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계약 섣불리 하면 이렇게 돈 날린다"

2009-10-30     임민희 기자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민희 기자] 해외취업을 위해 거액의 대행료를 내고 1년여를 기다리다 지친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하면서 전액환불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회사 측은 "테스트에서 탈락해 대기상태가 길어진 것이고 직접 투입된  일부 비용의 공제마저 소비자가 거부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사는 임 모(여.42세)씨는 13년차 경력의 전직 카지노 딜러. 임 씨는 크루즈 선(항해를 통한 유람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여객선) 내의 카지노 딜러로 취업하기 위해 알아보던 중 작년  8월 세계 3대 크루즈 선박회사 가운데 하나인 미국 '로열 캐러비언(RCI)'에서 낸 한국인 구인모집 광고를 보고 채용대행사인 H사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임 씨는 건강검진 및 수속비용으로 165만원(1차 99만원, 2차 66만원)의 선 지불을 요구받았으나 면접 스케줄이 잡히면 내겠다고 버텼다.

2008년 9월 초 임 씨는 '로열 캐러비언(RCI)' 측 외국인 면접관을 만나 면접을 본 뒤 9월 11일 합격통보를 받고 11만원이 감액된 154만원을 결제했다. 교통비 등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호소해 대행료를 일부 깎았다.

계약서는 별도로 작성하지 않았지만 H사측은 임 씨에게 구두로 월 1천500불 정도의 임금이 지급되고 적어도 3~6개월 이내에 취업이 이뤄진다고 공언했다. 취업 기대에 들떠 임 씨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3차례나 오가며 H사에서 실시하는 영어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승선할 수 없었고 H사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구체적인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 임 씨는 "답답한 마음에 '크루즈 선에 자리가 없으면 싱가포르 쪽에서 구인모집을 하는 것 같은데 알아봐 달라'는 말까지 했지만 취업은 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기다리다 지친 임 씨는 H사에 계약해지와 함께  전액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건강검진비용 36만원5천원과 세금 14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04만원을 환불해 주겠다'고 응수했다. 임 씨가 거듭 항의하자 건강검진비용을 뺀 117만 5천원을 환불해 주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임 씨는 "H사는 바로 취업이 안 될 경우 인턴십 형태로 해외취업을 권하는데 나는 경력이나 나이가 많아 다른 방도가 없으니까 환불해 주는 것"이라며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그간의 시간 낭비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워서라도 전액 환불을 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H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11일 1차 면접 합격 통보를 했고 올해  5월 2차 실기테스트를 했으나 탈락했다. 탈락자를 다시 채용하지는 않으니까 시차를 두고 내년에 다시 지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환불을 요청했다. 직접 투입 비용인 건강검진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환불해 주겠다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승선 전 제출해야하는 '건강검진'은 마약테스트가 포함돼 있어 지정병원에서 받는다"고 덧붙였다.

승선 대기 시간이 길어진데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1차 면접 합격 후 3~6개월 내에 승선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데 개인차에 따라 빠르면 3주에서 늦으면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다"며 "지난 해 9월 세계 경기 침체로 한동안 크루즈 선박회사의 채용계획이 없었고 올해 5월 2차 실기테스트를 봤으나 임 씨의 경우 탈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후반기에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8, 9월에 많은 대기자들이 승선을 했다"고 부연했다.

기사보도가 나간 후 H사는 임 씨에게 건강검진비를 포함한 전액비용을 환불했다. H사 관계자는 "2008년 9월부터 올해까지 경기침체로 어려움이 있었는데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임 씨의 승선이 지연된 부분은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런 사정을 고려해 환불조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