀찮게"

식품 이물질 지쳐 떨어질 때까지 배짱..소비자 분노

2009-10-30     강민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강민희 기자]식품업체들이 이물질이 발견된 식품을 신고해도 회수조차 하지 않아  원인규명이나 예방대책 마련에 뒷전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물질이나 곰팡이가 섞인 식품을 발견하고 기겁한 소비자들은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예방 조치를 기대하지만 업체들은 무관심한 상태. 원인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이물질이나 해당 제품을 회수조차 해가지 않아 소비자들을 황당하게 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물질 신고를 하면 제품을 회수해서 무엇이 문제인지 어떤 과정에서 이물질이 들어갔는지 조사하려는 노력이 없다. 단순히 제품교환을 해주거나 심지어 그것마저도 없이 묵묵부답으로 소비자가 지쳐 나가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닭털은 먹어도 괜찮아"

경기 의정부시의 이 모(남.33세)씨는 야식으로 찜닭을 시켜 먹었다가 입안에서 이물질이 느껴져 뱉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닭털이 다 빠지지 않고 그대로 조리돼 군데군데 털들이 가득했다. 심지어 닭 껍질에는 털이 채 빠지지 않은 것도 발견됐다. 비위가 상한 이 씨는 먹은 음식물을 토해냈지만 한동안 계속 구역질에 시달렸다.

당장 음식업체에 전화해 항의했지만 업주는 태연한 목소리로 "닭털은 먹어도 된다"고 답했다. 화가 난 이 씨가 "아무리 몸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위생상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대기업에서 관리하는 닭을 쓰고 있고 한방조리를 하기 때문에 상관없다"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씨는 "최소한 음식을 살펴보려는 노력도 없다. 앞으로 이 같은 문제가 반복돼도 상관없다는 얘기 아닌가?  업주의 뻔뻔한 태도가 황당할 뿐이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곰팡이 우동 신고만 하면 끝?

서울 망원동의 정 모(남.33세)씨는 며칠 전 집 인근 마트에서 조리식품인 '대림선 가쓰오우동'을 구입했다. 봉지를 뜯어 조리하려는 찰나 우동면에 푸르스름한 이물질 덩어리를 확인했다. 제품에 포함된 것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곰팡이였다. 경악한 정 씨는 바로 조리를 중단하고 사조대림에 연락했다. 회사 측은 "식약청에 신고하겠다"는 말뿐 다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 씨는 "기본적으로 제품을 회수하고 신고를 하는 것이 정상인데 '신고'만을 앞세워 마냥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소비자가 지쳐 떨어질 시간을 벌기 위한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사조대림 관계자는 "고객의 문의를 받은 즉시 관할 식약청에 신고했다. 식약청에서 공장의 설비실태 등을 조사하고 갔으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수거 없이 교환이면 OK!

서울 상봉동의 김 모(여.30세)씨는 지난 8월 롯데삼강 '전통짜장면'을 먹으려고 봉지를 뜯었는데 면 위에 가득 핀 허연 곰팡이를 발견했다. 깜짝 놀라 유통기한을 살펴봤더니 '2010년 4월까지'로 문제될 게 없었다. 롯데삼강으로 연락하자 회사 측은 "다른 제품으로 교환해 주고 검사를 하겠다. 제품 수거를 위해 택배기사를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며칠 후 도착한 택배기사는 새 제품만 전달해 줄 뿐 문제의 제품은 수거해 가지도 않았다. 김 씨는 "최소한 제품을 수거해 원인규명 등의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저 단순 교환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롯데삼강 관계자는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리며 빠른 시일 내에 회수해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