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비밀번호 유출 카드도용, 고객이 무과실 입증"

2009-10-26     이민희 기자

신용카드 비밀번호 유출의 피해자가 보상을 받으려면 본인의 고의.과실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6일 국민은행이 카드도용 피해를 본 고객 조모씨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신용카드 회원은 비밀번호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할 의무가 있어 제3자가 부정사용한 경우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분실 및 비밀번호 누설에 아무 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카드 비밀번호 유출로 인한 부정사용이 있을 때 모든 책임을 고객이 지도록 규정한 신용카드 약관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조씨는 2005년 만취한 상태에서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도둑맞았는데 다음날 아침 도난 신고 전까지 누군가가 현금서비스 및 예금출금 방식으로 700여만원을 인출해갔다. 카드 비밀번호는 군입대 당시 군번을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전화번호, 주민번호로는 알 수 없는 번호였다. 조씨는 은행을 상대로 피해 금액을 되돌려달라는 강제집행신청을 냈다.

국민은행은 맞소송을 냈고 서울북부지법 1심 재판부는 "피고가 범인의 사진을 보고도 전혀 알지 못했으므로 비밀번호를 고의 또는 과실로 유출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은행의 책임을 60%로 보고 4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법원 항소부는 도난사고 후 범인이 비밀번호를 한 번에 입력해 현금서비스와 인출을 받았고 피고가 만취상태여서 무의식중에 비밀번호를 알려줬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1심을 깨고 국민은행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