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뮤지컬 ‘어쌔신’의 강태을

우린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

2009-10-27     뉴스관리자

철저하게 암살자들의 시각에서 그려진 뮤지컬 ‘어쌔신’. ‘어쌔신’은 암살 자체의 사건뿐 아니라 ‘그들이 왜 대통령을 쏠 수밖에 없었나’라는 내적 동기를 그려내 화제를 모은다. 미국 뮤지컬계의 거장 스티브 손드하임의 탄탄한 원작과 뮤지컬 전문 배우들로 구성된 캐스팅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뮤지컬 ‘어쌔신’의 강태을 배우를 만나 암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배우 강태을, ‘어쌔신’을 만나게 되기까지

“배우 한지상씨에게 전화가 왔어요. “형 어쌔씬하는데 할 생각 없어요?” 그래서 어떤 내용이냐 했더니 “암살자 얘기고 존 부스라는 역할이 있는데 주인공이에요. 되게 많이 나와요!”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봤는데 수염도 있고 머리도 길어서 이미지상 저랑 맞을 것 같더라구요. 그러고 대본을 받아봤는데, 하나도 눈에 안 들어오는 거예요. 대본이 너무 어려웠어요. 대사도 많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내용이었는데, 이상하게 하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참여하게 됐어요.”

▶ 내겐 너무나 어려운 ‘어쌔씬’! 강태을 배우의 좌충우돌 연습기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뮤지컬이었어요. ‘대체 뭐지? 이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막연하게 ‘저걸 어떻게 슬프게 가져가지?’, ‘이거 관객들한테 이해시켜야 하는데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해도 안 가고. 근데 배역을 연습하다보니깐 암살자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되더라구요. 문득 대통령을 쏠 권리는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해할 수 있겠더라구요. 정말 수박 겉핥기처럼 연출님 지시대로 연습했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아, 이런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고 있어요.”

▶ ‘어쌔신’의 묘미는 이것! 강태을 배우가 말하는 ‘어쌔신’의 관전포인트

“마지막 부분에 존 부스를 비롯한 암살자들이 오스왈드에게 암살할 것을 권고하는 장면이요. 존 부스가 오스왈드에게 당신이 암살을 해야만 암살을 했던 과거의 다른 암살자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고, 앞으로의 사람들이 너를 보고 새로운 암살자로 나오게 되는 거라고 이야기해요. 암살자들이 다함께 ‘넌 언제나 무언가를 이루고 싶어했잖아 / 소원이 이루어지는 거야 / 너도 한 명의 암살자가 되는 거야’라고 노래하면서 윗층 무대를 가리키면 책장 모양으로 꾸며진 무대 위로 책들이 꽂혀있는 영상이 비쳐져요. 그리고 그 속에 암살자들이 한 명씩 들어가 있죠. 문이 열리면 암살자들이 나오고, 오스왈드에게 ‘니가 버리려 했던 미래야’라고 노래하면 앞으로 암살할 사람들이 영상 위로 그려져요. 그 장면이 참 멋있죠.”

▶ ‘어쌔신’의 음악이 담고 있는 것들, 강태을 배우가 말하는 손드하임

“손드하임의 음악은 굉장히 계산돼있어요. 배우가 자유로울 수 있지만 모든 감정을 다 쏟아서 노래를 하면 되게 지겨워지죠. 50% 정도로 감정을 쏟아서 노래하되, 음정은 다 맞춰줘야 되요. 엇박자로 들어가도 좋지만 그 엇박을 방종해서는 안되구요. 엇박을 아는 배우들은 음악을 가지고 놀더라구요. 그런 매력이 있죠, 손드하임의 음악은. 마니아분들은 아주 열광적이더라구요.”

▶ 나도 암살할 권리가 있어! 강태을 배우가 관객들에게 전하는 말

“지금까지 봐왔던 뮤지컬과는 굉장히 다릅니다. 대형 뮤지컬의 화려함이나 볼거리 같은 것을 기대하고 오신다면 주무시다 가시거나 엉덩이가 배겨서 그냥 가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왜 그들이 암살을 하려고 했지?’, ‘그래, 나 같은 사람도 대통령을 죽일 수 있겠구나’, ‘그런 꿈을 가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갖고 보신다면 특별한 경험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우린 행복해질 권리가 있어’하면서 무대 위로 나오면 관객분들이 뭔가 알았다는 듯한 눈빛을 던져주세요. 참 어이없는 작품이지만 그런 걸 담고 나가시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이들은 왜 암살을 해야만 했는지 그들의 외침을 귀담아 들어봐 주세요!”

[뉴스테이지=박소연 기자]